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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Sep 29. 2021

시중 은행들, 토스 모두 반성 좀 해야 된다

고객 경험 관점에서 아직 국내 금융 시장은 갈 길이 멀다

은행원은 서비스직이고, 높은 수준의 고객 관점을 갖춰야 한다


얼마 전 평일에 H 은행 앱으로 대출을 알아보려 시도했다. 그런데 대출 조회는 공인인증서가 반드시 필요했고, H 은행 앱에 공인인증서 등록이 안되어 있는 상태여서 회사 바로 옆에 있는 지점을 바로 방문했다. 도착해서 대출 창구의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내 앞의 대출 창구 대기 인원은 없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대기 시간이 거의 10분가량 늘어났다. 앞에 대기 고객도 없는데, 왜 이렇게 대기가 긴지 경비원 분에게 물어봤다.


그러니, 경비원 분이 대출 창구에 있는 직원분에게 손님이 기다리신다고 말하셨다. 그러더니 대출 창구에 있는 직원 분이 "아 알아요 잠시만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2~3 분을 더 기다리다가 벨이 울렸고, 결국 창구로 갔다. 창구에 가서 앉았는데, 첫마디가 "무슨 일로 오셨어요?"였다.


기대했던 반응과 달랐다. 약 15분 동안 기다리며 고객이 있는데도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업무만을 하는 것을 보고 '고객 관점의 사고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고객이 있어도 더 중요한 업무가 있을 수 있으니까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창구 앞에 앉아서 첫마디를 들었을 때, 해당 직원분의 고객 관점 사고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사람이 없는 상황 치고 꽤 오랜 시간인 15분 간의 기다림에 대해 "오래 기다리셨죠, 제가 중요한 일이 있어서 양해 부탁드릴게요"와 같은 말이 단 한마디도 없었다는 점에서. 심지어 경비원 분이 한 번 언급을 하고, 직원 분이 모르는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바로 "무슨 일로 오셨어요"부터 나오니 고객 입장에서 그리 기분 좋은 고객 경험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창구에 앉아 있는 은행원은 사무직이지만 동시에 서비스직이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며, 고객의 요청 사항을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도와준다는 점에서 서비스직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서비스직에게는 고객 관점을 체화하고, 고객 입장에서 고객을 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데, 해당 직원 분은 이러한 점에서 고객 관점 사고가 미흡한 분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대출 관련해서 궁금한 점을 질문하다가, 내가 "맥으로 공인인증서가 안돼서 알아보러 왔다"라고 말했다. 해당 직원 분은 이를 듣고 "아, 저는 맥 이런 거 모르고요, 폰으로 신청해보신 다음에 안되면 다시 방문하세요"라고 답하셨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아, 저는 맥 이런 거 모르고요" 이 말도, "아 제가 맥에 대해 잘 몰라서, 이 부분은 도움을 드리기가 힘들다"라고 했으면 충분히 고객 입장에서 이해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 저는 맥 이런 거 모르고요" 식의 답변이 나오니, 이 짧은 답변에서도 고객 관점에서의 태도가 부족한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은행원 분들이 그렇지는 않고, 친절하게 답변해주시는 좋으신 분들도 정말 많다. 이 경험 하나로 모든 은행원 분들을 일반화할 생각도 전혀 없다. 다만 은행은 전사적으로 좋은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가 발생했다는 건 전사 차원에서 고객 관점의 중요성을 전파하는데 미흡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경우는 H 은행이었지만 다른 은행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은행원은 기본적으로 높은 수준의 고객 관점을 필수로 갖춰야 하는 서비스직이다.




