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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Aug 20. 2022

버스여행


 버스를 탈 때 인사를 하는 것, 창가 자리에 앉아 밖을 보며 하루를 되돌아보는 것, 버스에 내려 내 옆을 지나가길 바라는 것, 그뿐이었다. 유랑과 유람의 차이를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찾아보면 유랑이란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아다님'이고 유람이란 '돌아다니며 구경함'이다. 고작 ㅇ과 ㅁ의 차이겠지만 ㅇ는 모양 그대로 정처 없이 맴도는 것, ㅁ는 정해진 장소에 다녀오는 것, 그리고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인 거겠다.


 나는 버스에 탈 때마다 기사님들께 인사를 한다. 평소엔 고개만 꾸벅거리지만 인사를 받아준 기사님에겐 안녕하세요를, 이미 출발할 수 있었음에도 잠시 기다려준 기사님에겐 감사합니다를 전한다.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전하는 인사는 나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었다. 오늘도 잘해보자, 그리고 수고했다,라는 마음. 친구를 만나거나 약속이 있는 날에는 살짝 떨리기도 하다. 거의 다 왔다는 메시지를 보낼 때와 정류장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보이는 순간엔 이토록 설렐 수가 없다. 창문을 보다가 거울을 보고, 다시 신발을 보는 것은 뭐가 묻었나 해서 보는 것이 아니었다. 버스에 내려 얼른 걷고 싶었던 것이다. 간질간질한 마음 가득 안고 말이다.


 버스를 부스로, 러브를 루브로, 더블린을 두블린으로 부르는 곳이었다. 버튼을 눌러야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었고, 정류장에서 손을 뻗어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몸에 밴 건지 해외에서도 기사님에게 인사를 한다. 이곳에선 눈웃음으로 인사한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내 인사는 받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2층 버스를 좋아했고 그중 맨 앞자리를 좋아했다. 그곳에 앉으면 더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볼 수 있었다. 한산했던 기차역 지붕이 돔형이었다는 것과 길에서 봤던 조용한 항구에 카약이 있었다는 것, 그 바다에 윤슬이 보이는 날엔 이곳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구나 하며 놀라기도 했다. 그저 조금만 더 위를 봤으면, 조금만 더 멀리 봤으면 볼 수 있었던 것들에 나도 참 멀리 왔구나,라고 느끼곤 했다.


 시간 여행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러니까 출발했을 때 보였던 노란 꽃이 다시 돌아왔을 땐 주황빛을 띠었다거나, 조그마한 광장에서 춤을 추던 아이들은 밤이 되어 버스킹 하는 할아버지로 바뀌는 그런 여행 말이다.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이곳에서 정처 없이 맴돌기도 하고 어쩌면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그런 여행. 어느 날은 친구들과 바다로 놀러 갔는데 버스가 정류장에 멈췄다가 출발을 안 한다. 고장이 난 건가 해서 2층 창문으로 아래를 쓱 봤다. 휠체어에 탄 사람을 버스기사가 직접 태우고 있었다. 문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혀 안전벨트를 매주는데 버스에 있던 사람들은 물론, 뒤에 있던 차들도 조용했다. 빵빵 거릴 만도 한데, 그러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걸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그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출발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바깥을 봤다. 저곳 중 어딘가에 분명 꽃이 피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바다가 보이는 정류장에 도착했다. 내릴 때 말했던 단 한마디. 고마워요. 오는 동안 멋진 풍경을 보여줘서 고마웠고, 여기까지  데려다줘서도 고마웠고, 오랜만에 꿀렁거리는 마음을 들게 해 준 게 가장 고마웠다고. 

보이지도 않는 바다 냄새에 치였다. 숨을 들이마시고 그래도, 그래도 조금만 더 담아봐야지, 하며 이곳을 벌써 그리워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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