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시작하게 되었던 그날
날짜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2016년이라고 생각해서 당시 사진들을 찾아봤더니, 2017년 6월쯤이었다. 2016년의 서울은 너무 더웠다. (물론 2024년의 여름과 비교할 순 없지만) 걷는 걸 좋아해서 퇴근길에 역삼에서 뱅뱅사거리를 지나 양재역을 거쳐 우면동의 오피스텔까지 종종 걸어 다녔다. 퇴근 후 답답한 마음을 음악을 통해 달래며 걸으면 풀리진 않지만 더는 꼬이지 않는 마음을 토닥이며 내일을 맞이하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약 5 km를 걸어 다녔는데 그럴만했지만, 특히 여름에는 습한 바람을 맞으며 걸어올 때마다 땀은 비 오듯이 차올랐고 물이 그리웠다. 물속에서는 땀이 나도 모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면이 산인 곳에서 태어났지만, 바다를 좋아한다.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햇빛을 온몸으로 맞고 있으면 세상에 원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진다. 무소유는 행복이라 누가 말했던가.
퇴사를 하고 부모님 댁으로 내려와 재택을 시작했다. 해외 오피스 시간에 맞춰 주로 아침 7시-8시에 식탁으로 출근을 했다. 다행히 우리 집은 아침 일찍 사우나를 다녀오시는 아버지 덕에 6시면 다 기상 및 식사를 함께하곤 했다. 오후 4시쯤이면 퇴근을 했고, 오후 시간에 뭘 할지 고민이었다. 친한 친구들은 다 서울에 있고, 고향인 곳엔 오래된 유학생활로 인해 아는 이가 없었다. 퇴근하고 오신 어머니와 주로 드라이브를 가서 강가나 둘레길 주변을 걷는 걸 했는데, 여름이 오니 엄마도 나도 힘들어했고 뭔가 움직이고 싶은데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던 나는 근처 10분 거리에 수영장을 찾아갔다.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있던 수영장이라 20년은 족히 흘렀으리라. 지금의 많은 새로 생긴 수영장들과는 달리 10층짜리 건물 9층에 자리 잡고 있었고, 통창을 통해 넘실대는 물에서 오후반 어머님들이 건강을 위해 아쿠아로빅을 하는 모습을 보며, 수영은 나이 들어도 할 수 있으니까 해보는 거지 뭐 했다.
수영이 처음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나와 동생을 수영장에 보냈었다. 집에서 걸어가면 1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쌍둥이 수영장(현 청주수영장)이 있었다. 영법을 어떻게 배웠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물속에 들어가서 숨을 참고 몸을 굼벵이처럼 말아 올리면. 물 표면 위로 둥둥 떠오르던 그 기분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나오면 레인옆 매점에서 먹던 핫도그 냄새는 잊을 수가 없다. 500원 내고 먹는 그 핫도그 때문에 추워도 수영장까지 걸어 다녔고, 입에 핫도그를 물고 제대로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이 꽁꽁 얼어 덜렁덜렁 고드름처럼 달려있었어도 춥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의 작은 기억을 떠올리며 강습을 등록했다.
내일부터 물속에서 첨벙첨벙 물 엄청 먹겠구나 했던 나는 이제 8년 차 수영인이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