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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Jun 23. 2020

법률신문 기고: '웰컴 투 비디오' 손정우의 미국 처벌

Welcome to USA

얼마 전 제가 한국 법률신문에 손정우 사건과 관련해서 기고한 글이 개제 되었습니다.


신문기사: 파일 바로가기 (PDF)
웹페이지: https://www.lawtimes.co.kr/Legal-Opinion/Legal-Opinion-View?serial=162279


본문:

(시작)

'웰컴 투 비디오'라는 세계 최대의 아동음란물 유포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최근 형기를 마친 손정우(영문명 Jongwoo Son)가 이제는 미국의 환영(welcome)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다크웹을 기반으로 둔 이 웹사이트는 전 세계적으로 이용자가 3000명이 넘었고 조사 결과 2~5세 심지어는 신생아를 대상으로 하는 음란물이 약 20만 개, 총 8테라바이트 가량 적발되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손정우는 이미 한국 법원에서 아동 청소년 보호법과 정보통신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어 1년 6개월이 선고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4월 말 형기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범죄인 인도요청을 근거로 현재까지 구금되어 있다. 만약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강영수 부장판사)가 인도를 허가한다면 손정우는 미국 법정에서 한국의 처벌과는 비교도 안될 '시즌2'를 겪어야 할 수도 있다. 


손정우의 미국 내 기소가 진행 중인 법원은 연방 지방법원 워싱턴 D.C. 지부(United States District Court for the District of Columbia)인데 이 곳은 필자가 로스쿨 졸업 직후 재판 연구원으로 근무한 곳이다. 당시 연방 판사 밑에서 각종 영장의 적법성 및 해외 범죄인 인도조약 관련 검토를 많이 했는데 한국인이 인도 요청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2018년 8월 연방 검찰은 손정우를 아동음란물 홍보(1) 및 홍보 공모(1), 아동음란물 제작(1), 아동음란물 유포 공모(1), 아동음란물 유포(2), 불법 자금세탁(3) 등 총 9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이 중에서 범죄인 인도요청은 불법 자금세탁 혐의를 주된 근거로 하고 있는데 손정우가 이미 한국에서 아동음란물 유포죄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와 언론은 손정우가 미국에 인도되더라도 중형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러나 손정우가 일단 미국에 송환되면 중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로 미국 내 처벌이 불법 자금세탁 죄로 한정된다 하더라도 기소 건수가 늘어날 수 있으며 둘째로 여전히 미국에서도 아동음란물 유포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불법 자금세탁 죄는 최대 20년의 징역이 가능한 범죄인데 손정우가 이 혐의에 대하여 3건이나 기소된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이론상 최대 60년의 징역이 가능하다. 더불어 손정우가 미국 내 범죄 수익을 한국 계좌로 송금했을 경우 이를 매회 추가 혐의로 기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불법 자금세탁 죄만으로도 형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에서 아동음란물 유포죄의 처벌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왜냐하면 미국 법원이 '이중처벌 금지의 원칙'과 '특정성의 원칙'을 적용해온 선례 때문이다. 연방 수정헌법 5조에는 '그 누구도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두 번 처벌받지 아니한다'라고 적혀있다. 여기서 '동일한 범죄(same offense)'를 해석하는데 '이중 주권의 원칙(Dual-Sovereignty Doctrine)'이 적용될 수 있다. 이중 주권의 원칙이란 '하나의 행위(conduct)'가 서로 다른 두 국가의 법을 각각 위반한다면 '다른 범죄'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2019년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인 Gamble v. United States, 139 S. Ct. 1960 (2019)의 피고인은 '중범죄자 총기 소지 금지법'을 어긴 죄로 주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했는데 이어서 연방 검찰로부터 동일 범죄 행위를 근거로 유사한 연방 총기 소지 금지법으로 기소를 당하자 이중 처벌 금지의 원칙에 따라 연방 기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하나의 범죄 행위가 두 국가를 상대로 피해를 입힐 경우 양국이 이에 대하여 대응할 각각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두 개의 다른 '범죄들(offenses)'로 취급되어야 한다"라며 "더 나아가 이 원칙은 연방정부와 주 정부 사이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와 외국 정부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라고 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한국에서 손정우가 이미 한국법상 아동음란물 유포죄로 처벌받았다고 하더라도 이중 주권 원칙에 따라 한국에서 처벌된 범죄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아동음란물 관련 혐의 6건과 '동일한 범죄'가 아니라는 미국 법원의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 제15조에 명시되어 있는 '특정성의 원칙' 때문에 손정우가 미국에 송환되더라도 아동음란물 관련해선 처벌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특정성의 원칙(Rule of Specialty)을 정의한 조약 원문에 따르면 "이 조약에 따라 인도되는 자는 '인도가 허용된 범죄 또는 다른 죄명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인도의 근거가 된 범죄 사실과 같은 사실에 기초한 범죄' 이외의 범죄로 청구국에서 구금되거나 재판받거나 처벌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해 미국 법원은 '다른 죄명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인도의 근거가 된 범죄 사실과 같은 사실에 기초한 범죄'라는 개념을 비교적 폭넓게 해석하여 동일한 범죄 행위에 기반한 다른 범죄의 처벌을 용인해 왔다. 


