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전달 방식, 목적
최근 마케팅에서 콘텐츠 마케팅이 점점 더 핫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콘텐츠의 중요성, 콘텐츠의 힘, 자신만의 콘텐츠 등을 강조한 아티클 등, 콘텐츠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콘텐츠가 많아지며 콘텐츠 마케팅이 더욱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애플과 구글의 개인보호 정책으로 인한 리타겟팅(퍼포먼스) 광고가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며 콘텐츠 마케팅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물론 퍼포먼스 마케팅도 여전히 중요하다.) 이러한 현상에 맞춰, 세계적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이 언급한 "최후까지 살아남는 마케팅은 '콘텐츠 마케팅'일 것이다"라는 말도 재주목 받고 있다.
* 디즈니가 가진 콘텐츠의 힘을 분석하고,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 빅히트와 BTS의 성공 등으로 여기저기서 콘텐츠가 성공의 필수 요소라는 듯한 말이 나오고 있다. 위 기업들은 모두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라, 여기서의 콘텐츠는 IP의 개념이고 콘텐츠 마케팅에서의 콘텐츠가 아니긴 하다. 그래도 이런 콘텐츠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 콘텐츠 마케팅의 중요성을 더 많이 알린 것 같긴 하다.
요즘은 하루에도 수백만 개의 콘텐츠가 쏟아진다. 콘텐츠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기업들부터, 콘텐츠 그 자체가 비즈니스인 기업들이 수많은 콘텐츠를 쏟아낸다. 나처럼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세상에 알리는 창작자들도 셀 수 없이 많다. 브런치,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콘텐츠가 나오는 채널도 엄청나게 많다.
사람들은 이 많은 콘텐츠를 전부 소비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 관심 있는 몇 개의 콘텐츠만 집중적으로 소비할 뿐, 나머지 콘텐츠는 피드에서 쓱 보고 넘긴다. 쓱 보고 넘기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눈길 한 번 못 받는 콘텐츠도 무수히 많다.
이런 상황에서 마케팅 콘텐츠에 대한 고민 없이, 콘텐츠 마케팅이 유행이라는 것을 보고 콘텐츠만 찍어 낸다면 바로 마케팅과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성공적인 콘텐츠 마케팅을 위해서는 마케팅에 필요한 콘텐츠를 이해해야 한다.
마케팅에 필요한 콘텐츠는 크게 3가지의 핵심 요소를 갖고 있다. 메시지, 전달 방식, 목적이다.
메시지란 콘텐츠를 통해 고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다. 마케팅을 위한 콘텐츠에서는 주로 제품 혹은 회사의 장점이 핵심 메시지가 된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은 저렴해요", "우리 제품은 사용하기 편해요" 등이 핵심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또는 "저희 회사는 이런 장점이 있어요"도 핵심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하나의 콘텐츠에 여러 메시지를 모두 담으려 하는 것이다. "우리 제품은 저렴하기도 하고, 사용하기도 편하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사용하고, 디자인도 이뻐요."의 4가지 메시지를 한 콘텐츠에 모두 담는 식이다.
이때는 각각의 장점을 강조한 콘텐츠 4개를 따로 만드는 것이 고객들에게 메시지를 정확하고 강렬하게 전달하기 더 좋다. 한 번에 4가지의 메시지를 던질 때, 이를 모두 인지할 수 있는 고객은 거의 없다. 1가지의 메시지가 담긴 콘텐츠도 고객들이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4개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면 말할 것도 없다.
즉 고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메시지를 선택할 때는 가장 중요한 1가지 메시지만 남기고, '중요하지만 덜 중요한' 메시지는 다 빼버려야 한다. '중요하지만 덜 중요한'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면, 차라리 새로운 콘텐츠를 하나 더 만드는 게 낫다.
마케터라면 꼭 봐야 하는 책 '스틱'에서는 "한 번에 세 가지를 말한다면 아무것도 말한 게 아니다"는 구절이 나온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선별해서 전달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전달할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메시지를 선정했다면, 그다음에는 전달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전달 방식은 말 그대로 어떤 형식으로 콘텐츠를 보여주고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크게는 어떤 형태의 콘텐츠로 보여주느냐를 정해야 한다. 이미지 콘텐츠를 인스타그램이라는 채널로 보여줄 수도 있고, 텍스트 콘텐츠를 블로그나 브런치로 보여줄 수도 있고, 영상 콘텐츠를 유튜브로 보여줄 수도 있다. 가장 효과적인 콘텐츠의 형태는 사업과 제품에 따라 달라진다.