개인의 전문 지식 부족, 전사 차원에서의 낮은 사업 퀄리티


그렇게 H 은행을 나와서 바로 옆에 있는 S 은행을 방문했다. S 은행의 공인인증서는 있어서 상담 전에 다시 한번 S은행 앱으로 대출 조회를 해봤다. 그런데 대출 한도 조회가 안된다는 화면이 떴다. 그래서 은행 앱에 나와 있는 대출 조건을 다 만족했는데, 왜 대출 한도 조회가 되지 않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고, 대출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 S 은행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거의 대기 없이, 빠르게 상담 창구에 앉을 수 있었고 직원분도 친절했다. 앱에서 대출 한도 조회가 안되었다고 말했더니,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직원 분과 함께 다시 앱으로 대출 한도 조회를 해봤는데, 이번에도 동일하게 대출 한도 조회가 되지 않는다는 화면이 나왔다.


은행원 분은 화면을 보시더니, 자기도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이를 보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하나는 은행원 개인에게는 직무에 대한 전문성 부족을 느꼈고, 은행에게는 사업 자체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행원 분이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다. 다만 정말 어려운 내용이 아니고, 사회 초년생의 대출 조회 문의 같은 내용에 관해서도 잘 모른다는 건 분명히 자신 직무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경우는 고객이 특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라서, 문제 원인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그에 대한 대안이나 결론을 알려줬어야 했다. 그러나 직원분과의 대화를 통해서는 전혀 문제의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물론 특정 내용이나 문제의 원인 역시도 모를 수 있다. 그러면 자신이 모르는 것이 나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책도 없는 것 같았다. 만약 모르는 것이 나왔으면 일련의 프로세스를 거쳐 고객에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다시 해보시고 안되면 다시 방문해 주세요'라는 답이 나왔기 때문에.


그리고 은행 조직 차원에서는 사업 정리 자체가 잘 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히 같은 은행인데, 오프라인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 분이 모바일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은행들이 요즘 모바일 전용 상품들을 많이 출시하는데, 모바일 전용 상품이더라도 같은 은행에서 일하는 직원분들이 모른다는 건 전사적으로 사업 정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같은 은행인데도 온라인 사업과 오프라인 사업이 연계가 하나도 안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은행은 그 많은 IT 인력들 뽑아서 무슨 일을 시키는지


결국 H 은행과 S 은행 창구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집에서 H 은행 어플에 공인인증서 등록을 시도했다. 정말 공인인증서는 할말하않이다. 분명히 하라는 대로 했는데, 오류가 뜨면서 공인인증서 등록이 되지 않았다. 똑같은 프로세스를 1시간 동안 반복했다. 거기다 또 프로세스는 어찌나 복잡한지. ARS 인증에 OTP 등록에,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록에.. 이게 2021년의 프로세스 맞나 싶었다.


오류 팝업 창도 문제가 발생했다는 내용만 알려줄 뿐, 구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달리 방도가 없으니, 한 번만 더 해보자 하면서 계속했는데, 1시간 만에 어쩌다가 공인인증서 등록에 성공했다. 공인인증서 등록 실패 원인, 성공 원인 둘 다 전혀 알 수가 없다. 똑같은 방법으로 계속 시도했는데, 계속 안되다가 한 번 딱 됐을 뿐이다. 도대체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었길래 실패 원인, 성공 원인을 모르는 프로그램이 나왔나 싶었다.


시중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며 IT 인력을 많이 뽑고 있다. 그런데 그 인력들 데려다가 도저히 무슨 일 시키는지 모르겠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데스크톱 홈페이지, 모바일 앱을 포함한 은행의 IT 수준은 진짜 형편없을 뿐이다.


공인인증서 하나만 봐도 시중 은행들이 대충 트렌드 따라가면서 변화하는 척하며, 실제로는 변화하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 것 같다.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전혀 못 느끼고 있다.

