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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Jun 30. 2020

3개월 만에 재판 출석

mixed feelings

3월 초 미국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어 법원이 모든 사건을 속행(continue)하고, 6월 말쯤이 되어서야 조금씩 재판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거의 3개월간 집에서만 일하고, 재판에 출석하는 일이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재판을 목적으로 법원에 출석하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랜만에 슈트를 입으려고 보니, 3월 초 날씨가 쌀쌀할 때 마지막으로 입었던 겨울용 슈트가 걸려있었다. 부랴부랴 드라이클리닝을 마친 여름 슈트를 찾아서 입으니 허리가 약간 죄어왔다. 작년 여름에 입었을 때는 허리가 약간 헐거웠는데, 그 사이에 확자가 되어버렸다. 셔츠를 입으니 목도 약간 좁아진 것 같은 느낌 아닌 느낌. 구두에는 먼지가 쌓여서 구둣솔로 한번 털어내야 했다.


그 사이에 법원도 많이 바뀌었다. 우선 입구에서 발열 체크는 기본이고, 법정 내 좌석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스티커로 지정된 자리에만 앉을 수 있게 해 놨다. 사람들은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법정 내 수용 인원이 크게 줄어서 법정에 들어가지 못한 변호사와 경찰관, 일반인들은 법원 복도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사이 이 곳 검찰부(Office of Commonwealth Attorney)의 정책도 바뀌어서, 더 이상 트래픽 코트에 검사가 상주하지 않는다. 내 사건은 예전에 검사와 사전 합의가 된 사건이라 큰 영향을 받진 않았지만, 앞으로 실형 가능성이 낮은 경범죄는 검사가 공소를 유지하지 않고 경찰관이 검사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지역 형사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의뢰인들을 위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갑론을박을 하고 있는데, 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내 생각에는 근소하게 변호사가 있는 의뢰인에게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건 진행 중에 약간의 해프닝이 생겨서 예상보다는 사건이 길어졌지만, 결국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잘 해결되어 의뢰인은 행복한 마음으로 집에 갈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사건을 종결할 때마다 집에 가는 길에 법원 근처의 스타벅스에서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며, 시럽 듬뿍 든 라테를 사주곤(?) 했는데 최근 늘어난 허리둘레 때문에 이번은 패스하게 됐다.


그래도 오랜만에 법원에 나가서 사건을 하나 해결하니 뭔가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음 역시 무엇보다 집에서 컴퓨터나 두들기는 것보다, 구둣발로 법정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뭔가를 해내는 것이 더 적성에 맞다. 마치 테니스 대회를 치르는 것처럼 아드레날린이 뿜뿜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도 빨리 더 법원이 정상화돼서 법원 갈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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