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균 미국변호사 Jul 11. 2020

미국 법무부 장관과 맨해튼 검사장의 코미디

한국이나 미국이나 거기서 거기

<(왼쪽부터) 제프리 벌먼, 트럼프, 윌리엄 바> (Source: CNN.com)


한국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코미디가 끊이질 않는데,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미국 법무부 장관윌리엄 바(William Barr)와 뉴욕 남부지법 연방검사장 제프리 벌먼(United States Attorney for the Southern District of New York, Geoffrey Berman)의 갈등이다. 


일단 법무부 장관부터 보자. 이 사람의 전임 법무부 장관은 제프 세션즈(Jeff Sessions)이다. 세션즈라는 사람은 트럼프로부터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기 전에는 앨라배마 주의 상원 의원이었다. 한 때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Ronald Reagan)으로부터 연방 판사로 지명되기도 했지만 인종차별 논란으로 인해 임명 동의가 거부된 이력도 있다. 그는 극 보수주의자로 트럼프 캠페인을 지지한 공으로 트럼프로부터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런데 트럼프를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관여하지 않고, 손을 뗐다는 이유로 트럼프로부터 미움을 받아 임명된 지 1년 9개월 만에 해임됐다. (아마 트럼프는 자신의 심복이라고 믿었던 세션즈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무마시킬 거라고 기대했지만, 세션즈는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트럼프 대선운동에 참여한 경력이 공정한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수사에서 배제시켰고, 이 결과 장관직을 잃게 된다)


이렇게 전임 법무부 장관이 해임됐으니, 후임자는 당연히 트럼프의 충성할 사람을 앉혔을 것이다. 그 사람이 바로 현 법무부 장관인 윌리엄 바이다. 트럼프의 기대대로 그는 트럼프의 충실한 지지자였다. 그는 트럼프의 정책을 옹호하고, 뮬러의 보고서를 고의로 누락하여 내용을 왜곡해 보도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의 "해결사"였던 변호사 마이클 코헨이 유죄를 받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담당했던 연방 뉴욕 남부지검의 노력으로 코헨은 유죄가 된다)


그래서 트럼프에게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조사하고, 잠재적으로 본인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연방 뉴욕 남부지검 검사장이었던 제프리 벌먼을 눈엣가시로 여겼던 것 같다. 그러던 중, 2020년 6월 19일 금요일 밤, 바 법무부 장관은 제프리 벌먼은 현재 직위에서 물러나며, 트럼프가 차기 검사장으로는 현 증권감독위원회(SEC) 수장인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을 생각하고 있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제프리 벌먼은 자신은 대통령이 아니라 법원이 임명했으며, "사임할 생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자신은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뉴스를 통해 접했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수사는 종전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음날 법무부 장관은 벌먼에게 편지를 보내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을 해임했다며, "당신이 사임할 생각이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을 오늘부로 해임하라고 요청했으며, 그는 그렇게 했다"라고 전했다. 더 나아가 법무부 장관은, "불행하게도 어젯밤 선언으로 인해, 당신은 공익(public service) 대신 공공연한 구경거리(public spectacle)를 선택했다"라고 했다. 재밌는 것은 이 일이 있은 후, 기자가 트럼프에게 이에 대해 묻자 그는, "그건 내 부서가 아닌, 그의 부서(법무부)에 관련된 일이고, 나는 거기에 연관되지 않았다"라고 답변했다. 


그렇지만 결국 제프리 벌먼은 사임을 하며, 자신의 부관인 어드리 스트라우스(Audrey Strauss) 부 검사장이 직무대행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마지막으로 바 법무부 장관은 제프리 벌먼에게 마지막으로 "당신의 발언은 자신의 존재가 현재 뉴욕 남부지법에서 진행 중인 사건을 제대로 다루는데 필수적인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 사건이 있은 뒤, 뉴욕 상원 의원은 이에 반발했고 하원 의장인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의원은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 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뉴욕시 변호사 협회 소속 변호사들과 윌리엄 바가 졸업한 조지 워싱턴 로스쿨 교수들이 바 법무부 장관의 퇴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바 법무부 장관은 이후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비공개 심리를 진행하는데 동의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참고: 워싱턴포스트 및 위키피디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