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소규모 연말회고 워크샵 열어보기

함께할 때 더 재밌는 연말회고

by 샨티

매년 12월 초중순이 되면 연말회고를 시작합니다. 기록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지 한 해 동안 읽은 책, 본 영화, 지출 내역, 특별한 일정 등 살펴볼 것도 많습니다. 그러다 문득 다른 사람들은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졌어요. 똑같이 주어진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작은 궁금증 하나로 직접 워크샵을 열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목표 설정

워크샵의 목표는 확고했어요. 개인별로 한 해를 회고하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서로 공감하고, 응원하고, 격려하며, 좋은 자극을 얻는 것이었습니다.



참여자 선정

누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까요. 그냥 아는 사람들을 보아볼까, 링크드인에 글을 올려서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볼까 잠시 고민했어요. 하지만 이런 워크샵을 열어보는 건 처음이라, 소규모로 작게 진행하기로 합니다. 어차피 일에 대한 고민을 나눌 자리는 아니니, 회사에서 함께할 팀원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모든 팀원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채널에 용기 내어 글을 올렸습니다.

함께 연말 회고 해보실 분!

혹시나 사람이 안 모이면 어떡하지? 걱정 속에서 다행히 여러 팀원들이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이번 워크샵은 개인적인 회고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팀원들이 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프로덕트 디자이너, 브랜드 디자이너, 프론트엔드 개발자, 마케팅, PM, AE, 이렇게 다양한 직무의 팀원들이 스레드에 모였습니다. 참여자는 저를 포함해서 총 6명으로 정했습니다. 각자 회고하고, 한 명씩 돌아가며 경험을 공유하려니 예상보다 일정이 빡빡하더라고요.



일정 및 장소 선정


연말 회고는 가능하다면 최대한 한 해의 끝자락에 진행하는 게 좋지만 12월 말에는 다들 약속도, 연차도 많으니 분위기가 뒤숭숭할 것 같았어요. 적당히 눈치를 보며 크리스마스 이브의 이브날로 정했습니다. 장소는 물론 사무실의 회의실로요.

참고로, 한 해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고 오면 회고하기 쉽다는 점을 미리 안내했어요. 아래 History map 에서 소개하겠지만 캘린더, 다이어리, SNS 등 평상시에 남겨둔 기록이 굉장히 큰 도움이 돼요.



콘텐츠 구성 및 진행

어떻게 워크샵을 준비하면 좋을지 고민하며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이진재 님의 Year-end Workshop 글을 보게 되었어요. 대규모 워크샵을 진행하셨던 과정을 담은 글인데 세부적인 콘텐츠를 참고하기 좋았어요. 이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콘텐츠와 타임라인을 구성하고, Presentation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 0:00 Check-in (5분)

- 0:05 Ice breaking - 000 of the year (15분)

- 0:20 History map (15분)

- 0:35 Reflection (12분)

- 0:47 경험 공유하기 (18-23분)

- 1:05 Theme of the year (10분)

- 1:15 Check-out (10분)


꽤 고민하며 만든 Presentation

워크샵 진행은 공용 화면에 Presentation을 띄워놓고, 각각의 활동은 Figma의 Figjam으로 했어요. 참여자 모두 노트북을 지참하고 있고, 개발자분들도 Figjam으로 스쿼드 회고를 하시기 때문에 이용 방법에도 익숙하셨습니다. 하지만 외부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한다면 Figjam을 사용하기 전에 초대나 편집 권한, 사용 방법을 아시는지 등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Check-in (5분)

워크샵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연말 회고를 왜 하는지, 혼자서 해도 되는 걸 왜 모여서 함께 하는지 이런 내용을 솔직하게 담았어요. 1시간 30분을 어떻게 보낼지 소개하고, 다 같이 지켰으면 하는 규칙도 몇 가지 정해서 공유했어요.


Ice breaking - 000 of the year (15분)

평소에 협업 지점이 거의 없는 팀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오가며 눈인사 정도 하는 사이였으니 조금 더 친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넣은 시간이에요.

방법은 간단해요. 각자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올해의 '000'을 선정합니다. (재미있게 읽은 책, 좋았던 음악, 소비처럼요.) 각자의 키워드에 나의 대답을 포스트잇으로 적어 붙입니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자신의 포스트잇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이에요.

'올해의 인간관계'라는 키워드가 참 어렵더라고요. 생각도 못한 키워드였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답이 나왔습니다.


History map (15분)

말 그대로 나의 한 해를 지도로 표시해 보는 것이에요. 우선 1월부터 12월까지 적힌 표에 월별로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적어봅니다. 생각보다 지난 일을 기억해 내기가 어려워요, 특히 사소하고 오래된 사건일수록이요. 이때 캘린더나 메모, 사진첩 또는 블로그/인스타그램 같은 SNS의 기록을 활용하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저도 몇 번을 '와 나 이런 일이 있었네!'라는 말을 했는지 몰라요.

