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H Jan 25. 2023

관점의 차이, 성향의 차이, 전달 방식의 차이

사람과 사람 사이 갈등을 만드는 원인

1.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아와 비아의 투쟁이라고 했다. 자신과 타인 사이의 갈등이 곧 역사라고 말한 것인데, 이는 역사에만 해당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조직 생활 역시 아와 비아의 투쟁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크고 작은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어떤 갈등은 쉽게 풀리기도 하지만, 어떤 갈등은 개인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기도 하고, 조직을 위험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2.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냥 자신과 다른 사람이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나와 다른 사람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3.

관점의 차이를 간단히 말한다면, MBTI의 성향 차이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S 관점의 사람은 오감을 통해 사고하고, N 관점의 사람은 직관을 통해 사고하는 그런 성향 차이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위의 말은 정말 간단하게 말한 것이고, 조직 내에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어떤 대상에 대해 다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 것이 사람 간의 차이를 만들고 차이가 커지면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4.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조직의 투자와 성장에 대해 먼저 규모를 확장을 하고 수익성을 내는 게 우선이라는 관점을 가질 수 있고, 반대로 또 다른 사람은 먼저 수익성을 내고 그 후에 규모를 확장을 하는 것이 맞다는 관점을 갖고 있을 수 있다. 비슷하게, C 레벨을 비롯한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고,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다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어떤 대상에 대해서 모든 사람들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5.

조직에는 생각해야 할 대상이 한 두 가지도 아니고, 또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관점 차이의 수는 조직 구성원이 늘어날 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니 매일 관점 차이로 인한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이를 이해해야, "다른 사람의 관점은 나와 다르구나, 그래서 나랑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이겠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관점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리고 저런 생각을 해야 스스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6.

바꿔 말하면, 내 자신은 내 관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에게 내 주장과 의견을 설명할 때, 내 관점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고, 상대방이 내 말을 이해할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다. 내 관점을 알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판단을 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즉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여러개의 구체적인 사례를 나열하고 이를 묶을 수 있는 한 단계 상위 레벨의 단어를 떠올리면, 어떤 관점으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요약해서 말할 수 있다.



7.

관점은 시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상황과 경험이 변하면, 생각도 그에 바뀌어서 변한다. 따라서 한번 내 관점을 정립했다고, 관점에 대한 메타인지를 그만 두면 안된다. 계속해서 내 스스로의 관점에 대한 메타인지를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며 관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는 것도 아마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8.

관점과 비슷하게, 사람의 성향도 다 달라서 성향 차이로 인해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것도 MBTI로 따져보면 사고를 중시하는 T 성향의 사람과 감정을 중시하는 F 성향의 사람, 두 사람의 차이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 성향 차이도 관점과 마찬가지로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사소하게는 재택을 선호하는지, 사무실 근무를 선호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 내가 내 성향에 대해서 정확히 알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들에게 내 성향을 말하고, 또 다른 사람의 성향을 들으면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최적의 방안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9.

관점, 성향과 함께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만들어 내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전달 방식의 차이이다. 어떤 사람은 결론만 말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배경부터 시작해 과정을 자세하게 말하고 결론을 말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기'가 직장에서 인정받는 언어 습관이라는 말이 있고, 실제로 어느정도 맞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결론만 중요할 때도 있고, 결론까지 어떤 배경과 과정을 거쳐 왔는지가 더 중요할 때도 있어서 항상 결론만 말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10.

처음부터 결론만 딱딱 말하는 것이 잘 되는 사람도 있고, 머리로는 아는데 실제로는 잘 안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런 걸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고. 근데 결론부터 말하지 않는 사람과도 어쨌든 일은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달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고, 내 전달 방식은 어떤지, 또 상대방의 전달 방식은 어떤지를 이해해야 한다. 다만 아무리 사람마다 전달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공통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꼭 있다. '말을 해야 할 때 꼭 하기', '상대방을 존중하며 말하기'. 전자와 후자 모두 전달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허용되는 내용이 아니다.



11.

상대방을 존중하며 말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무리 조직 생활이 아와 비아의 투쟁이라고 해도, 서로 싸우려고 만난 게 아니다. 한 조직 내에 속해 있으면, 결국 매일 얼굴 보면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해야 한다. 사실 매일 보는 사이든, 한번만 볼 사람이든, 내가 보고 대하는 모든 사람들은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서 인성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예의와 존중 역시 지능이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학문적으로 아무리 똑똑하고 뛰어나도 사회적 지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12.

번외로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않는 것은 갈등 상황에서 도망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말을 해야 할 타이밍에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 수록 문제는 더 악화될 뿐이다. 참고로 높은 직급에 올라갈 수록 구성원을 대변해서, 더욱 나서서 말해야 할 경우가 많이 생긴다. 



13.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 차이와 갈등은 관점의 차이, 성향의 차이, 전달 방식의 차이로부터 발생한다. 그리고 이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자신의 관점, 성향, 전달 방식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타인의 관점, 성향, 전달 방식을 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타인의 관점, 성향, 전달 방식을 바꿀 수는 없다. 다만 나와 타인의 관점, 성향, 전달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를 대화로 잘 풀어내려 한다면, 갈등을 한층 더 유연하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판 기간, 헌신 기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