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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Jul 30. 2020

미국 테니스 지도자 자격증 취득 후기(USPTA)

최초 실패 후 1년 반만의 성공

나는 테니스 구력이 약 18년이 넘는 동호인이다. 거의 인생의 절반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테니스를 즐겨온 셈인데,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및 변호사 생활을 하던 시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2년 전 개업 변호사로 개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렇게 좋아하는 테니스를 부업으로 가르쳐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미국 테니스 지도자협회 웹사이트에 기웃거리기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미국에서 테니스를 가르치는 코치들 중에서도 테니스 실력이 좀 의심스러운 사람들도 꽤 본 지라, 테니스 실력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고(!) 이론이야 어차피 살면서 시험은 지겹게 치러서 문제없었기에, 결국은 실기 시험이 문제였다.


참고: 미국 테니스 지도자 자격증에 관한 예전 글 (링크)


예전 글에도 적었지만, 미국 테니스 지도자 협회의 자격증은 크게 4단계로 나눠진다. 그 네 개는 


Recreational Coach

Certified Professional 

Elite Professional

Master Professional인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래로 갈수록 상위 등급이며 그만큼 따기 힘들다. Recreational Coach는 Certified Professional 자격을 취득 중이거나 혹은 자격 미달인 경우에 해당된다. 나는 작년(19년) 3월에 시험을 응시했다가, 실기 1과목(Private Lesson)에서 점수가 미달이 나는 바람에 Recreational Coach 등급을 받았다가 최근에 미달 과목을 패스해서 Certified Professional로 업그레이드가 된 것이다.


시험을 응시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신원 조회 등을 거쳐야 한다. 그러면 이론 시험과 실기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된다. 이론 시험은 테니스의 기초 지식을 주로 측정하는데, 기초 그립, 레슨의 방법론, 스트로크 분석 이론, 기본적인 테니스 기술, 테니스 전술 및 전략, 테니스 경기 룰, 장비 및 코트 관리 지식, 10세 이하 주니어 강습 이론 등을 평가한다. 필기시험은 솔직히 영어에 별 어려움이 없고, 테니스를 꽤 오랫동안 즐겨온 사람이라면 150페이지짜리 교재를 한 두 번 훑어보기만 해도 패스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실기 시험은 스트로크 프로덕션, 그룹 레슨, 개인 레슨을 평가한다. 스트로크 프로덕션은 말 그대로 테니스 경기 중에 사용되는 가능한 모든 스트로크를 레슨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데, 생각보다 디테일하고 자세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실력이 있고 준비하지 않으면 그냥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포핸드/백핸드는 각각 탑스핀과 슬라이스로 크로스 코트를 치고, 스핀 관계없이 다운더라인을 칠 수 있어야 한다. 속도나 스핀량을 중요하지 않지만 정확한 코스에 넣지 않으면 감점된다. 발리도 크로스 코트가 평가되고, 최소 7번 연속 발리를 랠리로 넘길 수 있어야 한다.


서브가 조금 까다로운데 듀스 코트에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스 서브를 6번 중 4번 성공, 구질 상관없이 듀스 코트에서 가운데(T존)로 4번, 애드 코트에서 가운데로 구질 상관없이 4번, 이후 킥 서브 4번을 성공시켜야 한다. 각 샷당 총기회는 6번이기 때문에 긴장하거나 자칫하면 탈락할 수도 있다. 그 외에 포핸드/백핸드 각각 탑스핀/슬라이스 로브를 평가한다. 이때 로브한 공이 감독관에 T존에 서서 라켓을 위로 쭉 뻗은 높이를 넘어 코트 안에 들어와야 한다. 더불어 오버헤드 스매시를 크로스/다운더라인으로 칠 수 있고, 물러나는 점프 스매시도 시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드롭샷이다. 왜냐면, 응시자는 베이스라인 안쪽에서 감독관이 던져주는 스트로크를 원바운드로 받아져서 드롭샷을 해야 하는데, 이때 최초 낙하지점은 네트와 서비스 라인의 중간 지점 안쪽에 떨어져야 하고, 이후 두 번의 바운스가 모두 서비스 라인 안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즉, 서비스 라인 안쪽에서 총 3번 바운스) 이를 성공시키기가 생각보다 어려운데, ATP에서 활동했던 전 프로선수도 처음에 몇 번 헤매다가 간신히 성공했다.


