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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이별이 Jul 15. 2019

난 16살에 고졸을 결정했다

굳이 고된 길을 택한 그때의 나,

16살의 나는 어떤 사람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선 뚱뚱했고, 책을 좋아했다. 하필 좋아한 게 철학이라 종종 나름대로 심오한 고민에 휩싸였다. 

친구가 얼마 없었다. 아마 4명 정도. 꿈이 딱히 없었다. 돈 많은 부자 정도. 사진을 좋아했지만 직업으로 삼고 싶진 않았다. 직업이 곧 꿈은 아니지만 뭐 아무튼 되고 싶던 직업도, 간절히 이루고 싶던 꿈도 없었다. 그저 하고 싶은 취미를 할 수 있는 사람. 이 정도가 꿈이라면 꿈이었다.


내 또래 친구들은 다들 생각이 비슷했다. 근처 고등학교에 가서 본인의 성적에 맞는 대학교에 가는 것. 그리고 군대를 갔다 오고 졸업할 때쯤 취업을 하는 것. 너무 획일화돼있다고 느꼈다.


어차피 배워보고 싶은 학문도, 되고 싶은 직업도 없다면 돈을 일찍 버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난 마이스터고에 지원했다.




내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은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벽을 세우지 않았다. 주말에 복싱을 배우고 싶다는 말에 그다음 주 월요일에 난 복싱장에 상담을 받았고 2년 정도 다녔다. 미술도, 피아노도, 기타도, 드럼도, 바둑도, 축구도, 검도도, 복싱도, 테니스도 나는 아무런 반대 없이 배울 수 있었고 나와 맞지 않아 그만둘 때도 아무런 말 없이 그만뒀다.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의 결정에 처음으로 반대했다. 어머니는 확고한 내 결정에 울었다. 아버지는 끊었던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갔다. 고졸인 아버지는 자신의 길을 걸으려던 아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여전히 어린 나는 짐작이 안된다. 그리고 나중에 나의 아들딸이 같은 길을 가려한다면 나는 어떤 감정일까. 나는 항상 부모란 존재를 존경한다.


 


마이스터고는 다른 학교와 달리 대학 진학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학교다.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원을 양성하는 곳이기에 만약 마이스터고 학생이 대학교를 간다면 세금낭비다. 요즘 문제가 되는 과학고, 영재고 학생의 의대 진학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그 수준차이야 있겠지만. 3년 간 지원되는 학비, 기숙사비, 기타 실습비 등. 많은 부분에 있어 탄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대학 진학을 하게 된다면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모든 수시전형이 막혀 있으며 교과과정도 달라서 굳이 대학에 진학하려면 수능 밖에는 답이 없다.


사실 이런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이 학교에 온 것은 아니지만, 막상 마이스터고에 와보니 오갈 데 없는 길을 걷고 있었다. 다른 답이 안보였다. 취업 외에는.


고졸, 그게 내가 중학교 졸업조차 하지 않은 16살에 결정한 나의 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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