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나는 미래의 너야. 조용히 일하다 보니, 오랜만에 너와 수다 나누고 싶었어.
과거의 네가 내게 묻고 싶은 걸 알아. 아직도 그대로인 삶이냐고 묻고 싶겠지? 나는 저 하루 하늘을 비추는 바다처럼 살았어. 역경은 바람이 주는 거센 파도와 같았고, 고난은 쓰나미였고, 내 눈물은 너무 짜고 너무 많았어.
눈물이란 건 원래 다 짜지, 바닷물처럼 말이야. 생각해 보면 인류는 언제나 울어왔어. 전쟁과 이별과 상실 속에서. 그래서일까? 우리가 슬플 때 바다를 찾는 이유 말이야. 어쩌면 바다는 우리 모두의 눈물을 간직한 곳이니까.
그래서 알게 되었어. 네가 숨긴 것이 저 태평양 눈물바다 깊은 곳에 존재한다는 걸 말이야. 그래, 외로움. 너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나 그것을 품고 살지. 하지만 대부분은 그것을 숨기거나 부정하려고 하지. 왜냐하면 그건 약함이고, 상처니까. 하지만 난 이제 알고 있어. 외로움은 결국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과정이었다는 걸. 외로우니까 나를 마주하고, 외로우니까 타인의 외로움도 이해할 수 있게 되니까.
하지만 있잖아, 이게 우리 삶의 답일까? 과거를 지워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걸까? 우리는, 아니 나는 이제 알고 있어. 과거는 지워야 하는 게 아니라, 품고 가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야. 우리를 만든 건 결국 그 시간이니까. 그렇지만 우리가 더 이상 그것에 짓눌릴 필요는 없어. 과거를 꺼내보는 일이 더 이상 아프지 않을 때, 그때 비로소 우린 온전하게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너도 동의하지?
네가 세탁한 내가 네 이야기를 하는 걸 허락해. 우리가 과거를 품고 나아갈 때 비로소 온전한 존재가 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