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회사에서는 어떻게 일할까?
25년 4월 26일, 강남역 근처에서 진행된 B2B SaaS Maker’s Gathering에 다녀왔어요.
저는 회사 동료를 통해 이 행사를 알게 되었는데요, 행사 이름을 보는 순간 '이건 꼭 가야겠다!' 싶었어요. IT 업계에는 다양한 세미나와 워크숍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B2B SaaS 메이커만 모이는 자리는 정말 흔치 않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디자이너만 모이는 것도 아니고, PO에 개발자까지, 모두 모인다니,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해 주신 영주님이 행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기획하게 된 배경을 들려주셨어요.
개발자이신 영주님은 그동안 B2C 프로덕트를 만드는 조직에서 일해오시다가 B2B 프로덕트를 만드는 조직으로 이직하시면서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라고 하셨어요. 아직은 SaaS 태동기이고, 관련 사례도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메이커들은 어떻게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이런 자리를 기획하셨다고 해요.
저역시 항상 비슷한 질문을 품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다니는 사람이라 영주님의 기획력과 추진력에 박수를 드리고 싶고, 감사했어요 (ㅎㅎ) 덕분에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분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뵐 수 있다니 너무 좋았습니다.
이번 행사는 총 6개의 세션과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활용한 네트워킹으로 구성되었어요.
PO - 디자인 - 개발 - (네트워킹) - PO - 디자인 - 개발 순서였어요. 아무래도 저는 디자이너이다 보니 PM/PO 세션과 디자이너 세션을 가장 기대했습니다. (개발자분들 미안합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차트 쪽 라이브러리와 알림 기능에도 관심이 많은 상태이기 때문에, 개발자분들의 세션도 궁금했어요.
비교적 저에게 인사이트가 많았던 세션들 위주로 간단한 내용과 후기만 남겨볼게요.
1. B2C와 B2B 프로덕트의 차이점
B2C : 개인이 '좋다'싶으면 바로 구매로 이어짐.
B2B : 팀 단위로 사용 가능한지 검토와 보고 절차가 필수 (빠르면 1주일, 평균 2-3개월). 팀 단위로 사용하기 때문에 한 제품으로 최소 n명의 니즈를 해결해줘야 함.
2. B2B 시장에서는 사용자와 구매자가 다르다.
3. 유명한 프레임워크를 쓰기 전에 '지금 우리 제품'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AARRR, TTV, Stickness 같은 유명한 프레임워크가 실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마련이지만 그걸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현재 우리 제품의 맥락에 맞춰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보딩 경험, UX의 흐름, 사용자가 실제로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위주로 보기
4. B2B는 고객 분류별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5 Ways to Build a $100M+ 내용을 바탕으로 고객의 사이즈별로 행위와 지표가 다르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https://nuoptima.com/insights/100m-arr 글을 참고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5.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서
진짜 돈을 낼 만한 프로덕트인지 확인하기 위해 제품 없이 돈을 벌어보기
정성적 정보를 정량화하기 (잠재 고객이 요청하는 기능, 도입 사유, 도입 사유 대비 실제 사용, 이탈 이유 등등)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한다는 관점에서 세일즈 과정을 함께하기
첫 번째 세션으로 다른 회사의 PO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재미있기도 하면서, '결국 다들 큰 틀에서는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인상 깊었던 건,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우리 제품이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검증하려는 자세였어요. 특히 B2B 특성상 데이터를 얻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정성적 정보를 정량화하는 노력이나 개발자들도 같이 고객 미팅에 참석하는 문화 같은 액션들이 기억에 남아요. 결국 핵심은 '고객의 상황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라는 것을 또 한 번 배웠습니다.
