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을 믿어야 더 큰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다
최근 PM 역할이 되고, 프로덕트와 팀을 리딩 하는 입장이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개발자 분들과 CX 및 오퍼레이션 업무를 하는 분께 업무 요청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사실 디자이너 분에게도 맡겨야 하는데, 디자이너가 없는 관계로, 직접 피그마 배워서 화면 기획 및 UI/UX 디자인을 조금씩 하고 있다. *PM을 맡게 된 직후에 쓴 글이다.
아무튼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요청하고 맡기며, 업무 요청 및 권한 위임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하게 됐다. 이제 마케터에서 PM으로 전향하고, 본격적으로 업무 요청을 하기 시작한 지 3달도 안됐다. 그렇지만 PM을 한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이것들을 잘 못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협업, 업무 요청, 권한 위임에 대해서 이것저것 많이 생각했고, 현 상황에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을 써내려 간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이 생각들이 또 바뀔 수 있다. 생각이 바뀐 뒤 그때 이 글을 돌아보면, 내가 지금은 뭘 몰랐고, 시간이 지나며 뭘 배웠는지 좀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협업, 업무 요청, 권한 위임의 핵심은 믿음이다. 이 사람이 모든 업무를 한 번에 완벽하게 수행할 것이란 믿음이 아니다. 이건 믿음이 아니라 깨지기 쉬운 바람에 가깝다. 대신 이 사람이 최선을 다해서 업무를 할 것이라는 믿음, 업무에서 실수 혹은 실패해도 금방 복구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실제로 대부분의 실수는 복구가 가능하다. 물론 복구가 안 되는 치명적인 실수가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일은 시스템을 통해 방지해야 한다), 그리고 이 사람이 점점 성장하며 더 탁월하게 업무를 해낼 것이라는 믿음. 이 3가지 믿음이 중요하다.
특히 프로덕트나 팀을 리딩하고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일을 맡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리드하는 입장에서는 본인이 더 많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시간과 체력은 한정되어 있는데 업무가 많다면 더 오랜 시간 일을 하거나, 어느 업무를 포기하거나, 모든 디테일한 부분은 포기하고 최소한으로만 해야 한다.
그 어느 경우가 됐던 리드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첫 번째 경우, 리드가 빠르게 지칠 확률이 높다. 지치면 좋은 컨디션으로 오랜 기간 업무를 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대부분의 사람은 일론 머스크가 아니다. 과도하게 업무를 하면 지칠 수밖에 없다. 또 몸이 지치면, 생각의 속도도 느려지고, 감정도 예민해진다. 그렇게 되면 옳은 의사결정을 할 확률이 자연히 낮아진다. 그러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실패와 리드의 예민함으로 인해 팀 전체의 사기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경우는, 팀원에게 업무를 요청했으면 포기하는 업무 없이 모든 업무를 해낼 수도 있다. 즉, 이건 애초에 리드가 의사 결정을 잘못한 것이다, 정말 요청하거나 넘길 만한 업무가 없어 보여도 잘 생각해보면 있다.
세 번째 경우에는 지금 당장은 괜찮을 수 있다. 다만 디테일한 부분을 계속 포기해 가면서 업무를 한다면,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디테일을 놓친 채 계속 달리는 것은 기술 부채를 쌓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그때 가서 해결해도 괜찮지만, 문제는 사전에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리드가 업무를 요청하지 않거나, 권한을 위임하지 않는다면 반대로 구성원 입장에서는 새로운 업무를 할 기회가 자연히 줄어든다. 즉,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리드가 믿음 대신 의심과 불신을 갖고 업무를 요청하거나 권한을 위임하면, 구성원의 실수, 실패에만 집중하고 지적하기 쉽다. 이렇게 되면 구성원은 필패 신드롬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구성원은 위축되고, 리드는 구성원을 더 의심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리더와 구성원의 업무 효율 모두 떨어질 뿐 아니라, 팀워크가 깨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구성원을 믿지 않고 업무와 권한을 위임하지 않는다면, 조직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없다. 즉, 더 많은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고 풀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리드를 포함한 각자가 더 잘할 수 있는 일, 더 잘해야만 하는 일, 더 중요한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구성원을 믿지 않으면 더 높은 관점에서 더 큰 문제를 풀고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처음 업무를 요청받거나 권한을 위임받은 구성원이 처음부터 일을 잘하면 리드 입장에서는 그것만큼 좋은 게 없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극소수다. 거의 모든 구성원은 처음 해보는 일을 할 때 어느 정도 실수도 하고 몇몇 부분을 놓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못해도, 반복적으로 업무를 하면서 구성원이 더 업무를 잘하게 될 수도 있고,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하고, 더 좋은 해결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그러면 자연히 리드는 더 중요하며 더 큰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고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집중력을 쓸 수 있다.
또한 리드는 자신이 업무를 제일 잘한다는 자만, 자신만 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자만을 버려야 한다. 물론 지금 당장은 리드 본인이 제일 잘할 것이다. 왜냐면 그 일에 익숙하기 때문에. 그러나 그 리드도 처음부터 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러 시행착오들과 실수를 거치며 지금의 숙련도를 얻게 된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앞으로도 항상 해당 업무를 제일 잘할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구성원이 해당 업무에 있어서 재능이 있고, 흥미를 느껴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
물론 이렇게 구성원을 믿고 시간을 줬는데도, 전혀 발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스킬 측면에서는 믿음 대신 불신을 택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업무에 대해 위에 말한 믿음을 다시 가져야 한다. 태도 측면에서는 어떻게든 빠르게 내보내거나 최소한의 잡무만을 주는 게 좋다. 물론 내보내는 건 쉽지 않지만.
그러니 리드 자신, 구성원, 조직을 위해서 구성원들을 믿고 최대한 많은 업무와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결국 조직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업무들의 합으로 이루어지는데, 사람을 불신해서 얻는 이득보다 믿어서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