마케팅을 위한 콘텐츠는 여기서 한발 더 들어가, 세분화된 전달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 한 콘텐츠 형태 내에서 전달 방식에 관한 세부 콘텐츠 유형을 고민해야 한다.
만약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메시지를 이미지 콘텐츠로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하자. 제품 평균 가격과 자사 제품의 가격을 그래프로 비교하는 이미지로 만들어서 보여주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또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구입한 실제 고객들의 후기를 이미지로 만들어 보여줄 수도 있다.
가성비 아이템 추천 목록을 만들고 그 목록 안에 자사의 제품을 보여주며 저렴한 가격을 강조할 수도 있다. 웹툰을 이용해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을 할 수도 있고, 최근 유행하는 밈(Meme)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할 때도, 비교, 후기, 스토리텔링, 밈 사용 등 다양한 메시지 전달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즉, 효과적인 콘텐츠 마케팅을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달 방식을 집요하게 고민해야 한다.
콘텐츠 마케팅에서의 콘텐츠는 분명한 궁극적 목적이 있어야 한다. 콘텐츠 자체에서 수익을 낼 것이 아니라면, 콘텐츠 자체에 대한 좋아요, 팔로워 증가 등은 궁극적 목적이 될 수 없다. 좋아요, 팔로워 수 등은 마케팅과 사업에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하는 허상 지표에 더 가깝다.
콘텐츠를 통해 고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자사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인지, 고려 등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의 콘텐츠는 분명한 하나의 목적을 가져야 한다. 하나의 콘텐츠가 브랜드 인지, 신규 고객 획득, 전환, 기존 고객 유지, 추천 등의 목적을 한 번에 전부 가질 수는 없다.
AARRR 퍼널에 비춰서 봤을 때, 마케팅 콘텐츠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로 제품 및 브랜드 인지(Awareness), 신규 고객 획득(Acquisition)이 된다. 추가로 제품, 브랜드에 대한 고려(Consideration)도 될 수 있다.
마케팅 콘텐츠 만으로 바로 수익(Revenue)과 재구매 혹은 기존 고객 유지(Retention)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가격이 아무리 저렴하고,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콘텐츠를 딱 처음 보고 바로 구매를 결정하는 고객들이 많지는 않다.
수익과 리텐션을 위해서는 고객이 느끼는 제품에 대한 기대감과 이를 충족시키는 제품의 완성도가 필수고, 고객이 Wow Moment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공유 및 추천(Referral)도 마케팅 콘텐츠의 주요 목적이 될 수 있다. 공유, 댓글 작성 이벤트 관련 콘텐츠가 공유 및 추천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가진다.
메시지 선정과 마찬가지로, 콘텐츠의 목적 역시 1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의 콘텐츠로 모든 목적을 다 달성할 수도 없고, 다 달성시키려다가 하나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온다.
마케팅 콘텐츠의 핵심 요소 3가지, 메시지, 전달 방식, 목적을 모두 고려한다면, 콘텐츠 하나를 만들 때에도 수많은 경우의 수가 나온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2개이고, 전달 방식이 2개고, 목적이 3개라고 할 때 2x2x3 = 12, 즉 총 12가지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12가지를 다 파악하거나 만들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의 개념은 머릿속에 그려놔야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사업 성장에 도움이 되는 목적이 분명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콘텐츠 마케팅은 단기간에 극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힘들다. 최소 6개월 이상은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고,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며 꾸준히 제품과 회사의 팬을 쌓아야 한다. 이미 소비해야 할 콘텐츠가 많은 상황에서, 고객들은 새로운 콘텐츠 하나만 보고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한 콘텐츠가 소위 말해 '터지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콘텐츠의 퀄리티, 고객들의 반응, 타이밍, 운 등 여러 가지가 모두 맞아 들어가야 한다. 더군다나 마케팅에서는 한 번 터트리는 것보다 터트린 이후 그 성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고 어렵다.
콘텐츠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무작정 '일단 콘텐츠 마케팅을 하면 고객들이 좋아하고, 매출은 늘어나고 우리 사업은 성장하겠지'하는 생각은 몽상에 가깝다. 그렇게 콘텐츠를 만들면 효과도 없다. 세상에 봐야 할 양질의 콘텐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고객들은 수준 높은 콘텐츠가 아니면 눈길 조차 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콘텐츠 마케팅을 할 바에야, 제품 개선이나 기존 고객 유지 등 다른 업무에 힘과 노력, 시간을 쏟는 편이 더 낫다.
콘텐츠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고,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매일 치열하게 고객들의 관심을 끌만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