2021년에도 액티브 X 설치를 해야 한다는 게 유머




대출 과정에서 발견한 토스의 다크 패턴 UX


우여곡절 끝에 공인인증서를 등록한 H 은행 앱으로 대출 조회를 해봤는데, S은행과 마찬가지로 대출 조회가 안된다는 내용이 나왔다. 대출 조회가 안 되는 이유를 도저히 앱으로는 알 수 없어서 구글링을 했다. 그 결과 "5일간 신용조회 3번 했다고 대출 막다니…" 기사를 봤다. 핵심은 5일 이내, 3개 이상의 서로 다른 금융사 조회를 하면 비대면 대출 승인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제야 대출 조회가 안 되는 이유가 감이 잡혔다. 대출 조회를 하기 전 토스로 테스트 삼아 대출 조회해본 적이 있었다. 이게 문제의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네이버 앱에서 신용정보 조회 내역을 확인했다. 그 결과 토스로 대출 조회를 때 약 27곳 정도의 신용정보 조회가 발생했었다. 토스에서는 클릭 한 번이었지만, 이것이 내 신용정보에 대해서는 각 금융사의 개별 조회로 뜬 것이었다.

다크패턴 UX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토스 대출 서비스


진짜 토스에게 정말 많이 실망했다. 토스 홈 화면에 있는 대출 조회 과정에서 과다 조회의 경우 1 금융권 대출 제한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경고 문구나 안내 문구가 전혀 단 한 줄도 없었기 때문이다.


토스의 사용자 친화적 UI, UX Writing 다 좋고, 어려운 금융을 쉽게 풀어내기 위한 노력도 좋다. 근데 기본적으로 고객이 특정 행동이나 기능을 사용할 경우,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는 반드시 필수로 안내해야 한다.


만약 토스의 대출 조회 과정에서 "핵심은 5일 이내, 3개 이상의 서로 다른 금융사 조회 시 비대면 대출 승인 제한"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면, 조회를 안 했을 것이다. 그런데 토스에서는 이러한 경고 문구를 단 한 줄도 볼 수 없었다. 사회 초년생이자 금융, 특히 대출에 관해 많은 지식이 없는 나는 대출 조회 버튼을 눌렀다. 평소에 토스를 잘 쓰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의심 없이 괜찮겠지 하면서 눌렀다.


토스 입장에서는 대출 조회 버튼 클릭률, 토스를 이용한 실제 대출 등 이러한 지표가 중요하니 경고 문구를 안 넣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다만 대출 조회는 고객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는 기능이었다. 그런 면에서 대출 관련 토스의 UI/UX는 고객 친화적 UI/UX가 아니라, 다크 패턴 UI/UX일 뿐이다.


이런 다크패턴 UI/UX를 보고 토스의 윤리 의식에 좀 실망하게 됐다. 이승건 토스 대표가 넥스트라이즈 2021에서 토스는 높은 윤리의식을 추구하는 조직이라고 했는데, 실제 사용 경험에서는 높은 윤리 의식을 느낄 수 없었다. 심지어 토스를 통한 대출 조회 및 신용정보 조회 내역도 네이버 앱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네이버 앱 자산등록을 안 해놨다면 나는 아직까지도 원인을 추측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신용점수에는 영향이 없지만, 아직까지 대출에는 영향이 있는 거 같은데요




기존의 시중 은행이나, 금융을 혁신한다는 핀테크 기업이나 반성해야 하고, 아직 갈길이 너무 멀다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기존 금융권 기업들, 핀테크 기업들 모두에게 실망하게 된 경험이었다. 국내 금융 산업은 지금보다 더 근본적으로 급격하게 변해야 한다.


P.S 네이버 기준 내 신용점수는 상위 11%로 내 신용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 20대 평균 점수보다도 훨씬 높다. 대출도 없고, 카드값 연체도 단 한 번도 한 적 없으니 당연한 결과지 뭐. 마지막 대출 조회를 한 후, 10일 간 대출 조회를 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핀다에서 대출 정보가 업데이트 되었다고 해서 다시 한번 대출 조회를 해봤더니,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대출 조회에 성공했다. 그래서 맨 처음에 H은행, S은행 앱에서 대출 조회가 안됐던 이유가 토스로 인한 5일 이내 3회 이상 조회인지, 대출 정보 업데이트가 안되어서 그런 건지 100%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게 됐다. 다만 심적으로는 전자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내 신용에는 문제가 없다. 대출도 없고, 카드 값도 항상 선결제로 잘 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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