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상기 | 내가 보려고 만든 브랜드 마케팅 사례
<아무튼, 식물>을 읽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이때부터 줄곳 '좋아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식물의 배수성, 태양의 정도, 물의 주기, 인공조명의 필요성 따위를 줄줄이 읊을 수 있는 사람.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잘 아는 사람. 스스로를 정의할 줄 아는 사람. 참 매력적이지 않은가. 어찌나 닮고 싶던지 한동안은 현관문을 열면 식물들의 숨 냄새가 풍기는 나만의 집을 상상하며 가드너의 삶을 꿈꾸기도 했다. 비록 딱히 물을 주지 않아도 무한 증식하는 것처럼 보였던 엄마의 난에도 무수히 많은 죽음이 있었다는 걸 알고 바로 접었지만.
IKEA도 '좋아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의 매력을 아는 듯하다. 2021년 8월, 이들을 전면으로 내세운 캠페인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페르소나는 총 6명. 모두 자신의 삶을 주체 있게 꾸려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보금자리에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들로 가득 채우고, 그곳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좋아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러니까, 거창한 게 아니다. 집을 꾸미는 것 자체가, 내가 원하는 것으로 둘러싸이는 공간 자체가 꿈꾸는 삶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삼스럽게도.
새 삶을 시작한 6명의 멋쟁이들을 #조화편, #확신편, #확장편, #변화편, #공유편으로 나누어 소개된다. 한눈에 봐도 양극단에 서있는 두 사람이 같이 사는 법(조화), 취향 확실한 독신이 살아가는 법(확신), 일면식도 없던 두 가족이 하나가 되는 법(확장) 등 에피소드 모두 강한 개성과 메시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잠깐, IKEA는 어디 있는 걸까? 가구 브랜드인데 가구가 없다. 단지 사람과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이야기는 곧 나를 투영하게 만드는 좋은 도구이다. IKEA는 캠페인을 통해 멋진 삶을 꿈꾸는 어른들에게 새삼스러운 발견과 변화와 도전을 넌지시 내민다.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싶은지 묻는다. 결국 모든 이야기의 교집합에는 상품이 아닌 "새 삶을 만들라"는 메시지에 있다. 제품의 질보다는 감성에 강점이 있는 IKEA라는 브랜드에 잘 어울리는 언어다. 이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이라면 IKEA의 어떤 상품을 사더라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개성과 강단을 가질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해당 캠페인은 푸드쇼, 디자인 워크숍, 쇼룸 등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으나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는 1000k 정도, 네이버 키워드 검색량도 큰 변화가 없다. 브랜드 비전인 '지속 가능한'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새삼스러운'에 방점이 조금 더 명확히 찍혀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남들에게 새삼스럽지만 나에겐 새삶스러운 경험이나 취향의 공유라던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건 즐거운 일이고 끝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들여다보며 새롭게 나를 발견할 수도 있고. 여하튼 아직 현재 진행형인 캠페인이라 어떤 것으로 확장될지 기대가 된다. 번외로 메인 카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일 좋았던 문장은 "잘 어울릴 줄 알았어요. 80년 된 집에 새 이케아. 난 이런 게 좋아요.". 난 이런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