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으로서 진로설정 -1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
직업계 고등학교 재학생으로 많은 취업기회가 있을 겁니다. 각종 특채부터 공채, 그 외에 중견중소기업 취업, 영세한 기업들, 계약직, 인턴 등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회사에 지원 가능합니다. 본인의 성적이 좋다면, 보다 크고 좋은 회사들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규모는 작더라도 본인의 적성에 맞는 회사에 남들보다 쉽게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성적은 정말 놓치면 안 되는 중요한 스펙입니다. 대학생들의 학벌+학점이 고졸로 치면 성적입니다. 예전에는 고졸들도 학벌을 많이 봤다고 하던데.. (서울소재 xx공고나 xx여상 뭐 이런 곳들..) 요즘은 고졸은 큰 의미 없습니다. 물론 입사했을 때 회사에 본인 학교 출신 선배들이 많다면 도움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취업'만이 전부일까요? '대학 진학'만이 전부일까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좋았던 점은 '고민의 시간'이 정말 많았습니다. 사실 다른 친구들 게임하고 학원 갈 시간, 취미 활동할 시간에 기숙사에 갇혀 있어야 하니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죠. 그렇지만 본인의 진로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환경에서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이 있다는 건 좋은 기회입니다.
1학년 특채에서 학교 측의 얼토당토않는 이유로 원하는 회사에 지원조차 못하고 기숙사에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이 시기를 보통 눈가리개를 씌워놓은 경주마에 비유합니다. 생전 처음 보는 전공책들과 기계와 싸워가며 자격증을 취득하고 상점도 맞추고 아침엔 운동도 하고. 바쁜 시기였습니다. 근데 취업만을 위해 대학 진학 포기하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제 목표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참 허무했고 상실감이 컸습니다. 고졸을 선택한 아들을 반대했던 부모님에겐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런 실패가 저에게 꼭 필요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실패를 몰랐습니다. 부모님도 보통 제 뜻을 존중해줬고, 공부도 노력한 것보다 성적이 잘 나왔습니다. 그러니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딱 '추천서 받을 정도'로만 공부했고 생각처럼 성적을 받았습니다. 면접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1학년 취업은 높은 확률로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 했던 변수 때문에 추천서를 받을 기회조차 날려버렸습니다. 눈가리개를 씌워놓고 앞만 보고 달리던 경주마에게 이제 목표는 사라졌습니다. 달릴 이유가 없습니다. 잠시 발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려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가리개가 막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저는 눈가리개를 벗어던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마침내, 저는 시야를 확장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단순히 취업만을 목표로 공부하던 것도 후회됐고, 친구들의 취업에 진심으로 박수 쳐주지 못하고 질투한 것도 후회됐습니다. 나는 아직 어리고 수많은 길이 있는데 오로지 그 회사만 고집한 것도 후회됐습니다.
후회는 아무리 일찍 해도 늦다는 말처럼, 이미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람은 후회와 아픔을 딛고 성장하고 자신의 세계를 팽창시킵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적당하게 공부하던 1학년과 달리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방학 때는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사람을 대하는 것을 잘 못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낯을 많이 가렸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모르는 사람과 만나는 활동을 꺼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사전에 교육을 받고 러시아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려 활동하니, 제가 틀렸습니다. 누구보다 제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였습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건 맞지만 친해지면 말이 많아졌고, 먼저 다가가는 것을 못 했지만 막상 해보니 그 사람도 편하게 저를 대했습니다. '외국' 그리고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고마운 활동입니다.
진로설정이라고 해놓고 뜬금없이 사설이 길다 싶으시죠? 그러나 꼭 해주고 싶은 얘기입니다. 너무 취업만 생각하지 말고,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해보라는 것. 그리고 그 활동이 본인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고 취업 때 자소서나 면접에서도 풍부한 내용을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다음 글에선 좀 더 깊이 들어가서, 기계를 전공한 고등학생이 '전공을 살려서'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진로를 잡고, 취업처를 구하고 하는 내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