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의 요식업계는 구인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크게 줄자 식당들은 일하는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근무 시간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었는데,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각종 규제 조치가 완화되면서 손님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에 복귀하는 직원이 적어서 그렇다.
일각에서는 실업급여가 지나치게 높아서, 굳이 업무에 복귀하지 않아도 실업 수당으로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으로는 실업급여 지급이 중단된 지역에도 여전히 요식업계나 기타 단순 노동직의 일터 복귀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하는 걸 보면, 꼭 실업급여 때문인 것은 아닌 듯하다.
내 생각에 보다 설득력이 있는 설명은, '기존에 일하던 직원들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본인의 업무나 진로에서 대해서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코로나와 같은 통제 불가능한, 외부적인 요소에 본인의 생계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일종의 위기의식을 갖게 되어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미국 요식업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 나에게도 적용된다.
개업 변호사 3년 차. 개업 1년 차 때에는 나름 순조로운 시작과 함께 몇 년 뒤에는 어느 정도 안정된 매출과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지만, 2년 차 때 테니스 치다가 아킬레스 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서 한 동안 영업 활동을 중단하고 업무를 축소시켜야 했다. 부상에서 회복하고 재활 기간을 거친 후 정상으로 복귀한 뒤, 다시 사무실 업무가 늘어가면서 안정기에 들어가나 싶을 때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었다. 코로나는 마치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높이며 잘 굴러가던 자전거 앞바퀴에 막대기를 콱 끼워 넣은 듯이, 모든 것을 갑자기 멈추고 그 라이더를 도로에 거꾸로 내리꽂아 버렸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언제까지나 “조금만 더 참으면 잘될 거야”라는 희망으로 기다리며 버티기만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세상이 변하고, 나도 변했다. 아직 6년 차 변호사이지만, 갈길이 먼 나에게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돈을 벌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보다는 변호사로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깊고 폭넓은 경험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개업 변호사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사건”보다 소위 “돈이 되는 사건”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물론 솔직히 돈이 아주 잘 벌린다면, 이를 감내할만한 의향도 있지만 의뢰인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변호사 수임료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다시 3년 만에 본격적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로 했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작년에 시민권을 취득했기 때문에 이제는 연방 정부에 취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내 이력서를 보면, 연방 정부 커리어에 조금 더 어울리는 편이긴 하다. 로스쿨 다닐 때는 연방 정부에서 인턴십도 했었고, 졸업 후에는 연방 지방법원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연방 정부 쪽에서도 선호하는 경력이 아닐까 싶다. 다만 그동안은 시민권이 없어서 지원할 생각을 아예 못했을 뿐.
개업 변호사가 취업 전선에 뛰어들 때의 유리한 점은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딱히 정해진 기한이 없고, 보스 눈치 보아가면서 몰래 지원할 필요도 없다. 그것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한 없이 나태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연방 정부에서 실시하는 국비장학생 프로그램에도 지원을 했다. EHLS (English for Heritage Language Speakers)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미 국방부에서 전략적으로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한 특정 언어에 대한 (아랍어, 중국어, 한국어 등) 모국어 능력을 가진 시민권자를 매년 15~20명 선발해서 8개월 간 집중교육시킨 후, 연방 정부의 전략·안보 관련 업무에 투입하는 것이다. 과연 내 법률 커리어에 맞는 업무가 주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 부분은 합격부터 하고 나서 고민할 문제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EHLS 프로그램에 대해서 따로 적어볼 계획이다.
또한, 자격증도 열심히 취득하고 있다. 사실 미래가 불안하다 보니 뭐라도 하는 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한데, 그러다 보니 내가 잘할 수 있는 자격증 공부에 몰입하다 보면 불안이 가시는 것 같다. 예전 포스팅에서도 밝혔듯이 국제 자금세탁 방지 전문가 자격증(CAMS)을 최근에 취득했고, 지금은 미국 개인정보보호 전문가 자격증(CIPP/US)을 공부하며 시험을 곧 앞두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일은 안 하고 딴짓(?)만 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밥값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히도 사이드 잡으로 테니스 레슨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최근에 수강생이 늘어나기도 했다. 취업을 결정한 뒤로 기일이 오래 걸리는 사건들은 대부분 정리했지만, 소소한 단타성 자문이나 대리 사건들은 여전히 수임하고 있기 때문에 사무실 유지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