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H Jan 10. 2024

마이크로 매니징은 무조건 나쁜가요?

성공한다면 디테일한 디렉팅, 실패한다면 마이크로 매니징

1.

흔히 마이크로 매니징은 나쁘다고들 얘기한다. 마이크로 매니징은 받는 사람의 사기는 저하시키고 수동적으로 만들고, 반대로 지시를 하는 사람의 경우 수행자를 못 믿게 만들어서, 마이크로 매니징은 조직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2.

맞는 말이다. 분명 마이크로 매니징의 폐해는 명확하다. 그러나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것보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못하는 것이 더 나쁘다는 말도 있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일의 목적 및 프로세스, 필요한 것, 디테일 등을 세세하게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마이크로 매니징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이를 모른다는 것이고.



3.

제일 이상적인 것은 마이크로 매니징을 할 수 있는 만큼의 실무적 역량은 있지만, 마이크로 매니징을 실제로는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마이크로 매니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마이크로 매니징을 해야 하는 가장 흔한 경우는 서로 다른 구성원 간 목적과 목표를 비롯한 일에 대한 이해도 혹은 지식이 다를 때, 업무를 대하는 애티튜드가 다를 때 등등이 있다.



4.

사실 마이크로 매니징이라는 단어 자체에는 좋다, 나쁘다는 가치 판단이 들어가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단어로 쓰이고 있어서, 여기서는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로 사용할 예정이다. 마이크로 매니징과 반대되는 긍정적인 단어로는 디테일한 디렉팅이라는 단어를 쓸 예정이다.



5.

보통 일을 진행할 때 일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은 사람이, 혹은 일에 대한 애티튜드가 더 좋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디렉팅 혹은 요구사항을 전달하게 된다. 어딘가에서는 이를 두고 마이크로 매니징이라고 하겠지만. 당연한 현상이다. 일에 대해서 더 깊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더 좋은 애티튜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 명확한 요구사항과 디렉팅을 해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결과물이 전체적인 일의 목적과 목표에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6.

마이크로 매니징 혹은 디테일한 디렉팅은 꼭 동일 직무의 상하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 직급의 서로 다른 직무에서도 발생할 수도 있고, 직급과 직무가 다른데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분명 디테일한 디렉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7.

예를 들어서 한 프로젝트의 데드라인이 3일 남고, 해야 할 일은 6일 분량인 상황에서 일을 맡은 사람이 무엇을 해야 할지 혹은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모를 때, 프로젝트 및 일의 목적과 목표를 더 잘 아는 사람의 디테일한 디렉팅이 필요하다.



8.

실제 담당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과 하면 좋은 일, 안 해도 상관없는 일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 혹은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발생한다. 이 이해도는 지식의 부족에서 비롯하는 경우도 있고, 조직 전체와 프로젝트의 목적과 목표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비롯하는 경우도 있다. 후자가 바로 태도의 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경우다.



9.

이 상황에서 디테일한 디렉팅, 혹은 마이크로 매니징은 나쁜 것이라면서 그냥 놔두면 프로젝트는 실패하고 만다. 이 때는 프로젝트 및 일의 목적과 목표를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디테일한 디렉팅을 내려줘야 한다. 반드시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들의 구분, 그리고 해야 할 일들 중에서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디렉팅 등등을 해야 한다.



10.

축구 감독 중 펩 과르디올라라는 감독이 있다. 엄청나게 디테일하게 선수들에게 디렉팅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선수들의 동선과 위치에 따라서 아주 세세한 디렉팅을 내린다. 어느 정도냐면 '특정 위치에서는 왼 발로 받아야 더 다양한 패스 선택지가 생기니, 특정 위치에서는 왼발 트래핑 후 패스를 해라' 정도의 수준의 디렉팅까지도 한다.



11.

엄청나게 디테일한 디렉팅이다. 그러나 누구도 펩의 이런 디테일한 디렉팅에 대해서 마이크로 매니징이라고 하지 않는다. 왜냐면 실제로 바르샤에서는 6관왕, 맨시티에서는 트레블이라는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고, 또 현대 축구의 전술적 흐름을 바꿨기 때문이다. 펩의 지도를 받는 선수들 역시도 디테일한 디렉팅에 불만을 가지기보다는 펩의 디렉팅을 통해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었다고 말한다. 또 펩의 디렉팅을 받고 싶어 하는 선수들도 많고. 물론 즐라탄 같은 예외 케이스도 있긴 하다.



12.

이를 봤을 때, 마이크로 매니징과 디테일한 디렉팅을 가르는 중요한 차이 중 하나는 결과의 성패 여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성공하면 디테일한 디렉팅이 되는 것이고, 실패하면 마이크로 매니징이 되는 것이고. 아마 펩도 성과를 못 냈다면 마이크로 매니징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13.

펩의 사례는 아니지만, 디테일한 디렉팅과 마이크로 매니징을 가르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로는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인 것 같다. 디테일한 디렉팅을 내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성향이 아닌 조직과 프로젝트의 목적에 맞춰서 디테일한 디렉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또한 단순히 지시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메시지 자체를 전달하는 방식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14.

반대로 디테일한 디렉팅을 받는 입장에서는 단순히 하나하나 다 통제하려 든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스스로 어떤 것이 부족했는지, 또 내가 진행하고 만드는 방식과 결과물이 디렉팅에서 요구하는 방식과 결과물과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점차 디테일한 디렉팅을 받는 빈도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15.

앞서 말했지만,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것보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못하는 것이 더 나쁘다. 그리고 마이크로 매니징은 상황에 따라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할 수도 있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최소화하면서 조직 측면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디렉팅을 하는 사람, 디렉팅을 받는 사람 모두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PM은 꼭 필요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