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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Nov 20. 2024

신규 입사자 온보딩에서 체계보다 더 중요한 것

최소한의 친절함

1.

새로운 회사에 들어간다는 건 언제나 떨리는 일이다. 회사 경력이 얼마 없으면 없는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또 많은 회사를 다녔다면 그런대로 또 한 회사만 오래 다녔다면 그 나름대로의 떨림과 긴장이 있다.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 전혀 다른 낯선 세계에 발을 내딛는 것이기 때문이다.



2.

면접 때 실무자와 HR 담당자가 말한 여러 가지 장점을 들었어도, 처음 새 회사를 가는 건 떨리는 것에 더해 긴장될 수밖에 없다. 복지, 동료, 체계, 사람, 분위기 등등 모든 게 완벽한 회사는 없고 아무리 잡플래닛의 후기가 좋다고 해도 굉장히 제한된 정보만을 갖고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현직자가 아무리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말해도 사람들이 조직을 이루는 곳에는 팀바팀, 사바사가 있기 때문에 정말 좋은 사람만 있는지도 알 수 없다.



3.

그래서 신규 입사자는 자연히 얼마 동안의 기간에는 자연스럽게 회사에 있는 내내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똑같이 Jira를 쓰더라도 이전에 내가 속한 회사에서 쓰던 규칙과 새로 들어간 회사의 사용 규칙이 다를 수도 있고, 똑같은 PRD를 쓰더라도 회사마다 또 팀마다 강조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자연히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4.

신규 입사자가 새로운 회사에 적응을 한다는 것은, 외부인이 새로운 집단에 녹아드는 것과 같다. 과장해서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는 것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 굵직한 것부터 시작해 사소한 거 하나하나에 적응을 하고 새로운 규칙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5.

그래서 신규 입사자가 왔을 때 기존의 있던 사람들의 반응이 매우 중요하다. 이 반응에 따라서, 신규 입사자가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는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제는 온보딩이라는 용어가 널리 퍼져서, 어느 회사를 가도 온보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HR이 전사 차원에서 알아야 할 것들을 온보딩 하고, 실무 담당자가 실무 차원에서 알아야 하는 기본 개념들을 온보딩 하는 식이다.



6.

보통 스타트업에서 진행하는 온보딩의 경우, 실무 쪽에서는 평소에 온보딩 자료를 만들고, 매번 업데이트하다가 신규 입사자가 올 때마다 온보딩 자료를 통해서 온보딩을 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 정보가 담긴 링크 몇 개 혹은 전체 정책 문서를 전달하면서 한번 읽어보고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달라는 경우가 많다.



7.

그럴 수 있다. 왜냐면 스타트업에서 실무를 하는 사람들은 항상 해도 해도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신규 입사자를 대비해서 미리 온보딩 자료를 만들어 놓기 힘들다. 또 신규 입사자가 들어온다는 것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당장 오늘내일까지 해야 하는 일에 치여서 신규 입사자가 오는 당일까지도 온보딩 자료를 준비 못할 수도 있다.



8.

그러다 결국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링크 몇 개를 전달하고 '읽어보고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하는 동시에 한 두 기간의 미팅을 잡아서 이런저런 것들을 알려주려고 한다. 그러나 그 문서는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라 현재 상황과 다른 부분이 많고, 미팅에서는 실무자 입장에서 여러 시간을 거쳐 몸으로 체득한 것을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말로 설명하려니 눈높이에 맞게 설명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아는 것과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에.



9.

그래도 괜찮다. 문서가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어도, 설명이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 다만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최소한의 친절함'과 '잘 배운 다정함'이다. 아무리 신규 입사자가 사전에 문서와 슬랙을 통해서 히스토리를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그래서 기존 실무자 입장에서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신규 입사자 입장에서는 모를 수 있다.



10.

그래서 아무리 문서를 주고, 여러 자료를 준 다음에 신규 입사자가 자료에 있는 질문을 물어봐도, '자료에 있어요', '문서 읽어 보셨어요?', '검색해보셨어요?'라는 답변 대신에 '그것은 어떤 것이고, 그건 특정 자료에 있다. 그리고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어디를 찾아보면 더 쉽게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친절한 답변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 입사자가 '검색해보셨어요?'라는 답변을 들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자료와 문서의 체계는 둘째 치고, 최소한의 친절함이 갖춰지지 않은 답변이기 때문이다.



11.

신규 입사자가 최소한의 친절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팀에 좋은 이미지를 갖기 힘들고 새로운 조직에 대한 적응 역시 느려질 수밖에 없다. 긴장이 빨리 풀어져야, 빠르게 팀에 적응을 해서 업무를 하고 성과를 낼 텐데, 최소한의 친절함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더 긴장을 하게 되고 더 적응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12.

이러한 최소한의 친절함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아니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서 최소한의 친절함도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친절함이 필요한 순간 친절함을 발휘할 수 있다. 온보딩에서 체계적으로 잘 정리된 문서보다 중요한 건, 최소한의 친절함이다. 문서는 부족해도 나중에 수정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친절함이 없어 만들어진 부정적인 첫인상은 바꾸기 힘들다.



13.

참고로 최소한의 친절함 외에, 실무 온보딩에서 기능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보다 진짜 중요한 것은 프로덕트와 프로세스의 전체 구조를 물 흐르듯 설명하는 것이다. 세부적인 것은 언제든 문서 찾아보면서 보완할 수 있다. 신규 입사자가 전체적인 프로덕트와 프로세스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세부적인 사항에서 모르는 것이 생기더라도 어디를 찾아봐야 할지 알 수 있다. 만약 전체적인 것을 알려주지 않고 세부적인 사항만 설명한다면, 신규 입사자는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하나하나 더듬어가면서 전체를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실무 차원에서의 이해가 더 느려질 수밖에 없다.



14.

또한 설명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아는 것과 자신이 아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 머릿속으로 나는 알겠는데, 아는 것을 표현하지 못해서 답답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 '설명을 잘 못한 것 같지만, 나는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신규 입사자가 자신이 아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지, 자신만 알고 있는 건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잘 전달할까에 초점을 맞추고, 상대방이 이해를 못 한다면 왜 이해를 못 하는 것일까를 파고들어서,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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