스트로크 시험 (포핸드 스트로크)


나는 그래도 예전에 시험 볼 때 한 2주 정도 특훈(!)을 해서 그런지 스트로크 시험은 별 무리 없이 패스했다. 내 생각에 NTRP기준 최소 4.0~4.5 정도면 며칠 연습해서 무난하게 패스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다음은 그룹 레슨과 개인 레슨이 있다. 레슨은 실제로 시험이 이루어지는 테니스 코트 클럽 회원들을 섭외해서 이루어지는데 보통 NTRP 2.5~3.5 수준의 초중급자들을 대상으로 레슨 시험을 치르게 된다. 레슨 시간은 시험이라 그런지 비교적 짧은 25분인데, 이 짧은 시간 안에 USPTA에서 요구하는 여러 가지 레슨의 절차를 모두 밟아야만 합격할 수 있다. 응시자는 포핸드/백핸드/포발리/백 발리/스매시/서브 중 1가지를 무작위로 지정받아서 레슨을 진행하게 된다.


그룹 레슨에서는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각각 최소 3개의 질문을 함으로써 그들의 실력을 파악하고 래포를 형성해야 하며, 3~4명 정도 되는 그룹의 공통적인 핵심 문제점을 파악하여 그들에게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는 레슨 플랜을 계획하여, 이를 학생에게 설명하고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포핸드 발리 그룹 레슨을 예로 들면, 학생 3명이 각각 일관성 부족, 파워 부족, 낮은 볼 처리 미숙 등의 어려움을 토로한 경우, 이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연습 방법을 제시하되, 그 연습의 난이도가 3단계에 걸쳐 상승해야 한다. (일명 progression) 그뿐만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이름을 최소 몇 번씩 불러주고, 가르치는 샷을 그립부터 피니시까지 차근차근 설명하고, 설명 방식도 구술, 시각, 촉각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해야 한다. 더불어 마지막 공 줍기와 레슨 요약, 그리고 숙제 두 가지를 내어주면서 레슨이 마무리되어야 한다.


그다음은 대망의 개인 레슨이다. 내가 최초 시험 봤을 때, 점수 미달이 난 과목인데, 감독관의 피드백을 보면 "학생의 수준보다 너무 어렵게 가르쳤다" "학생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고, 레슨의 계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라는 것이었다. 내용인 즉, 나에게 배정된 학생은 수준이 2.5 정도이며 나이가 40대 정도 돼 보이는 백인 아주머니였고, 주제는 백핸드 발리였다. 발리는 한 손으로 해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혔던 나는, 투핸드 백핸드 발리를 고집하던 아주머니에게 강제도 원핸드 백핸드 발리를 가르쳤고, 결국은 그분이 잘 따라오지 못하는 바람에 레슨 플랜드 수정하고 아무튼 고난의 연속이었다. 결국 개인 레슨 점수 미달로 탈락.


그래서 이번에 재시험을 준비할 때는 (1) 문제점을 진단하는 능력을 기르고, (2) 학생의 수준에 맞는 교정 기법을 습득하고, (3) 레슨 플랜을 제대로 구술하고 이를 수행하는데 집중을 했다. 최근에 본 재시험에서는 약 3.5 수준의 백인 아주머니였는데, 포핸드 탑스핀에 집중하고 싶다고 해서 진단을 해보니 타점에서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와이퍼 스윙을 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타점 이후에 왼손으로 라켓의 목을 잡도록 하여 손목 사용을 자제하고, 이후 피니시에 오른손을 놓게 하여 왼손으로 끝까지 라켓을 등 쪽으로 당기는 연습을 했다. 당연히 이러한 계획을 미리 전달하고, 단계별로 난이도를 높이는 연습 방법을 제시하고 수행했다.


결국은 합격! 레슨이 끝나자마자 시험 감독관이 나에게 오더니 "축하한다"며 "당신이 원하는 등급을 딸 수 있게 됐다"라고 알려줬다. 이번에 떨어지면 포기할 생각도 하면서 맘 졸이며 준비했는데, 마침내 고생한 보람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후련했다.


이제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더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서 다음 단계의 자격증도 취득해 볼 생각이다.


자격증 시험장은 위싱턴 디시 근교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이었다.


테니스장 내부 전경, 내가 가 본 실내 테니스장 중 최고의 시설이었다.


웬만한 호텔 뺨치는 수준의 라커룸 화장실


그리고... 자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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