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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Nov 13. 2021

미국에서 진행 중인 총격사건 재판과 정당방위에 관하여

Kyle Rittenhouse 재판

현재 미국에서 각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생중계하는 재판이 있다. 바로 Kyle Rittenhouse라는 18살 난 청년(사건 발생 당시 17살)의 살인혐의를 둘러싼 재판이다. 재판은 현재 막바지에 이르러 양측 변호인의 최종변론을 남겨두고 있는데, 이 사건의 이면에는 첨예한 정치적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


사건의 시작은 2020년 8월 23일 위스콘신 주, 케노샤(Kenosha)라는 도시에서 제이콥 블레이크라는 흑인이 백인 경찰로부터 체포 과정에서 총격을 당하면서 시작된다. 그 경찰은 블레이크를 향해 7발을 발사했고, 4발이 적중했지만 블레이크는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당국의 조사 결과 해당 경찰관은 "잘못 없음"으로 간주되어 징계를 면했다. 이에 반발한 군중들이 상가의 건물을 파괴하고,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이를 본 Kyle Rittenhouse라는 당시 17살의 청년은 해당 사건이 일어난 위스콘신 주에서 20마일 떨어진 일리노이 주에서 살고 있었으며, 미래의 경찰관을 꿈꾸고 있었다. 그는 폭동으로 피해 입은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AR-15이라는 소총을 구매하여, 해당 지역의 자경단에 참여하기 위해 위스콘신 주의 케노샤로 이동했다. 그러던 중 2020년 8월 25일 Kyle Rittenhouse는 시위대와 충돌하였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총기를 발사해 2명이 죽고 1명은 부상을 당했다.


이로 인해 Kyle Rittenhouse는 1급 살인죄로 기소가 되었는데,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해서 정당방위(self-defense)를 주장하고 있다. 그 내용인 즉, 피해자 둘 다 사망 당시 총기나 흉기로 Rittenhouse를 위협하진 않았지만, Rittenhouse가 가지고 있는 소총을 빼앗으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Rittenhouse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이들을 총으로 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생존한 부상자는 실제로 권총을 가지고 있었고 Rittenhouse를 총으로 겨눈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부상자는 다행히도 Rittenhouse가 쏜 총에 오른쪽 팔을 맞고 생명을 건졌다.


검사 측에서는 정당방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선 Rittenhouse는 당시 17살로 합법적으로 소총을 휴대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으며, 해당 지역 사회의 거주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젊은 혈기로 총기를 구매한 뒤 주 경계선을 넘어서 자경단에 합류함으로써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망한 피해자들은 Rittenhouse의 목숨을 위협할만한 총기나 흉기를 소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소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그들을 쏘는 것은 정당방위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주장은 모두 어느 정도 일리가 있기 때문에, 최종 선택은 배심원이 하게 된다. 만약 배심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한다면 Rittenhouse가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최종 입증의 부담은 검찰에게 있으며, 배심원이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정도(beyond reasonable doubt)의 확신으로 정당방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을 해야 유죄 평결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검사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은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정치적인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지지자들은 Kyle Rittenhouse가 폭도들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며,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의 행위가 과잉방어이기 때문에 살인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Kyle Rittenhouse의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살인죄에 대하여 무죄로 풀려난다면, 이와 같은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예를 들어, Black Lives Matter와 같은 시위가 벌어지는 장소마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총기로 무장한 상태에서 시위대와 다툼이 벌어진다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Kyle Rittenhouse의 살인죄가 인정된다면, 시위대로부터 재산과 인명을 지키기 위한 자경단의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어, 그동안 평화적이었던 시위가 더욱 폭력적으로 변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어느 쪽이든지 미국 사회에 불러오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미국은 이 재판의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P.S. 아래는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사건 당시 비디오이다. 잔인한 장면이 나올 수 있으니, 노약자나 심신미약자는 클릭하지 않기를 추천한다. 직접 사건 당시의 비디오를 보고 정당방위인지 아닌지는 스스로 판단하시라.


첫 번째 총격(최초 사망자 발생) - 28초 시점

https://youtu.be/9m1wSp2P-QA?t=28


두 번째 총격(두 번째 사망자 및 부상자 발생)

https://youtu.be/iryQSpxSl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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