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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동이 Mar 18. 2020

시간에서 세월, 그즈음

2019년 6월 26일 작성


적당한 바람이 불던 날이 특별히 기억나지 않는다면 늙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던히 흐르는 시간 앞에 무수한 거친 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감이 알싸하다.

조금 쓴맛은 적응이 되었을지언정, 지나가는 길 옆에 무슨 나무가 그림자를 그리웠는가를 기억하기에는 어설프다.

어제의 전철 소리와 오늘의 전철 소리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만, 

어제 먹었던 밥과 오늘 먹은 밥의 맛이 다른 것 같다는 기분은 든다.

내일은 적당한 바람이 불면 좋겠거니 생각해보면 이미 어제가 되었을 정도로 시간이 빨라지고 있지만, 

아무렴 그렇겠거니 싶다.



어릴 때에는 그저 게임을 모니터에 띄어 두고 마우스만 주구장창 돌려도 재미있었던 것이 점점 의미를 잃고 저를 아저씨로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 사회에 진입도 하지 못한 젊은 나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저씨라는 호칭도 적응해야 하는 나이니만큼, 시간이 세월로 바뀌어 가는 지금의, 오늘의 하루가 좀 알싸합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 하루를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 그것을 요 나이 먹도록 모르겠습니다만, 언제나처럼 걸어가던 길에서 불어주는 바람만큼은 변하지 않는 것이 반갑습니다. 바람이 칼칼하던, 부드럽든 간에 말예요.







Photo by topcools te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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