1. B2C와 B2B에서 브랜딩의 차이점
B2C : '나 이거 써보고 싶어'라는 마음이 들게끔 감정의 불씨를 키우는 일
B2B : '나 이거 써도 되겠다'라는 마음이 들게끔 신뢰를 쌓는 일
2. 특히 B2B 시장에서의 브랜딩은
구매 주기가 길고, 거래 규모가 크기 때문에 고객들은 브랜드 요소나 콘텐츠를 통해 제품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찾아오는 편
브랜드의 첫인상이므로 차별화가 어려운 시장에서의 유일한 무기
3. 리캐치 리브랜딩 작업 과정
리브랜딩 결정 (ICP를 고려했을 때, 둥글둥글하고 키치한 느낌의 로고가 부족절하다고 판단)
팀원 인터뷰 진행 (팀원들은 리캐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시장에 내보내고 싶은지 인터뷰)
시장에 전달할 키워드 선택 (신뢰, 자부)
로고 제작 및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
웹사이트 리디자인 (이 과정에서 LIMBIC 프레임워크 사용)
이외에도 리드 마그넷, 웰컴 키트 등 다양한 추가 작업 진행
마침 최근에 저희 조직에서도 리브랜딩 작업이 진행되어 예빈님의 세션을 듣는 내내 '우리 팀 브랜드 디자이너들도 이런 과정을 거쳤는데, 고민이 많으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랜딩의 관점에서 보는 B2C와 B2B의 차이점도 흥미로웠고요. '어떻게든 우리 제품이 세상에 알려지도록 하겠다'는 예빈님의 사명감(?)과 태도가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어 개인적으로도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1. 회사의 상황에 따른 일하는 방법
경영진의 뚜렷한 방향성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 문제 정의보다는 실행, 솔루션 검증, 결과 해석에 집중
초기 시작단계로 방향성을 찾아야 하는 경우, 솔루션 보다는 명확한 문제와 목표 정의에 집중
팀 내 리소스가 적은 경우, 사용성 극대화보다는 최소한의 공수로 효율적인 솔루션을 찾기에 집중
2. 업무 성숙도에 따른 일하는 방법
팀에 개념이나 프로세스를 새롭게 도입해야 하는 경우, 워크숍, 스터디 방식을 이용해 미리 필요성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기
마켓핏 발굴에 집중해야 하는 경우, 새로운 프로세스, 시스템 도입보다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구조 유지
3. 주어진 조건 안에서 재료 찾기
정량적인 데이터가 적거나 없는 경우, 정성적인 데이터를 활용 (사용자 피드백, 사용자 인터뷰, 사용성 테스트 등)
정량적인 데이터가 있는 경우, 정량적 데이터를 활용 (클릭 수, 이탈률, 성공률, 시간 측정, 오류율, 만족도 점수 등)
같은 직무라 그런지 제일 인사이트가 많았던 세션이었어요. 네이버, 네이버 웹툰, 링글 같은 다양한 조직에서의 경험을 통해 쌓아오신 그동안의 내공이 잘 느껴지는 세션이었습니다. 프로이동러답게 같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더라도, 조직과 상황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 달라진다는 말씀 하나로 그동안 제가 겪었던 여러 프로젝트들도 함께 정리되는 느낌이었어요. 무엇보다도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최선의 선택과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내가 해볼 수 있는 것'을 끝까지 찾고 활용하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너무 알찬 내용들이죠! 세션 이외에도 네트워킹을 통해 직접 다른 참가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것도 좋았어요. 다른 회사의 디자이너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지, 개발자나 PM이 생각하는 함께 일하고 싶은 디자이너는 어떤 모습인지 물어보고 반대로 답하기도 하며 서로의 궁금증을 풀고 풀어주고... 그런 과정을 통해 또 한 번 배우고, 새로운 자극도 받았습니다.
하반기에 혹은 내년에 또 이런 행사가 열린다면, 그때는 행사가 더 커져서 직무별로 구분하거나 원하는 세션을 선택해서 듣는 형태로 진행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일단은 이런 행사가 있음에 감사하며, 주최해 주신 분들, 좋은 세션 나눠주신 분들께 정말 수고하셨다는 인사로 마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