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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Jun 09. 2020

OPT 중지에 대한 미국 로스쿨 유학생의 생존전략

Surviving the OPT Apocalpyse

OPT를 시작하면 받을 수 있는 노동허가증(EAD), 이미지 출처: US Government (public domain)

COIVD-19 사태로 미국 경기가 침체되자 반 이민정책을 펴왔던 트럼프가 꺼낸 카드는 OPT에 칼을 대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5월 말까지 OPT관련 정책의 변화를 발표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6월 한 주가 거의 다 지나도록 답이 없는 것을 보면, 그만큼 행정부와 이민당국이 OPT에 대하여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이번 시간에는 OPT 프로그램이 중지되면, 미국 로스쿨 유학생들에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해볼 예정이다.


일단 OPT 프로그램의 핵심은 "F-1 학생비자로 미국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졸업 후 1년(STEM은 3년) 간 미국에 체류하면서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합법적 체류"와 "노동허가"라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유학생들이 미국으로 유학 오는 가능 큰 이유가 바로 F-1 비자로 대학원 -> OPT -> H1B 취업 -> 영주권을 통한 미국 이민의 경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OPT 프로그램이 중지/취소된다면 이 중간 단계 하나가 사라지는 것인 만큼 유학생들에겐 미국 취업에 큰 난항이 예상된다.


이 문제를 미국 로스쿨 유학으로 특정하자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우선,  변호사 시험(혹은 이하" 바 시험")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체류 신분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일반적인 미국 JD나 LLM 과정은 5월 중순에 학위 과정이 종료되는데, 바 시험은 7월 말로 예정되어 있다. (물론 올해는 COVID-19 때문에 일정을 미뤄서 가을 시험을 보는 주들이 많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5월 말~7월 말까지 약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바 시험공부를 해서 바 시험을 보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인 루트이다.


그런데 OPT가 없으면, 로스쿨을 마친 유학생들은 졸업일부터 최대 60일까지만 Grace Period 적용을 받아서 미국에 임시 체류할 수 있다. 즉, 5월 중순에 보통 졸업식이 있는데, 7월 중순까지만 미국에서 바 시험을 공부할 수 있는데, 7월 말에 있는 바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한국에 갔다가 시험을 치르기 위해 다시 미국에 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졸업 직후 귀국해서 바 시험 준비를 한국에서 하고 시험 일주일 전쯤에 미국 입국하여 시차 적응과 컨디션 조절을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또한, 미국 현지 취업 및 실무 경력을 쌓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일부 상위권 로스쿨 재학생들이나 그 외에 학교에서 성적이 아주 뛰어난 학생의 경우에는 OCI(On Campus Interview)로 미리 졸업 전에 취업을 컨펌받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로스쿨 학생들의 취업 활동은 졸업 이후, 특히 바 시험 직후에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바 시험이 끝난 직후 8월부터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까지가 주된 미국 현지의 변호사 채용 시즌이다. 물론 10월 이후에도 간간히 채용 활동이 이루어지긴 하지만, 아무리 늦어도 추수감사절까지는 채용이 마감된다.


OCI로 컨펌을 받지 못한 로스쿨 유학생들의 경우에는 이 시기에 취업을 하여, 다음 해 4월 1일에 있을 H1B 취업비자를 스폰서해 줄 수 있는 직장을 찾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대형 로펌들은 이미 OCI를 통해 필요한 모든 신입 변호사를 충당하지만, 간간히 졸업 이후에도 이런 식으로 대형 로펌에 취업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만약 OPT가 중단된다면, 이 경로가 거의 차단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론상 화상채팅으로 면접을 보거나, 매번 비행기 타고 입국하여 대면 면접을 볼 수도 있지만 쉽지 않다. 그나마 COVID-19 덕분에 화상회의나 미팅이 확산되어 채용과정에서도 화상면접이 쉬워질 가능성도 있긴 하다. 그런데 고용주입장에서 직접 내일이나 모레 자기 사무실을 방문할 수 있는 지원자와 화상으로 시차를 고려해서 만나야 하는 지원자를 비교할 때 비슷한 조건이면 전자에게 마음이 갈 것이다)


