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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얼룩 - 에피소드 1

두 걸음 더 지나고

by 화륜



나는 오늘 죽으려 했습니다




한 시의 구절을 떠올리며
뜨거운 김을 내는 욕조 속에 담긴 눈사람처럼



조금은 차가워진 파란색 물을 보면서


어쩌면 미지근하게

나와 체온이 동일해져 가는 것을 느끼며



일본의 작가가 말한
느린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봤습니다


서로 등을 맞대고 기대며

이 삶을 버티고
오랫동안, 아주 오랜 세월 추위를 견뎠습니다



나에게도 작은 새가 있었습니다
하늘을 누비던 마음을 여전히 기억합니다


예기치 못한 일과 함께 묻어두었지만




사실은 이미 알고 있던
그러나 끝내 부정하고 있던 사실을


누군가 헤집어버렸습니다


노크 없이 불쑥 들어와 난도질하고 떠나갔습니다




나의 손 끝은 점차 파랗게 물들어 갔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숨을 쉽니다



다만 파란 내가 되었습니다



푸른 얼룩이 잔뜩 생긴 나도 다를 건 없지만


이제는 따뜻한 잠을 자고 싶었습니다



조금 더


길어진 죽음을 향해


파란 발자국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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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오늘은 안녕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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