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는 절대 성장의 비법이 될 수 없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면 "이 강의 하나면 퍼포먼스 마케팅 완전 정복", "이 강의 듣고 퍼포먼스 마케터로 취뽀했어요!" 이런 류의 카피가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 강의 광고를 많이 볼 수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하나도 모르고 알려줄 사람도 없지만, 바로 업무를 해야 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스타트업 신입 마케터에게, 그리고 퍼포먼스 마케터 혹은 그냥 마케터로의 취업을 꿈꾸는 취준생들에게 정말 혹할 만한 광고다.
그도 그럴 것이 퍼포먼스 마케팅에 필요한 구글 애널리틱스 같은 툴은 접할 기회도 많지 않고, 다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생소한 용어는 덤이다. 처음에는 이탈률과 종료율도 뭐가 뭔지 헷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딱 실무에 필요한 스킬만 알려준다고 하니, 많은 스타트업 마케터들과 취준생들은 퍼포먼스 마케팅 강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도 F사, T사, B사, 무료 강의 등 여러 강의를 들어 봤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퍼포먼스 마케팅 강의 듣는다고, 퍼포먼스 마케팅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온라인 교육 업체 입장에서는 "이 강의 하나면 퍼포먼스 마케팅 완전 정복"이라는 마케팅 카피 당연히 쓸 수 있지만, 실제 수강하는 입장에서는 절대 저 강의 하나 듣는다고 퍼포먼스 마케팅을 완전 정복할 수 없다.
강의 하나 듣고 퍼포먼스 마케팅 완전 정복할 수 있다는 말은, 유명한 입시학원 다니기만 하면 서울대 입학할 수 있다는 말이랑 똑같은 소리다. 즉 강의 수강만으로는 절대 실력이 안는다는 말이다.
퍼포먼스 마케팅 강의는 만능이 아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강의의 효과를 따지기 전에, 먼저 자신이 강의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정확히 정의하고 고민해야 한다. '자신이 찾는 것의 정의가 빈약하면 그것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즉, 강의를 통해 자신이 어떤 스킬을 배우고 강의를 듣는 것의 목적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확히 정리하고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강의 들으면 실무에서 쓸 수 있는 거 많이 배우고 실력 늘겠지' 하는 생각으로 강의를 듣는다면, 수박 겉핥기식으로 강의를 들을 수밖에 없다.
퍼포먼스 마케팅 강의는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들을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즉, 스스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실력을 늘리기 위해 공식 가이드도 찾아보고, 구글링도 열심히 해보고, 주변에 물어보기도 하고 이런 노력이 선행되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무작정 '난 퍼포먼스 마케팅 잘 모르고 내용 알아보는 것도 힘드니까, 그냥 강의에서 말해주는 것만 알고 하라는 대로만 해야지'라는 생각으로는 절대 강의를 듣는다고 실력이 극적으로 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자신의 실력 상승을 강의 하나에 의존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이러한 태도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퍼포먼스 마케팅 강의를 듣는다고 실력이 극적으로 늘지 않는 주요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정말 1회성 웨비나가 아닌 이상, 퍼포먼스 마케팅 강의를 찍어서 올리는 시점과 퍼포먼스 마케팅 강의를 수강하는 시점 사이에는 몇 달 간의 간격이 발생한다. 이는 퍼포먼스 마케팅 강의를 듣는다고, 실력이 오르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그 몇 달 사이에 구글 애널리틱스, 페이스북 광고 관리자 등 주요 툴은 계속 업데이트된다. 새로운 기능이 계속해서 생기고, 또 몇몇 기능은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강의 내용을 현재 실무에 완벽히 적용할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유니버셜 구글 애널리틱스와 GA 4이다.
물론 이런 대규모의 업데이트는 흔하지 않다. 그렇지만 극단적으로 기껏 해서 유니버셜 구글 애널리틱스 강의를 다 들었더니, 막상 실무에서 GA4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유니버셜 애널리틱스 강의는 아무 쓸모가 없어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페이스북 광고 관리자, 구글 애즈 등 직접적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툴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왜냐면 눈으로 보이는 기능 및 툴 업데이트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광고 성과 향상과 관련한 알고리즘이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바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극단적인 예시이지만, 이번 애플 iOS 14.5 업데이트로 인해 페이스북 광고 관리자를 비롯한 3rd party 광고 매체들은 거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알고리즘 업데이트를 진행해야 했다. 이런 경우 페이스북 광고 강의에서 배운 공식들로 광고를 집행해도,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이야 GA 4 업데이트, iOS 14.5와 같은 거대한 변화가 어쩌다가 한 번 일어났지만, 앞으로 이렇게 거대한 변화가 더 자주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퍼포먼스 마케팅 실력을 강의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뀐 게 있다면 강의를 촬영할 당시와 강의를 듣는 지금, 산업, 아이템, 경쟁사, 경쟁 구도 등이 모두 바뀌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어디선가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서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당시의 성공 공식이 지금의 성공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퍼포먼스 마케팅 강의의 광고와 상세 페이지를 보면, "100억 써본 마케터가 노하우를 전부 알려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100억을 집행할 수 없는 마케터나 취준생 입장에서는 100억 안 쓰고도 노하우를 전부 알 수 있으니까, 정말 저 카피를 보고 혹할 수밖에 없다.
근데 조금 비판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다. 그 100억을 썼으니까, 그만큼의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100억을 쓰고도 노하우가 없다면, 그게 더 문제다. 다시 말해, 100억을 집행한 사람의 퍼포먼스 마케팅 노하우를 전부 들어도, 실제로 100억을 쓰지 않으면 그만큼의 노하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핵심 노하우만 콕콕 집어 듣는다 해도, 결국은 실제로 돈을 써보는 경험을 해야 실력이 늘 수 있다.
그리고 강사가 여러 회사를 거치며 다양한 산업에서 다양한 아이템을 마케팅했다고 하더라도, 지금 자신이 속한 산업이 다르고, 마케팅하는 아이템이 다르다면 강사의 노하우를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딱 참고 정도만 하는 것이 좋다.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배달의 민족 마케팅과 토스 마케팅은 전혀 다르다. 뷰티 업계의 마케팅과 온라인 강의 업계의 마케팅은 전혀 다르다. 즉, 각 업계 별로 성공 공식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강사는 자신이 익숙한 업계를 예시로 퍼포먼스 마케팅 강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 강사는 모든 업계에서 통용되는 퍼포먼스 마케팅 성공 공식을 알 가능성이 낮다. 그렇기 때문에 노하우를 들을 때는 "아 저 업계에서는 저렇구나, 저걸 활용해서 가설을 세우고, 우리 업계에서도 통용되는지 실험해야겠다" 정도로 참고하며 듣는 게 베스트이다.
결국 모든 산업, 아이템의 퍼포먼스 마케팅 근간에는 '이미지로 시선을 끌어야 한다, '핵심 카피에서 고객이 얻을 수 있는 베네핏을 잘 보여줘야 한다' '프로덕트가 좋아야 한다' 등의 본질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건 강의 안 듣고도, 몇 번 광고해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건 퍼포먼스 마케팅 스킬이라기보다는 그냥 마케팅의 기본 적인 개념이기도 하고. 이 내용을 알기 위해 퍼포먼스 마케팅 강의를 듣는 건, 비용 및 시간 측면에서 너무 아깝다.
사실 이 글 하나로 나만의 퍼포먼스 마케팅 학습 방법까지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글이 또 길어졌다. 강의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퍼포먼스 마케팅 학습 방법은 다음 글에 이어서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