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H Apr 22. 2021

'안 쓸 이유가 없는'서비스는 실패한다

'꼭 써야만 할 이유가 있는' 서비스여야 성공한다

우리 서비스 어때요?


어떤 이유로 나에게 평가를 요청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들의 서비스에 대해 평가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두 번 있다. 하나는 MVP를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였고, 하나는 MVP를 만들려고 하는 서비스였다.


평가 요청을 받으며,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서비스 피드백을 요청했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좋게 봤다는 뜻이니까(너무 자의적인 해석인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감사하기도 하고, 나에게도 이러한 경험이 흔치 않은 만큼 최선을 다해 서비스와 서비스의 BM에 대해 생각해서 피드백을 보냈다.


MVP가 나온 서비스는 직접 가입해서 이것저것 눌러보며 써보고 답장을 보냈다. MVP 제작 예정인 서비스는 서비스에 대해 들은 설명과 내가 가진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떻게 서비스가 나아갈 수 있을지를 곰곰이 생각해 피드백을 했다.


* 편의상 이 이후로 MVP가 나온 서비스를 A 서비스, MVP 제작 예정인 서비스를 B 서비스라고 한다. 그대로 풀어서 써버리면 글이 길어져 읽는 입장에서, 글이 이해하기 어렵게 될까 봐.




'안 쓸 이유'는 없는데, '반드시 써야만 할 이유'도 없네요


두 서비스에 각각 답장을 보냈다. 두 서비스에 공통적으로 내가 보낸 답장의 핵심을 딱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안 쓸 이유'는 없는데, '반드시 써야만 할 이유'도 없네요."


A 제품은 MVP라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UI는 깔끔하게 구성했고 소셜 로그인 기능까지 지원하는 등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B 제품은 제작자의 설명을 바탕으로 내 머릿속에서 MVP를 만들어서 구현했다.


두 서비스 모두 안 쓸 이유는 없는 서비스였다. 그러나 반드시 써야만 할 이유가 있는 서비스는 아니었다. 두 서비스의 분야를 고려했을 때, 이미 시장에 자리를 확고히 잡은 경쟁 서비스들이 많았다(요즘 경쟁 업체가 없는 분야는 없긴 하지만).


두 서비스 모두 소비자 입장에서 기존 서비스를 저버리고, 옮겨갈 만큼 매력적인 서비스가 아니었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 일정 수준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Wow Moment가 있는 서비스가 아니었다.

어도비의 제품은 제품 그 자체만으로도  반드시 써야만 할 이유다





쓰지 않을 이유 보다, 써야만 할 이유가 필요해요


그리고 두 서비스 모두에게 다음과 같은 피드백을 보냈다. "'안 쓸 이유' 대신 '반드시 써야만 할 이유'를 만드는 데 집중하셔야 할 것 같아요."


안 쓸 이유가 없는 서비스는 세상에 정말 많다. 아니 사실 세상의 모든 서비스는 안 쓸 이유가 없다. 그러나 반드시 써야만 하는 서비스는 세상에 몇 없다. '안 쓸 이유가 없는 서비스'와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반드시 써야만 할 이유가 있는 서비스'는 전혀 다른 서비스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전자는 곧 없어질 서비스이고, 후자는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서비스이다. 전자는 대체가 가능하지만, 후자는 대체가 불가능하다. 소비자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제공해야만 '반드시 써야만 할 이유가 있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대체 가능한 가치를 제공하는 신규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에 밀릴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안 쓸 이유가 없는' MVP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써야만 할 이유가 있는' 서비스로 빠르게 발전해나가야 한다.

쿠팡을 써야만 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로켓배송




신규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보다 10배 더 뛰어나야 한다


신규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보다 10배 더 뛰어나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힘들다. 소비자들은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서, 익숙함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기존 서비스에는 결제 내역, 적립된 포인트 등 기존 서비스를 이용하며 쌓아온 나만의 자산이 있다. 즉, 소비자들에게 신규 서비스를 사용하라고 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기존의 자산을 포기하고 새로운 자산을 쌓으라는 말과 같다.


그래서 신규 서비스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신규 회원 가입 쿠폰, 적립금 등 직접적인 새로운 자산을 주는 것이다. 또 클릭 몇 번으로 기존 서비스의 내역 및 자산을 신규 서비스로 옮기고 연동시키는 기능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빠르게 자산을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소비자들은 신규 서비스가 정말 혁신적이지 않으면, 기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기 때문에 신규 서비스 입장에서는 이렇게 소비자들을 움직일 전략과 기능이 필요한 것이다.

신규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토스의 프로모션




고객들이 우리 서비스를 반드시 써야만 할 이유가 뭘까?


세상의 모든 신규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라는 챔피언에 도전하는 입장이다. 신규 서비스는 챔피언이라는 기존 서비스를 이길 수 있도록 철저한 전략을 준비하고,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기존 서비스가 챔피언이라는 자리에 괜히 올라간 것은 아닐 테니.


다음 질문을 항상 생각하며 신규 서비스를 만들면, 시장에서 살아남고 기존 서비스를 이길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고객들이 우리 서비스를 '반드시 써야만 할 이유'는 뭘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