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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Feb 20. 2021

바이든의 이민법 개혁안(US Citizens Act)

서류 미비자가 8년 뒤에 미국 시민권자가 되는 길이 열릴까.

바이든이 대통령 취임 시에 미국 이민법 개혁안을 제시한 바가 있는데, 그 법안이 어제(2월 18일) 연방하원에 정식으로 상정됐다. 실제 법안이 통과되고 효력이 발생하기 전까지 치러야 할 여정이 많이 남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직접 상정된 법안을 살펴보았다. 법안 원문링크(PDF).


일단 이 법안은 총 353페이지의 방대한 양이기 때문에 모든 조항을 전부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띌만한 내용은 서류 미비자 구제책이다. [참고로 서류 미비자(undocumented immigrant)는 불법 체류자(illegal immigrant)의 순화어이기 때문에, 필자는 서류 미비자라는 표현을 사용할 예정이다. 사족으로 이번 법안의 핵심 내용 중에 하나는 기존에 사용되던 외국인이라는 뜻의 부정적인 어감을 가진 alien이란 단어를 noncitizen이라고 대체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 법안에 따르면, 서류 미비자를 구제하기 위해 "잠재적 합법 이민자(lawful prospective immigrant, LPI)"라는 카테고리가 생겨난다. 이 잠재적 합법 이민자(LPI)가 되면, 우선 미국에 6년 동안 체류가 가능하며 추가 6년의 갱신도 할 수 있어 최대 12년의 합법 체류가 보장된다. 이 기간 동안에는 노동 허가증과 사회보장 번호도 발급받을 수 있으며, 일정 기간의 단기 해외여행도 할 수 있다. 사실상 영주권과 큰 차이가 없다. 이 잠재적 합법 이민자 신분으로 5년을 지내면, 영주권(lawful permanent residency, LPR)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 게다가 이렇게 영주권자가 되면 3년 만에 시민권을 신청할 자격이 된다. 즉, 서류 미비자에서 시민권자까지 이론상 8년이 걸리는 셈이다. (물론 실무상으로는 8년이 더 걸릴 것이다)


더욱더 파격적인 점은 잠재적 합법 이민자가 되기 위한 조건이다. 단순히 2021년 1월 1일 시점에서 영주권이나 비자가 없는 상태로 미국에서 거주하면서, 미국 입국 금지가 될만한 범죄 기록 및 기타 실격 사유가 없는 사람들 거의 전부이다. 물론 지원서 제출, 행정 수수료 납부 및 지원서 승인까지 미국 현지 거주 및 등의 조건이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부분의 서류 미비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추방 재판에 회부되어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에도 잠재적 합법 이민자 자격에 지원할 수 있다.


범죄 기록이 있다 하더라도 중범죄(felony)나 3건 이상의 경범죄(misdemeanor)에 대한 유죄 기록이 아니라면 여전히 잠재적 합법 이민자 자격이 될 수 있으며, 3건 이상의 경범죄 유죄 기록이 있다 하더라도 최근 5년이나 10년 동안 전과 기록이 없다면 각각 범죄기록 1건 혹은 2건의 면제(waiver)를 받아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이민법 관련 각종 수정안들이 포함되어있는데, 형사 사건을 담당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주목할 만한 몇 가지는 (1) 이민법상 "유죄 기록(conviction)"의 정의를 대폭 축소시킨다는 것과 (2) 전과 기록으로 인한 입국 거부 사유가 완화된다는 것이다. 현행 이민법상 유죄판결의 정의는 매우 넓어서, 실제 유죄판결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했지만(pled guilty) 판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선고 유예(deferred disposition)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기소 내용이 기각(dismiss)되더라도 이를 유죄 기록으로 간주해 왔다. 그리고 예전에는 경범죄로 인한 입국 거부 사유의 예외 조항이 "경범죄 기록이 한 개로, 18세 미만이면서 5년 전 범죄 기록이거나 최대 징역이 1년 이하이면서 실제 선고 형이 6개월 미만인 경우"로 정의됐었는데, 조금 범위가 넓어져서 "경범죄 기록이 한 개로 18세 미만이면서 5년 전 범죄 기록이나, 경범죄 기록이 2개 이하이면서 각각의 최대 징역이 1년 이하이며 실제 선고 형이 6개월 미만인 경우"로 예외 기준이 소폭 완화됐다.


이러한 파격적인 이민법 개정안의 이면에는 민주당의 장기집권 계획이 있다는 설이 있다. 현재 바이든이 4년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고 재임을 하거나 다른 민주당 후보가 다시 4년의 임기를 마칠 때쯤이면, 이 법안의 혜택을 받은 새로운 미국 시민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들이 다시 민주당을 지지하는 선순환을 기대하는 것이다. 귀화 시민들의 상당수가 민주당 지지자라는 점을 봤을 때 상당히 일리가 있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이대로 통과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하원은 민주당 다수로 쉽게 통과될 것처럼 보이지만, 상원은 50대 50으로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여 통과시킬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반대파 (=공화당) 상원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필리버스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60표가 필요한데 공화당 쪽에서 이 법안에 찬성하는 10표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트럼프의 2차 탄핵 재판 때도 탄핵에 찬성한 공화당 표는 7표밖에 없었다) 아마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필리버스터에 표결이 계속 미뤄지다가 민주당이 공화당 수정안을 일부 받아들여 적당히 타협된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까 싶다.


어떠한 우여곡절을 거쳐 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공화당이나 공화당 성향의 주지사들이 이 법안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하여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마치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안이 대법원에서 합헌 판결이 났지만,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제기된 다른 소송에서는 일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와서 몇몇 조항이 효력을 잃은 것처럼 말이다. 이번 이민법 개혁 법안은 결과가 어찌 되든 앞으로 미국에 큰 파장을 몰고 올 법안이라고 생각된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의회 홈페이지에서 해당 법안의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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