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 리뷰: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지금쯤은 거의 대부분의 미국 로스쿨에서 학기가 끝났다. 특히 1학년(1L)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해방감과 성취감을 느낄 시기이며 다가올 여름에 대한 설렘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왜냐하면 로 리뷰에 응시하기 위한 작문 제출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Write-On Competition) 일부 학교에서는 1학년 때의 성적이 좋다면 이미 초대를 받은 학생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Write On으로 법률 저널에 가입하기 때문에 1L이 끝났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오늘은 법률 저널에 관해서 알아볼 예정이다.
1. 로 리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선택이 가능하다면 하는 게 좋다. 로 리뷰는 단순히 이력서에 한 줄 추가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로 리뷰에 가입했다는 것은 그 사람의 글쓰기 실력을 어느 정도 입증되었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로 리뷰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글쓰기 실력만으로 입회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송 변호사(litigator 혹은 trial attorney)가 되기 위해선 필수적인 능력이기 때문이다. 로 리뷰 생활 2년을 거치고 나면 각종 법률 문서에 필수적인 블루 북 인용 규칙과 문서 편집/검토의 달인이 되기 때문에, 졸업 후 어디에 취업하든 선배 변호사들의 이쁨(?)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로 리뷰는 로스쿨 내의 새로운 인맥 집단을 형성한다. 즉, 로 리뷰 내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업에 대한 정보 교환이라든지 아웃라인 공유가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나중에 졸업생 선배들과의 친밀한 관계 유지로 취업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더불어 특정 법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로 리뷰(Tax Law Review 혹은 International Law Review 등)에 가입한다면 해당 법 분야에 대한 로스쿨 교수들의 최신 논문을 접할 수 있게 되어, 해당 분야로 진출하는데 유용하다.
로 리뷰는 시간 관리를 잘 하면 다른 로스쿨 활동과도 병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기 중 인턴십이라든지 모의재판(Mock Trial 혹은 Moot Court), 심지어는 클리닉도 할 수 있다. 왜냐면 대부분의 로 리뷰 활동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본인이 편한 시간에 작업을 할 수 있다. 로 리뷰 활동은 일주일에 2시간~6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로 리뷰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굳이 뽑자면, 다른 학교로 편입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이거나 본인은 학술적 법률활동에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든지, 로 리뷰 외에 다른 활동에 전념하고 싶은 경우(모의재판 등) 밖에 없다.
2. 로 리뷰 Write On
로 리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해야 로 리뷰에 가입할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1L을 마친 직후에 Competition Packet을 받게 된다. 여기에 쓰인 지시 사항대로 판례 및 법조문을 읽고 난 후에 특정 사안에 대한 Student Note를 쓰는 것이 목표이다. Student Note는 굳이 한글로 번역하자면 학생이 쓰는 소 논문이라고 볼 수 있다. Note는 Article의 하위 개념으로 Article은 보통 로스쿨 교수들이 법률 저널에 게재하는 논문 형식의 학술논문이라고 보면 된다.
주제는 보통 미국 연방 항소법원 간에 의견이 갈리는 사안(보통 Circuit Split)을 제시하고, 이를 분석해서 특정 법원의 논리가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경우와 최근 연방대법원 판례를 제시하여 이에 대한 논평을 하도록 하는 식의 두 가지가 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왜냐면 많은 로스쿨 학생들은 주제에 너무 깊게 관여하게 된 나머지, 본인이 로 리뷰 Write On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해당 사안을 내용적인 부분(substance)에 너무 집중하고 본인의 결과물의 외형적인 부분(form)을 간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Write On에서는 외형적인 부분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왜냐면 학생들의 논리 수준은 대부분 고만고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 리뷰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글의 퇴고와 편집 능력이다. 그 말은 내용면에서는 변별력이 낮지만, 결과물의 완성도라든지 지시사항의 준수 여부에서 학생별로 실력차가 크게 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Write On에서는 내용을 잘 쓰는데 주력하기보다는, Packet에서 요구하는 지시 사항을 제대로 준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블루 북 인용 규칙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으로는 기타 문장부호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요구한 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내용이나 논지의 창의성 혹은 참신성은 그다음이다.
로 리뷰는 저명한 로스쿨 교수들의 논문을 학생들이 심사 및 편집한다는 독특한 출판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말인즉, 특정 분야에서 수십 년의 전문성을 쌓아온 교수의 논문이 로 리뷰에 게재될지의 여부는 기껏해야 법을 2~3년 공부한 로스쿨 학생들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관해서 교수들은 학생들이 자신의 논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불만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법률 논문의 신뢰성은 정확한 인용과 출판 규칙 준수에서 오기 때문에 교수들은 논문 게재를 위해서 로 리뷰 학생들의 축적된 노하우에 기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로 리뷰 학생들은 그 어떤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다. 학교 측이나 교수 측에서도 로 리뷰가 어떤 논문을 게재하고 거부할 것인지에 대한 간섭을 일절 하지 않기 때문이다.
3. 마치며
개인적으로 로 리뷰 활동은 미국 로스쿨 생활의 꽃이라고 하고 싶다. 로 리뷰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만큼 로스쿨에서 의미 있고, 실제로 졸업 후에도 변호사의 이력서 한 부분을 자랑스럽게 차지하는 경력이기 때문이다.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따라붙은 수식어 중에 하나는 흑인 최초로 하버드 로 리뷰 편집장(Editor-in-Chief)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법조계에서 로 리뷰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나도 조지타운 국제법 저널(The Georgetown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회원으로 활동을 했었는데, 덕분에 로스쿨 재학 중/졸업 후 잡 인터뷰를 하면 대부분 빠지지 않는 질문이 국제법 저널 활동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 걸 보면 고용주 입장에서도 로 리뷰 활동은 괜찮은 경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