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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Feb 01. 2023

CS 하기 싫으면 스타트업 PM 하지 마세요

스타트업 PM이라면 반드시 CS를 한 번은 해봐야 합니다

1.

얼마 전 지속적으로 컴플레인을 걸었던 고객을 대응하느라, 이틀 동안 주 업무를 제대로 못한 적이 있었다. 바로 답변할 수 있는 것은 답변하고, 바로 답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물어보면서 답변을 전달하며, 컴플레인에 최선을 다해서 응대했다.



2.

사실 고객의 과실로 일어난 문제라서 조직 측에서 해줄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사실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매뉴얼을 이야기하고, 응대를 안 해버리면 그만인 일이었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고객 한 명 한 명을 정성스럽게 응대하는 것이 브랜딩 관점에서 중요하다는 신념에 따라, 해당 이유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그 고객이 또 다른 질문과 항의를 하면 이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정성을 모두 들여서 답변을 했다.



3.

고객과 직접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고객들에게 안 좋은 내용도 많이 들어봤지만 이틀 내내 성난 목소리의 고객을 대하는 것은 생각보다도 더 힘든 일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또 우리 조직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는데 컴플레인을 계속해서 들었기 때문에 더 지치고 힘들었다. 마치 짱구에 나오는 유리 엄마의 토끼 인형이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4.

그렇지만 다시 똑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똑같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고객에게 공감하며 친절한 답변을 해줄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모든 고객 한 명 한 명이 중요하고, 이들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정성을 들이는 것이 조직의 성장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된다는 신념이 있으니까. 이 신념은 참고로, '확장 가능하지 않은 일을 하라'라는 글을 보고 갖게 된 신념이다.



5.

이 글에서 '스타트업이라면 고객 한 명을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이 글에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은 'PM이라면 반드시 CS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CS 하기 싫다면, PM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지은 것이다.



6.

여러 PM 관련 책을 보면 '사용자 인터뷰의 중요성', '고객의 소리 듣기' 뭐 이런 내용으로 고객을 직접 만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PM들이 고객을 만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일은 맞지만, 'PM이라면 반드시 CS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끌어 낼 만한 내용이 아니고, 더군다나 사용자 인터뷰는 진정한 날 것의 CS도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CS는 메일, 전화, 문자로 오는 고객들의 컴플레인이다.



7.

PM이 CS를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태도 때문이다. CS 대응을 통해 프로덕트와 조직, 비즈니스를 위해서 팔 걷어붙이고 손에 흙 묻혀가면서 가장 궂은일을 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8.

CS는 고된 일이다. 어떤 진상을 만날지도 모르고, 예상을 뛰어넘는 컴플레인을 받아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보기에 투입 시간 대비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PM이라면 한 번은 CS를 해봐야 한다. PM이라면 남들이 꺼려하는 궂은일이라도, 프로덕트와 조직, 비즈니스를 위해서 할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9.

물론 PM의 주 업무는 CS 대응이 아니기 때문에, 몇 번은 PM이 CS를 대응하더라도, 자동화 혹은 CS 담당자를 지정하는 것도 반드시 해야 한다. 꼭 CS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모두가 꺼리는 궂은일이라면, PM이 나서서 해야 한다.



10.

여러 직무 교육 플랫폼이 광고에서 'PM은 연봉이 높다', 'PM은 유망하다' 이런 광고를 하면서 PM이라는 직무가 정말 고급진 직무인 것처럼 말한다. 또 흔히 PM에 대한 인식은 PM이라면 데이터를 분석해서 인사이트를 뽑고 또 전략을 짜고, 제품을 개선하는 그런 멋있어 보이는 일만 한다고 생각한다. 'PM은 미니 CEO다'라는 문구가 유명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11.

사실 'PM은 미니 CEO다'라는 말과 동시에 'PM은 청소부다'라는 말도 있는데, 이 말은 딱히 별로 인용되지 않는 것 같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지만 다들 청소부 보다 CEO을 원하는 것은 당연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CEO가 조직에서 진짜 청소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걸 잘 모르는 듯하다. CEO, 리더라면 흔히 '짜친다'고 표현하는 자잘한 일을 구성원보다 먼저 나서서 도맡아서 해야 한다. PM도 마찬가지이고. 그런 면에서 PM이 미니 CEO인 건 맞는 것 같다.



12.

PM은 보이는 이미지처럼 고상한 직무가 아니다. 조직과 비즈니스, 프로덕트를 위해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먼저 나서서 해야 하는 직무다. 그리고 PM을 하고 싶다면 또 PM으로 있다면 언제든 궂은일을 먼저 할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데이터 분석 능력, 똑똑함 이런 것은 그다음이다. PM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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