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들 (1)

자 도둑

by 슈리엘 아샬라크

그 시절, 나는 도형 키트를 손에 쥐고 있었다. 반듯한 각도기, 딱딱한 자와 삼각형과 여러 모형을 갖춘 판들. 수학 시간에 꼭 필요하던 그것들은, 마치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장비의 일부 같았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집안이었지만, 예외는 없었다. 없는 돈을 쥐어짜서라도 준비물을 마련해야 했고, 나 역시 그것을 가방 속에 꼭 넣어 학교에 가야 했다. 도형 키트가 없다는 사실은 곧, 규칙에서 벗어난 이방인이라는 표시가 되었으므로.

그러나 그 안에는, 분명히 이질적인 것이 들어 있었다. 낯설고, 낯설기에 기이하게도 마음을 빼앗긴 한 물건. 그것은 짧은 자였다. 다른 도구들과 달라 그 자 위에는 오래된 애니메이션의 분홍색 캐릭터가 웃고 있었다. 어쩐지 엉뚱하고도 귀여운, 어린 시절의 상징 같은 존재. 다른 아이들의 눈에는 그저 흔한 캐릭터였을지 모르지만, 내겐 그 작은 장난감 같은 자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보물처럼 느껴졌다. 나는 혹시나 해 반 아이들에게도 물어보았다.


“혹시 너희 것도 이렇게 들어 있어?”

하지만 누구도 그런 걸 갖고 있지 않았다. 도형 키트에 원래 들어 있지 않은, 어쩌다 흘러 들어온 우연한 사물. 마치 나만의 작은 선물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왕따로 만들었던 남자아이가 그 자에 흥미를 보였다.


“어차피 공짜로 생긴 거라며. 그럼 나 줘.”


그의 말투는 당연한 것을 말하듯 명령과도 같았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분홍 캐릭터가 웃는 얼굴을 나는 좋아했다. 내 마음을 달래주던 조각 같은 그것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안 돼.”


나는 단호히 대답했다.

하지만 세상은 늘 힘 있는 쪽을 편드는 법이었다. 어느 날 보니, 자가 사라졌었다. 나는 필통의 빈자리를 보며 가슴이 내려앉은 것을 느꼈다. 허공에서 무너져 내리는 듯한 상실. 그리고 그 순간 고개를 돌리자, 그 남자아이가 자신의 필통에서 익숙한 분홍빛 자를 꺼내고 있었다. 내 것이 분명했다. 분노와 억울함이 동시에 치밀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내 자를 되찾아 오려고 했고, 우리는 서로의 손끝에서 물건을 두고 옥신각신했다. 작은 자 하나를 두고 벌어진 실랑이는 마치 나와 그 아이, 더 나아가 나와 세상 전체의 싸움 같았다.

마침, 담임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섰다. 나는 속으로 안도했다. 이제 진실이 밝혀지리라, 선생님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다. 어린 나는, 선생님이란 존재가 언제나 정의와 진실의 편에 서 있는 슈퍼 히어로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는 걸, 그 순간 알았다.

선생님은 우리를 바라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 보더니, 내 손을 탓하는 듯한 눈길을 보냈다. 그 남자아이는 자신의 물건이라 우겼고, 선생님은 그의 말을 믿었다. 내 입에서 쏟아진


“아니에요, 제 거예요!”


라는 말은 허공에서 부서져 흩날릴 뿐, 아무 무게도 없었다. 선생님은 내 부모님과 통화해 상담하겠다고 말하며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그 순간, 나는 패배자였다. 분홍빛 자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세상은 간단하지 않았다. 전화를 마친 선생님은, 내가 도둑질이나 거짓말을 하는 아이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태도는 달라졌다. 더 부드럽게 나를 대했고, 차츰 나를 이해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이 늦었다. 그 작은 자는 끝내 내 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 사건 이후,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세상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보호하지 않았다. 힘 있는 자가, 다수의 목소리가, 손쉽게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켰다. 그리고 선생님은 더 이상 슈퍼 히어로 가 아니었다. 그녀 역시 무력하고, 때로는 편향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 그 깨달음은 너무 이른 나이에 찾아왔다.

시간은 흘러 졸업식 날이 되었다. 교문 앞에서, 선생님들은 양옆으로 줄지어 서서 아이들을 배웅했다. 아이들은 꽃다발을 들고 사진을 찍었고, 부모들은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그 무리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학교는 내게 축복의 자리가 아니라 탈출해야 할 감옥과도 같았다. 나는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빠르게 그사이를 걸어 나갔다.

그때, 어떤 손길이 내 몸을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나한테 인사도 안 하고 갈 거가.”


성인 여성의 높지만 따뜻한 목소리였다.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몸을 빼냈다. 얼굴도 보지 않고, 인사도 하지 않고 그 손길에서 도망쳐 나왔다. 나를 안았던 사람은 아마도 그때의 담임선생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신할 수는 없다. 나는 이미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법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으니까.

학교를 빠져나온 나는, 곧 후회했다. 그 손길은, 마지막으로 나를 위로하려는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도망쳤다. 이미 무너진 신뢰의 벽을 다시 세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진심조차, 그때의 나는 받아들일 용기가 없었다.

돌아보면, 분홍빛 캐릭터가 그려진 짧은 자 하나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사소한 물건 하나가, 사람에 대한 내 믿음을 흔들고, 세상에 대한 내 시선을 뒤바꿨다. 나는 그 자를 잃으면서, 동시에 사람을 잃었고, 선생님을 잃었고, 어린 시절의 순수한 믿음을 잃었다.

그러나, 그것은 또 하나의 행군이었다. 고독의 행군. 내 안에서 시작된 긴 여행. 그 길 위에서 나는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도망쳤다. 하지만 여전히 걸어가고 있다. 언젠가 다시 그 손길을 붙잡을 수 있을 날을 기다리며.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