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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유가족, 북한 정부를 상대로 연방법원서 소송

북미회담을 앞두고 트럼프와 김정은의 행보는?

역사적인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및 판문점 선언이 있기 하루 전날,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씨의 연방법원에서는 웜비어 유족이 북한 정부를 피고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정상회담 소식 때문에 묻힌 사건이지만, 남북관계의 기류 변화에 맞물려 북미관계에 잠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마침 소송이 진행되는 디씨 연방 지방법원은 제가 로스쿨 졸업 후 로클럭으로 일했던 곳이고, 저는 DC 연방법원 변호사 등록이 되어있기 때문에, 사건기록을 열람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소장(Complaint)만 접수된 상태이기 때문에, 소장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육하원칙에 따라 해당 소송에 대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누가?

원고는 북한에 억류 후 사망한 미국인 청년 오토 웜비어(Otto Warmbier)의 유족인 부모 신시아(Cynthia) 및 프레드릭(Frederick) 웜비어 입니다.


언제?

소송이 시작된 날짜는 2018년 4월 26일입니다.


무엇을?

일반적으로 미국 불법행위법에서는 유족이 두 가지의 종류의 소송 사유(cause of action)를 내세울 수 있는데, 하나는 고인을 대신해서 고인이 죽기 직전에 겪었던 고통을 보상받고자 청구하는 소송이고(survival action), 나머지는 고인과의 사별로 인해 유족이 겪는 고통을 보상받고자 청구하는 소송입니다(wrongful death). 웜비어 유족의 경우 이 두 가지 소송 사유와 더불어, 미국 고문피해자 보호법(Torture Victim Protection Act, TVPA)에 의거해서 북한으로부터의 피해보상 청구를 요구했습니다.


어떻게?

일반적으로 각국의 정부는 외국주권 면책특권법(Foreign Sovereign Immunities Act)에 의해서 소송에서 피고가 될 수 없지만, 모든 법이 그러하듯이 예외 조항이 존재한다. 이번에 적용된 예외 조항은 2008년 미국 연방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특정 국가의 정부가 고문, 재판 외 살해, 비행기 폭파 및 인질 구금(torture, extrajudicial killing, aircraft sabotage, and hostage-taking) 등의 행위 시에는 해당 국가의 주권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사건의 경우 웜비어 축은 북한의 고문 및 재판 외 살해(재판이 있었지만 형식상의 절차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 및 인질 구금을 근거로 북한의 주권 면책특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왜?

저는 웜비어 유가족의 속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왜" 소송을 제기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는 없지만, 소장의 내용을 바탕으로 추측해보면, (1) 웜비어의 죽음에 대한 북측의 의미 있는 사과 (2) 향후 미국 정부에 대한 경고 및 재발방지 촉구, 그리고 마지막 (3) 아들의 죽음에 대한 정신적·물질적 피해보상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유가족은 추후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번 소송은 미국 정부에 대한 일종의 항의 혹은 경고의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유가족의 대리인은 미국 유수의 대형 로펌 McGuireWoods LLP입니다. 더군다나 그중에서도 Richard Cullen이라는 변호사는 연방검사 출신으로 버지니아 주 법무장관을 지냈으며, 큰 사건에서 유명 정치인들을 대리한 스타 변호사입니다. 알려진 것 중에서는 예전 타이거 우즈의 이혼 소송에서 우즈의 전처를 대리했고, 텍사스 주 하원의원 톰 덜레이(Tom DeLay)을 대리하여 불법 로비 의혹에 맞서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로 거물급 로펌과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것은 웜비어 가족이 그만큼의 재력과 인맥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말은 한편으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진전이 없다면 충분히 소송을 끝까지 진행할 수 있는 여력과 의지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전망

북한 정부로서는 약 두 달간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즉 올해 6월 28일까지) 연방법상 이런 종류의 소송에서는 원고가 피고에게 우선 국제법에 따라 중재 제안(offer to arbitrate)을 해야 하고, 소장이 접수되고 60일 내에 피고가 중재 제안을 수락하면 우선 중재가 진행될 것입니다. 만약 중재 제안을 거부하고, 소송을 진행한다면 답변서(Answer) 혹은 기각 요청서(Motion to Dismiss)를 제출하겠죠.


물론 이는 북한 정부가 이 사건에 어느 정도 대응을 생각하고 있다는 가정한 상태에서 내린 전망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종류의 소송에 무응답으로 대응할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결석 판결(default judgment)이 내려질 것이고, 이어서 법원에서 적절한 보상 금액을 책정하기 위한 심리를 벌일 것입니다. 이 경우에도 북한이 전혀 대응하지 않는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책정될 것이며, 이후 웜비어 가족은 미국 내에 있는 북한 재산을 압류 및 몰수하여 해당 금액을 보상받으려 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일단 북한이 은닉하고 있는 재산이 얼마인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대부분은 중국 러시아 쪽에 있을 것 같은데 이들 정부가 미국 법원의 집행명령이 얼마나 협조적 일지는 미지수 일 것 같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서 이제는 곧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데, 일찍이 백악관에서는 웜비어 가족의 소송을 지지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입장에서는 반드시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향후 김정은을 만날 때 어떤 식으로 이 주제를 꺼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아직 소송이 막 시작된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소식이 나오는 대로 업데이트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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