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Scale과 Locality Pay
필자가 미국 연방정부 취업에 관심을 갖게 된 주된 이유는 커리어 개발, 전문성, 자율성과 권한 등이 있었지만, 사실 직업 안정성에 비해 꽤 괜찮은 연봉과 혜택도 큰 몫을 했다. 이번 시간에는 미국 변호사가 연방정부에 취직할 경우 어느 정도의 연봉을 기대할 수 있는지와 연방정부 공무원으로서 받는 혜택을 적어볼 생각이다.
1. 미국 공무원 연봉체계
한국의 공무원 체계는 10급부터 시작해서 1급으로 올라가는 10등급의 체계인데, 미국의 연방 공무원은 일반적으로 GS(General Schedule)이라는 15등급의 연봉체계를 따른다. 한국과는 반대로 GS-1이 가장 낮은 등급이며 GS-15가 가장 고위직이다. 물론 기관(agency)에 따라 FV(항공청)나 JS(법원 행정처)등의 등급을 사용하기도 하고, GS-15보다 높은 고위직(SES, Senior Executive Service)에 적용되는 연봉 체계도 있다.
한국의 공무원 각 급에서도 호봉이 존재하듯, 미국 GS등급 내에서도 호봉과 비슷한 개념의 스텝(Step)이 존재한다. 단, 한국의 호봉은 매년 하나씩 올라가서 최대 32 혹은 40호봉까지 올라갈 수 있다면, 미국의 스텝은 각 등급마다 스텝 10이 마지막이며 스텝 1~3은 다음 스텝까지 1년, 4~6은 다음 스텝까지 2년, 7~9는 다음 스텝까지 3년이 걸린다. 즉, 스텝 1에서 시작하면 3년 뒤 한국처럼 스텝 4가 되겠지만, 스텝 5가 되기 위해서는 스텝 4에서 2년을, 스텝 7에서 스텝 8이 되려면 3년을 기다려야 된다. 그렇기 때문에 별다른 특별 승진 없이 스텝 1에서 스텝 10이 되려면 18년이 걸리고, 이 상태에서 더 높은 등급으로 올라가지 못하면 평생 스텝 10(+매년 물가 상승분)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는다.
2. 연방정부 변호사의 등급
연방정부에서 변호사를 채용할 경우 보통 GS-11에서 GS-15 사이의 등급으로 채용하게 된다. 로스쿨을 갓 졸업한 경우 GS-11이고, 1년 이상~3년 이하 경력을 쌓은 경우 GS-12, 3년~6년 경력은 GS-13, 6년~8년은 GS-14, 그 이상은 GS-15으로 채용하는 것 같다. 물론 이 숫자는 기관마다, 역할마다 조금씩 다르다. 물론 최소 지원 가능 경력은 이보다 더 적어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GS-15 경력의 변호사를 채용하는 공고의 경우 최소 지원 가능 경력이 5년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5~6년 경력 변호사가 GS-15 직위에 채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볼 수 있다. (예일대 로스쿨 출신으로 연방대법원 로클럭과 탑 로펌을 거쳤으면 5년 경력으로도 GS-15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2015년에 로스쿨을 졸업 후 바 시험을 거쳐 2016년에 변호사 입회 선서를 하여 약 6년 간 변호사 경력을 쌓은 필자의 경우에는 정부기관 두 곳에서 받은 오퍼가 모두 GS-13이었고, 정부에서 근무하는 변호사 지인들과 얘기해본 결과 적절한 대우라고 생각된다.
3. 지역 물가 반영률(Locality Pay Adjustment)
한국 공무원과 미국 공무원 연봉 체계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 지역 물가 반영률에 따라, 같은 등급 같은 스텝이라고 하더라도 연봉의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가 반영률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일반 연봉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미국에서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DC 지역 경우 약 30%의 추가 연봉이 지급되어 다음과 같은 연봉을 받는다.
물론, 아무리 물가가 저렴한 곳이라도 최소 15% 정도의 물가 조정 인상분을 받기 때문에, 물가가 가장 높은 곳(샌프란시스코 지역, 41% 물가 인상 조정)과 물가가 가장 낮은 곳(미국 기타 지역, 약 16%)의 연봉 차이는 약 15%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SES(고위 공무원)와의 형평성을 위해 2022년에는 지역에 상관없이 GS등급의 연봉은 최대 176,300불로 상한선이 설정되어 있다. (2022년 2월 환율 기준 한화로 약 2억 1천만 원이다)
4. DC 지역 연방정부 변호사의 연봉 vs. 일반 변호사의 연봉 비교
앞서 제시한 수치에 따라 미국 워싱턴 디시 지역의 연방정부에서 변호사로 (기존 공무원 경력 없이) 채용되는 변호사의 연봉은 (스텝 1으로 채용 가정 시) 최저 7만 5천 불 ~ 최대 15만 불 (한화 약 9천~1억 8천) 정도로 볼 수 있다. 즉, 최대 2배가량의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수치를 미국 전역의 변호사 연봉과 비교하면 그리 나쁘진 않은 수치다. 미국 전역의 (공무원/사기업/개인 사무실 등을 전부 포함한) 변호사 연봉의 중간값(median)은 126,930불로 비교적 높은 수치라고 볼 수 있겠지만, 문제는 미 전역의 변호사의 중간 연령(median age)이 47.5세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로스쿨을 졸업하는 연령이 20대 중후반이라고 가정했을 때, 47세의 변호사는 경력이 20년 정도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간값이 그렇게 높다고만 볼 수는 없다.
변호사가 아니라 DC 지역의 다른 일반인들을 고려하면 어떨까? 최근 통계에 따르면 DMV(워싱턴 디시 주변의 북 버지니아와 메릴랜드를 포함한 광역권) 지역의 가구당 소득의 중간값은 105,659불로 미 전역의 가구당 소득의 중간값인 65,712보다는 확실히 높은 수치이다. 그 말인즉, 워싱턴 디시에서 연방정부 변호사로 일하는 공무원의 경우 1인 가구(싱글)라면 비교적 넉넉하게 살 수 있을 것이고, 4인 가구의 유일한 가장이라면 빠듯한 생활을 할 것이다. (참고로 DMV 지역 평균 가족 구성원 수는 2.7명이다)
5. 연봉 외 연방정부 공무원 복지 혜택
사실 연방 정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연봉보다는 기타 복지 혜택을 보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연방 공무원은 근속 기간에 따라 1~3년 차는 1년에 13일, 4~14년 차는 1년에 20일, 15년 차부터는 1년에 26일의 휴가를 쓸 수 있다. 거기에 연차에 상관없이 1년에 13일의 병가를 낼 수 있고(병가는 사용 안 할 시 무제한으로 축적 및 이월), 원하면 연방법에 따라 허용된 최대 12주의 무급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 외에 장점으로는 연금과 의료복지 혜택이 있다. 미국 공무원으로 은퇴를 하면 공무원 연금 + 은퇴저축 계좌(TSP, 일반 기업의 401k와 유사) + 소셜 연금 등 총 3곳에서 은퇴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사기업보다는 은퇴자금 출처를 다각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료보험의 경우 일반 사기업에 비해 비교적 적은 보험료로 많은 커버리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Bonus
연방정부 공무원 등급과 미군 계급의 비교표. 초임 변호사가 GS-11인 점을 봤을 때, 이는 군 계급에서 대위(Captain)와 비등하고, GS-15등급은 대령(Colonel)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