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ASH May 03. 2021

어우 얘, 증말 어설프게 할꺼면 안하는게 어뜨까 싶어

휴먼여정체로 본 트렌드와 밈 활용법

감탄이 절로 나오는 '지그재그x윤여정' 광고


최근 가장 핫했던 콘텐츠 중 하나를 꼽으라면, '지그재그x윤여정' 광고를 꼽을 것이다. 윤여정의 이미지와 지그재그가 말하는 '니 맘대로 사세요'라는 카피가 절묘히 맞아떨어지며 근 몇 년간 가장 인상적인 광고가 탄생했다.


브랜딩을 위해 여러 가지 의미를 한 문장에 함축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광고를 보자마자 '중의적 의미 활용은 이런 식으로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여정 말고 그 어떤 모델이 '니 맘대로 사세요'를 이렇게 잘 살릴 수가 있을까 싶다. 거기다 영화 티저를 보는 듯한 영상미까지,


윤여정이 미나리를 통해 한국인 최초로 오스카 수상을 한 것도 '지그재그x윤여정' 광고를 더 핫하게 만든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오스카 수상을 염두에 두고 모델을 선정한 것은 아니겠지만, 운까지도 정확히 맞아떨어져서, 지그재그의 윤여정 모델 선정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지그재그의 윤여정 모델 선정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디테일로 트렌디함과 브랜딩을 잡은 지그재그


'지그재그x윤여정' 광고도 충분히 인상 깊었지만 진짜 탄성을 내뱉은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휴먼여정체'로 작성한 지그재그의 앱 업데이트 설명이다. 보자마자 지그재그의 디테일에 감탄했다.


사실 앱 업데이트 문구는 앱 프로덕트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 아니면 그냥 지나치기 쉬워서, 작성하는 입장에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도 지그재그는 이런 사소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 감탄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유튜브도 업데이트 문구에 '버그를 수정하고 오후 반차를 썼습니다' 등의 문구를 사용하며, 디테일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처음 봤을 때도 센스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지그재그 문구를 봤을 때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었다.


지그재그의 휴먼 여정체 업데이트 문구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바로 우리가 광고를 통해 지그재그와 윤여정이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그재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광고를 통해 지그재그 하면 윤여정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서, 지그재그의 휴먼여정체가 더욱 큰 임팩트를 남겼다. 만약 지그재그가 휴먼여정체 대신, 최준 말투나 다른 밈을 사용했다면 이만큼 임팩트가 있진 않았을 것이다.


이번 글처럼 지그재그의 앱 업데이트 문구가 여기저기서 공유되고, 이슈 되며 지그재그는 또 한 번의 마케팅 효과를 누리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보자마자 감탄했던 지그재그의 앱 업데이트 문구



트렌드, 밈 사용의 핵심은 브랜드와의 연관성이다


윤여정과 휴먼여정체의 인기가 높아지며, 여기저기서 휴먼여정체를 이용한 콘텐츠와 마케팅 문구를 볼 수 있다. 얼마 전 CJ ONE 앱 푸시를 받았다. 푸시 문구에서 휴먼여정체를 써서 센스 있게 고객들의 관심을 유도할 의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한 마케팅 문구가 되었다. 첫째로 메인 텍스트 맨 앞부분에 '(휴먼여정체)'라고 써서 자연스러운 느낌이 줄어들었다. 설명이 필요한 드립은 실패한 드립이라는 말이 있는데, '(휴먼여정체)'라는 설명을 써서,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


둘째로, 이모지 사용 때문에 휴먼여정체의 느낌이 들지 않는다. 휴먼여정체로 쓰인 다른 글들을 보면, 이모지 사용을 한 글은 없다. 휴먼여정체의 핵심은 텍스트를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윤여정이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이모지가 이를 방해하고 있다. 현실에서 이모지를 말할 수 없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셋째로, '(광고)', '무료거부' 등의 문구가 휴먼여정체를 방해한다. 이것들은 광고성 앱 푸시를 보낼 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이러한 문구들은 특정 컨셉이 주는 느낌을 약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휴먼여정체를 쓰지 말고, 평범하게 고객들이 얻을 수 있는 베네핏을 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결정적으로, CJ ONE과 윤여정은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 지그재그는 윤여정이 광고 모델이었기 때문에, 앱 업데이트 문구에서 휴먼여정체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지그재그 하면 윤여정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CJ ONE과 윤여정의 연관성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지그재그와 CJ ONE의 휴먼여정체를 놓고 봤을 때, 지그재그는 윤여정이 바로 떠올랐고, CJ는 그렇지 않았다. 이것이 휴먼여정체의 효과에 대해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휴먼여정체라고 말하지만, 전혀 느낌이 나질 않는다.





꼼꼼히 따져보고 밈, 유행어 사용을 결정해야 한다


휴먼여정체의 사례는 아니지만 잘못된 트렌드, 밈 활용이라고 생각하는 예시를 하나 더 발견했다. CJ ONE의 경우와 달리 충분히 문제 소지가 있는 예시다(CJ ONE의 경우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을 뿐). 바로 문토의 '문딱딱씨, 필요없는 얘기 다 빼시고요"라는 카피다.


문토는 마케팅 카피에 최근 논란이었던 서예지가 생각나는 카피를 사용했고, 개인적으로 실패한 마케팅 카피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예지 사건 자체가 모두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그러한 사건에서 나온 문구를 활용했으니, 당연히 많은 사람이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는 카피가 나올 수가 없다. 그리고 서예지 사건 자체는 하나의 트렌드나 유행도 아니었다. 연예계의 가십거리 중 하나였다.


사적으로 또는 공적인 콘텐츠가 아닌 커뮤니티 글에서는 이런 문구도 유머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마케팅, 카피에 관해서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날이 서 있는 듯한 요즘 상황에서는 한 번 더 생각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트렌드, 밈을 활용한 마케팅 카피는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고 사용해야 한다




어설프게 따라할 바에는 안 하는 게 낫다


밈이나 트렌드는 지그재그처럼 활용한다면 많은 사람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에게 굉장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CJ ONE처럼 사용한다면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고. 또, 문토처럼 잘못 사용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밈 혹은 트렌드를 활용할 때는 정말 이 밈과 트렌드가 우리 브랜드와 서비스가 지향하는 이미지와 맞는지, 고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문제는 없을지 정말 꼼꼼히 따져가며 사용해야 한다. 어설프게 따라 할 바에는 안 하는 게 낫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 쓸 이유가 없는'서비스는 실패한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