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기세입니다. 기세.
앞서 지난 글에서 직업계 고등학교에 진학 전, 중학생 때 하면 좋을 것들 4가지를 알아봤습니다. 물론 그대로 잘 공부해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입학하면 좋겠지만 사실 대부분 그러지 않을 겁니다. 이미 입시가 끝났고 같이 입시 끝난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거예요. 나도 그랬으니까. 근데 놀면서 약간씩만 공부해도 다른 친구들이랑 큰 차이를 빚어낼 테니 꼭 공부를 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엄청 혼란스러울 거예요. 저 같은 경우는 아침마다 운동을 해야 하고, 처음 본 친구들과 하루 종일 같이 생활해야 하는 것도 낯설었지만 제일 혼란스러웠던 점은 처음 공부하는 분야를 접했다는 것입니다. 이론적인 부분도 그렇고, 실습 때 처음 듣고, 보는 기계를 조작하는 것도 그랬습니다. 물론 한 달 정도 지나니 적응은 됐지만 처음엔 많이 어려웠습니다. 보통 중학교 -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하는 학생들은 배움이 연속성이 있고, 대부분 선행학습이 이뤄지다 보니 적응할 요소가 없는데 우리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매일매일이 적응의 연속이죠. 저처럼 정밀기계과만 해도 줄, 톱, 사포, 선반, 밀링, 연삭기, 드릴, CAD, CAM 같은 프로그램 정도는 필수적으로 배우는 분야입니다. 해당 전공교과만 배우는 게 아니라 나중엔 용접, 공유압, 배관, 비파괴검사, 전기와 같은 타 전공도 배워야 하니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입학하고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실습은 어떻게 해야 할지, 취업을 위한 알짜배기 공부들만 모아서 알려드리겠습니다.
1. 입학한 직후
혼란스러운 입학 직후, 친구들이랑도 친해져야 하고 새로운 분야도 배워야 하고 부모님 그늘에서 벗어나 기숙사 생활도 해야 하고, 정신도 몸도 모두 지칠 시기입니다. 그러나 얼른 적응하고 공부를 해야 합니다.
여기서 공부는 중학교 때 하던, 책 읽고 이해하고 외우고 하는 공부도 있겠지만 '실습'입니다. 실습은 처음엔 타고난 게 큽니다. 분명 똑같이 배우고 똑같이 조작하는데 결과물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그렇다고 이걸 포기하기엔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큽니다.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듯 특채를 원하는 학생이라면 1학년 2학기까지, 혹은 2학년 2학기까지 성적이 매우 크리티컬 한데 실습을 놓게 되면 사실상 특채는 불가능합니다. 수업시수가 전공교과에 엄청 치중되어 있고, 그중에서도 실습(수행평가)의 비중이 높습니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고, 실습에 소실이 없더라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2. 1학기 이후로
1학년 때 진행되는 특채, 삼성전자, 삼성전기, 현대차는 아마 이 시점에 거의 정해졌을 겁니다. 보통 학교별로 할당되는 추천서 개수는 비슷할 거고 자신의 성적, 상점, 자격증, 영어 등 계량화된 점수로 순위가 정해지니 애매한 경우를 제외하고 본인의 위치는 이미 정해졌습니다. 인정하기 싫더라도 인정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1학년 때 채용하는 삼성전자, 현대차보다 2학년 때 채용하는 회사들의 밸류가 낮습니다.(석화사는 약간 예외가 있겠지만..) 이건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가치판단으로 생각한 것으로 이 부분에 있어서 자세한 내용은 공고와 마이스터고에 대한 글이 끝나고 제일 마지막 부분에 적어보겠습니다.
본인의 석차가 대략 정해졌으니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아니, 이제 겨우 1학년 1학기가 지났는데 뭔 결정이에요?' 정해야 합니다. 왜냐면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공기업 공채 경쟁률이 제가 입사한 회사 기준으로 거의 200:1에 육박하고 요즘도 기사를 보니 100:1 정도는 됩니다. 근데 본인 학교에서 특채 추천서 받을 성적도 못 받으면서 전공시험 통과하고, NCS시험 통과하고, 면접까지 통과하고 저 경쟁률을 뚫겠다는 건 욕심 아닐까요?
억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팩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현실입니다. 본인의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입사한 회사에서 계속 재직한다면) 본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겁니다.