대표적인 예로 워싱턴 D.C.의 연방 항소 법원 판결인 United States v. Sensi, 879 F.2d 888 (1989)가 있다. 이 사건에서 FBI는 영국인 Sensi가 워싱턴 디시에서 일할 당시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신고를 받고 이를 수사하여 전신환 사기, 장물 소지 혐의 및 절도 등 총 26건의 혐의로 Sensi를 고소했으며 영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미국이 인도요청 시 영국에 제출한 서류는 공소장 사본, 기소 내용에 관한 법 조항, 관련 증인의 진술서 및 치안판사가 발부한 체포영장 등이었다. 


영국 법원은 이러한 서류들을 바탕으로 Sensi의 행위가 영국법상 총 18건의 절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Sensi를 미국에 송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법정에 서게 된 피고인은 공판을 거쳐 총 26건의 혐의 중 21건에 대하여 유죄가 확정되었고 피고인은 이것이 "영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있는 '특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공소장 기각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연방 항소법원은 해당 인도조약에 명시된 특정성의 원칙에 등장하는 '다른 죄명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인도의 근거가 된 범죄 사실과 같은 사실에 기초한 범죄'라는 부분을 언급하며 "인도의 근거가 된 죄목과 인도 이후 처벌된 죄목이 정확히 같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더 나아가 "처벌된 죄목이 조약상 인도 가능한 범죄이며 그 혐의가 인도 청구 시 피청구국에 제시된 증거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한 특정성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를 손정우 사건에 대입할 경우 미국 법무부가 송환 요청을 할 당시 제출한 서류에 아동음란물 유포죄가 명시된 공소장과 아동음란물 관련한 사건 담당 조사관의 진술서 등이 포함되었다면 불법 자금세탁을 근거로 손정우가 송환되더라도 미국에서의 아동음란물 유포죄 처벌이 특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만약 그렇게 되면 손정우의 미국 기소 9건 모두에 대하여 유죄가 확정된다고 가정했을 때 처벌의 범위는 최소 징역 50년부터 최대 200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손정우에게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한국 법원이나 정부가 송환 결정을 내리면서 명시적으로 기소 내용이나 최대 형량을 제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United States v. Campbell, 300 F.3d 202 (2d Cir. 2002)에서는 코스타리카 정부가 피고인 Campbell을 인도하면서 여러 가지 조건을 명시했는데 그중에는 '피고인에게 부과되는 징역이 총 50년을 넘지 않도록 할 것'과 '범죄 은닉과 회피 죄는 (코스타리카 법상) 공소 시효가 지났기에 이를 근거로 처벌하지 않을 것' 등이 있었다. 


이후 Campbell은 공판을 거쳐 총 15건의 범죄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고 판사는 징역 155년을 선고했지만 동시에 '코스타리카 정부의 요청에 따라 피고인은 50년 만을 복역한 후 출소시킨다'라는 조건을 판결문에 명시했다. 이에 대해 Campbell은 155년을 선고한 것 자체가 인도조건 위반이라며 불복했지만 연방 항소법원은 "최대 수감기간을 50년으로 제한했기에 문제없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추어 봤을 때 한국 법원이나 정부 측에서 손정우를 미국에 송환하되 위의 Campbell 사건처럼 특정 범죄에 대한 처벌을 금지하거나 형량의 최대한도를 명시한다면 미국 입장에서 이를 존중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전히 어느 정도의 처벌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많은 의문이 존재할 수 있지만 어느 쪽이든지 한국 법원과 법무부가 옳은 판단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김정균 해외통신원(버지니아 주/워싱턴 D.C./뉴욕 주 미국변호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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