취업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미국 현지 실무경력을 쌓기도 어려워진다. 로스쿨 졸업 후 현지 취업에 뜻이 없는 유학생들이라도 졸업 후 최소 1년 정도는 OPT로 비영리단체나 중소규모 로펌에서 파트타임이라도 일하면서 실무 경력을 쌓으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미국 변호사는 졸업 직후 약 2~3년간의 트레이닝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OPT로 1년 남짓한 시간조차 현지 실무 경력을 쌓지 못하고 귀국한다면 한국에서 제대로 된 트레이닝을 받기가 쉽지 않고, 취업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생존 전략은?


만약 OPT가 중단/취소된 상태에서 내가 로스쿨에 재학 중이거나, 입학 예정이라면 다음과 같은 행동을 취할 것이다. 


1. 취업 경로의 다양화

이상적으로 OCI를 통한 대형 로펌 취업이 가장 이상적인데, 만약 현실적으로 이 방법이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OCI를 통하지 않은 대형 로펌 취업은 네트워킹을 통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많은 노력과 운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 외에는 국제기구를 노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제기구 취업을 위해서는 학부나 로스쿨 재학 시절 국제기구 인턴십 경험이 중요한데, 학기 중에 파트타임으로 국제기구 인턴십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 취업의 가능성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OPT가 중지된 상태라면 많은 유학생들이 한국 로펌이나 대기업으로 몰릴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에도 한국에서 인턴 한 경험이 있으면 미국 현지에서 애매한 곳에서 인턴십 한 것보다 한국 취업에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쓰다 보니 결국은 인턴십으로 귀결이 되는데, 그만큼 미국 변호사 취업에는 방학 중이나 학기 중에 인턴십 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 입학 연기 및 휴학

위의 방법보다는 조금 더 극단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OPT 프로그램이 일시 중지되는 것은 가능하더라도 아예 취소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이를 잠시 피해서 입학 연기나 휴학을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남자 유학생의 경우에는 로스쿨 합격 후 혹은 재학 중에 군 복무를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혹은 재학 중에 휴학 후 한국에서 다른 업무나 일자리를 찾아볼 수도 있다. 내 로스쿨 학생 시절에 내 동기 한 명은 로스쿨에 대해 회의가 생겨, 휴학하고 잠시 한국에 있는 비영리단체에서 2년 정도 펠로우로 근무했다가 복귀한 경우도 있었다.


3. 선행 학습 및 로스쿨 공부방법 변화

위에서 언급했듯이, 대형 로펌 취업의 핵심은 1학년 성적이고, 1학년 성적을 잘 받으면 이후 2, 3학년 성적도 잘 받을 수 있다. 로스쿨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중요한데, 왜냐면 OCI를 통하지 않더라도 졸업 후 취업에 GPA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선행학습"이라는 것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어감을 가진 표현이긴 한데, 미국 로스쿨 유학생들 입장에서는 선행학습을 하면 남들보다 더 앞서갈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권장하고 싶다. 사실, 체류 신분의 문제 때문에 유학생들은 이미 현지 학생들보다 출발점부터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 선행학습은 이 간극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미 2L, 3L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성적은 중요하다. 만약 OCI에서 오퍼를 받지 못하더라도 졸업 시 cum laude, manga cum laude를 받을 정도의 성적이 된다면, 취업 시장에서 남들보다 훨씬 앞서갈 수 있다. 만약 본인이 1L 때 뛰어난 성적을 받지 못했다면, 자신의 공부 방법 중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석하고 앞으로 성적을 올리기 위에서 공부 방법을 어떤 바꿔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답글을 통한 이 글에 대한 의견이나 코멘트, OPT에 관한 질문이나 문의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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