1. 본인의 성적을 정말 객관적으로 분석합니다.
1-1) 성적이 높으면 어떤 점이 장점인지(실습을 잘했다던가, 운이 좋았다던가, 선행학습이 돼있다던가 등)
1-2) 성적이 낮으면 어떤 점이 단점인지(위와 반대 and 노력이 부족하다던가, 머리가 나쁘다던가 등)
2. 본인의 장점을 높이고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지 판단합니다.
2-1)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키워 1학년 1학기까지 성적을 만회하고 추천서를 받을 수 있는지
2-2) 본인 학교만의 추천서 기준(자격증 개수, 토익점수 등)을 바탕으로 성적 외에 강점이 있는지
3. 본인이 원하는 회사를 정합니다.
3-1) 만약 특채로 채용하는 회사라면 위 1, 2번에서 분석한 결과 가능성이 낮아 보여도 도전해봅니다.
3-1-1) 물론 전 과목 열심히 해야겠지만 전공시험 위주로 열심히 해봅니다(공채 향후 전공시험 대비)
3-2) 2학년 때, 혹은 3학년 때 특채를 진행하는 회사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니 감안하여서 열심히 해봅니다.
3-2-1) 다만 이 부분도 공채 전공시험을 대비해서 전공과목을 투철하게 준비해줍니다.
이 정도는 1학년 1학기 때 결정을 끝내야 합니다. 늦어지더라도 1학년 2학기까지만 특채를 대비해서 열심히 달려보고 그 뒤로는 취업 방향을 분명히 잡으시는 게 좋습니다. 물론 본인의 성적이 특채 추천서를 받기에 충분하다면 위에 적은 내용은 큰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추천서 받으면서 계속 특채 지원하다가 안되면 공채로 돌리면 됩니다. 내신이 높다는 것은 전공 공부가 이미 충분히 이뤄져 있고, 공부머리가 있다는 전제하에 다른 학생들에 비해 공채 준비가 수월합니다.
짧게 끝내고 싶은데 중고등학생 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 조금 길어졌습니다. 공채 대비 전공과 NCS, 면접 공부법 등은 추후 글로써 알려드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질문받았던 것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 특채를 지원할까 말까 하는 것입니다. 모르시는 분들은 '일단 당연히 지원해야지!' 할 수 있으나 마이스터고 특성상 참 애매합니다. 당장 나 자신만 생각하면 특채를 지원하고 합격한 후에 공채도 지원하는 게 좋은데, 추천서라는 게 다른 절실한 친구들이 있다 보니 이렇게 마음대로 하기엔 참 곤란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 회사가 충분히 만족할만한 회사라면 특채 지원 후 여유롭게 학교생활을 하는 걸 추천드리고, 정말 나중에 공기업 생각이 있으시다면 계속 공부하셔서 고졸이 아닌, 대졸전형으로 지원하는 걸 권해드립니다. 제 생각에 1학년 때 추천서 받고 합격했는데 3학년 때 공채 붙었다고 입사 취소하는 건 회사에도 못할 짓이고 학교에도 못할 짓이고 그 회사가 정말 간절했던 친구한테도 못할 짓입니다.
* 질문이 있으시다면, 웬만하면 덧글로 주시돼 아무래도 개인정보가 우려되실 거라 제 메일로 보내주셔도 됩니다. 다만 최소한 전공을 비롯한 본인의 상황 및 스펙, 목표 기업 등을 알려주시고 질문 주시길 바랍니다. 너무 포괄적인 질문은 답변드리기 어렵습니다. ex) 공기업 어떻게 들어가요?, 공채 준비 팁 좀요ㅠㅠ
* 개인적으로 공업고등학교, 공업계열 마이스터고에 강연을 해드리려 합니다. 제 모교를 포함, 직접 방문해서 2개 학교에 멘토링 및 상담을 진행했고, 코로나 이후에 비대면으로 1개 학교에서 진행했습니다. 그 외에도 인터넷 카페를 통해 수많은 고졸 취준생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했습니다. 당연히 비용은 무료입니다. 다만, 교통 관련해서 직접 방문은 경상도 쪽 학교에서만 진행합니다. (제 키워드는 공업계열, 취업, 공부법, 기계전공, 선취업후진학 대학입시, 그 외 취업 후 주간대학 진학, 고졸 회사생활, 고졸 재테크, 공업계열 커리어, 자격증 등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