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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Oct 28. 2021

연방정부 변호사 직렬 합격

해 뜰 날은 오는 것인가

코로나가 한창이던 올해 봄, 개업 변호사 생활을 청산하고 정부에 취업을 하고자 마음먹은 지 거의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연방정부 변호사 직렬 합격 소식을 들었다. 최종 면접을 마친 뒤 면접관으로부터 전화로 통보받은 verbal offer이고 HR로부터 정식 offer letter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기나긴 고생 끝에 올해 받은 최초의 잡 오퍼인 만큼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


사실 이번에 받은 잡 오퍼가 미국에서 처음 받은 잡 오퍼는 아니다. 첫 번째 잡 오퍼는 로스쿨 재학 시절 마지막 학기에 인턴 했던 연방법원 판사님으로부터 인턴십 마지막 날 받은 정식 로클럭(law clerk) 잡 오퍼였는데, 당시 나는 영주권자도 시민권자도 아니었기 때문에(당시는 F-1 OPT상태였다) 잡 오퍼를 수락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연방법원 정식 직원이 아닌 졸업생 무급 인턴십을 의미하는 펠로우십(fellowship) 형태로 밖에 일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판사님께서 배려해 주셔서 업무권한은 로클럭과 동등하게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연방 법원에서 펠로우십을 마칠 무렵 워싱턴 디시 주 법원 판사로부터 두 번째 정식 로클럭 잡 오퍼를 받게 된다. 이 때는 교포 아내와 결혼 후 영주권 신청이 진행 중이었고 영주권이 나오기 전에 임시로 노동허가증(EAD)을 받을 수 있었는데, 불과 노동허가증 예상 발급일을 1~2주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그러나 판사는 내가 2주 안에 업무를 시작하길 원했고 노동허가증이 나오기 전에는 원칙상 취업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조금만 더 기한을 달라고 사정을 설명했지만, 판사는 업무가 급해서 어쩔 수 없이 오퍼를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서 신분의 중요성을 깨달은 두 번째 계기였다.


다행인 것은 연방법원 판사님께서 이를 딱하게 여겨 주셔서 펠로우십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어차피 무급인 만큼 큰 부담은 없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그 뒤로도 펠로우십을 진행하면서 인터뷰를 몇 군데에서 봤지만, 유의미한 결과는 없었다. 펠로우십도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연방 검사와 연방 국선 변호사들을 보면서 문득 형사 사건을 직접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무급이라도 좋으니 지역 국선변호인 사무실에서 업무를 배울 수 있게 해달라고 접촉을 했는데, 마침 집 근처에 있는 버지니아 주 국선변호인 사무실에서 펠로우십(열정페이)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국선변호인 사무실에서 형사 업무를 1년 동안 배우고 개업을 하게 되었다. 원래 로스쿨 시절부터 개업 변호사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만 외국인 유학생으로 영주권 혹은 시민권 없이 개업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접었던 꿈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무급 인턴생활을 하느니 망하더라도 개업 변호사에 대한 로망이라도 충족시켜보자는 마음으로 일단 저질러봤다. 다행히 아내에게 안정된 직장이 있어서 금전적으로는 크게 문제없었고, 게다가 내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줬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개업 후 약 3년이 지난 2020년 3월,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익고 사건 수임도 궤도에 올라서 사무실 확장을 고민하던 무렵 코로나가 창궐했다. 법원이 임시휴업에 들어가고 외출금지령이 떨어지자, 당시 형사·교통범죄 사건을 주 수입원으로 하던 내 사무실 업무가 급감했다. 아니 급감은커녕 여름 몇 달간은 법원 휴정으로 일감 자체가 없었다. (물론 반대급부로 테니스 레슨에 대한 수요가 올랐고 마침 테니스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기 때문에 다행히도 수입에는 큰 타격이 없었다) 덕분에 넘쳐나는 여유시간을 활용하여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법 분야인 연방정부 조달법(federal procurement) 변호사 연수를 받는데 활용했고, 수료증을 받았다.


그 와중에 2019년 가을에 신청했던 미국 시민권이 코로나로 지연되었다가 드디어 2020년 말에 완료되어 선서식을 하고 시민권취득하였다. 그동안 체류신분 때문에 눈물을 머금으며 잡 오퍼를 두 번이나 수락할 수 없었던 사실을 돌이켜보니 참으로 감개무량했다. 이후 연방정부 취업에 필수요건인 Selective Service를 해결하고 그동안의 숙원(!)이었던 연방정부 취업을 위한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정부조달법으로 진로를 정하고 관련 분야에 일하는 지인들에게 문의를 하던 중, 우연히 지인이 근무하고 있는 기관에 채용 소식이 있어서 지원을 했고 두 번의 인터뷰 끝에 서두에 언급했던 잡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겪었던 많은 잡 인터뷰 경험에 관해서는 기회가 되면 따로 적을 예정이다) 삼세번의 행운(The third time is the charm)이라는 말이 있던가? 드디어 내가 원하는 연방정부에서, 하고 싶었던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실제로 업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연봉협상, 서류 작업과 배경 조사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가능하면 미리 관련 업무와 법 분야 공부를 시작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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