그리고 월별 감정 상태를 그래프로 그려봅니다. X축을 기점으로 위쪽은 기뻤던, 좋았던 긍정적인 사건을, 아래쪽에는 슬펐거나 힘들었던 부정적인 사건을 적어봅니다. 확실히 그래프를 그리니 한 해가 어땠는지 한눈에 잘 보여요.


Reflection (12분)

History map을 그리며 1년 간의 사건을 떠올렸다면, 그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큰 사건을 세 가지 뽑아봅니다. 여러 가지 사건 간의 영향력을 비교하기 위해 스스로의 행동, 감정, 당시의 반응 같은 것들을 떠올려보는데, 이 때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어요. 반드시 아래 내용을 생각하면서 선정해 주세요.

- 어떤 사건이었고,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 사건을 통해 느끼거나 배운 점은 무엇인지


경험 공유하기 (18-23분)

소규모 워크샵의 가장 큰 장점은 팀원 간의 교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워크샵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었어요. 본인의 1년에 대한 소개를 하고 질문을 받으려면 인당 최소 5분은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처음에 이런저런 콘텐츠를 넣고 시간을 분배하니 서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부족해서, 콘텐츠를 줄이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시간을 좀 넉넉하게 잡아두었습니다.

팀원들의 1년을 모아보니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성취, 후회와 반성, 감사, 불확실성, 희망 이런 다양한 감정들이 골고루 섞인 1년을 보냈더라고요. 사람 사는 것이 참 비슷하기도 하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본 팀원들의 모습은 평소와 달랐습니다. 회사에서 비치는 모습인 '직무+이름'이 아닌 비슷한 연령대의 한 사람으로서, 저마다의 1년을 들여다보니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 훨씬 이해하기 쉬웠어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는 팀원에게는 응원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팀원에게는 공감을, 지나온 고민을 하고 있는 팀원에게는 조언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팀원들의 모습에 동기부여를 받고, 용기를 얻었어요.

각자가 그려본 2024년 지도, 대체로 다들 긍정적인 분위기라 다행이에요


Theme of the year (10분)

마지막 순서는 올해와 내년의 테마를 뽑아보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올해를 돌아보니 '어떤' 해로 정리할 수 있을지, 이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은 '어떤' 해가 되면 좋을지 생각해 보고 자유로운 형태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텍스트, 브랜드 슬로건, 도서, 유명한 짤 등 본인이 원하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올해와 내년을 재정의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본인의 테마를 소개했어요.

고양이는 연말 회고에도 빠지지 않지!


Check-out (10분)

정말 마지막 순서인 Check-out은 참여 소감을 간단히 공유하는 시간입니다. 다행히 참여해주신 팀원들이 재미있었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뿌듯했습니다.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했던 연말회고 워크샵. 누군가를 모아 이런 워크샵을 진행하는게 익숙치 않아 작은 걱정도 있었지만 역시 뭐든 해보면 ‘해봤다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두 가지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었어요.


첫 번째는 참여자의 입장이 아닌 주최자, 퍼실리테이터의 입장이 된다는 것.

워크샵을 원활하게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다양한 회고 기법을 조사하고, 팀원들의 성향과 기대치를 고려한 콘텐츠를 구성하고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체 일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시간 안배에 신경을 썼습니다. 각 콘텐츠별 목표와 소요 시간을 명확히 설정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여유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이를 통해 제한된 시간 내에 모든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었고, 팀원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고민을 마칠 때의 당혹감은 숨길 수가 없더라고요...)

내년에 같은 워크샵을 또 한 번 진행하거나 다른 워크샵을 기획한다면 어떤 부분에서 고민을 해야 할지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그동안 참여해 왔던 수많은 행사, 웨비나, 워크샵들의 이면에 숨어있을 누군가의 노고를 정말 실감했어요.


두 번째는 혼자 하던 회고를 다른 사람과 함께 해본다는 것.

기존에는 개인적으로 회고를 진행하며 자신의 목표와 성과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워크샵에서는 다른 팀원들과 함께 모여 회고를 진행하면서, 혼자서는 느끼지 못했던 생각과 통찰을 얻을 수 있었어요. 함께하는 회고의 가치를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각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서로의 삶과 노력을 이해하게 되었고, 팀원들과의 신뢰와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었어요. 팀원들이 겪었던 경험과 비슷한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 재미있었고 새로웠습니다.

업무보다는 개인적인 회고에 가까웠기 때문에 공감과 격려가 주였는데, 만약 이번 회고가 업무 중심이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마 서로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는 동일 직무의 팀원 또는 협업 팀원과 함께 진행하게 될 테지요, 협업 방식이나 성과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면 이번과는 또 다른 형태의 통찰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모든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회고 워크샵을 통해 지속적인 개선을 만들어보고 싶음은 당연하고요. 기회가 된다면 좀 더 다양한 형태로 회고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새로운 경험을 가진 회사 밖의 사람들이나 다른 회사에 근무하는 디자이너들이나... 글을 쓰다보니 제 마음이 정리가 되는 것 같네요.

한 해 잘 보내시고, 올해 연말에 새로운 회고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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