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균 미국변호사 Feb 17. 2022

부자 변호사, 가난한 변호사

돈 잘 버는 전문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만, 미국 변호사의 업무는 특히나 전문 분야가 세부화되어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나름대로 개업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관찰한 미국 변호사의 전문성과 그에 따르는 수입에 대하여 다뤄볼 예정이다. 물론 필자의 경험과 관찰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고 재미로 보면 된다.


1. 변호사 수입에 미치는 요소들

일단 법 분야를 떠나서 변호사의 근무 형태가 소득에 큰 영향을 끼친다. 즉, 일반적으로 봤을 때는 두말할 것도 없이 대형 로펌 변호사의 연봉이 다른 모든 근무 형태의 변호사 연봉을 압도한다. 그러나 같은 대형 로펌이라고 하더라도 돈을 더 잘 버는 법 분야가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을 수도 있다. 이때는 시장 원리에 따라 변호사의 수임료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연방대법원 변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변호사의 수임료는 일반 지방법원(1심) 재판을 담당하는 변호사보다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수임료를 청구할 것이다.


희소성 외에도 의뢰인의 변호사 비용에 대한 지불 의사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수조 원 대의 인수합병을 추진할 경우, 변호사 비용으로 수백억을 기꺼이 지불할 것이다. 혹은 심각한 범죄 혐의로 형사 수사를 받은 경우, 실형을 면할 수만 있다면 어떠한 돈이라도 지불할 의사가 있을 것이다. 


2. 피고 측보다는 원고 측 대리가 유리

우선 소송 분야만을 놓고 봤을 때는, 원고 측을 담당하는 변호사가 피고 측을 담당하는 변호사보다 일반적으로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물론 형사 사건에서는 원고가 공무원인 검사이기 때문에 예외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민사소송에서는 특히 원고 측을 대리하는 변호사가 피고 측 대리인보다 일반적으로 수입이 높은 편인데, 이는 의뢰인의 변호사 비용 지불 의사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원고 측 의뢰인들은 대부분 무언가 현재 상태에 불만이 있고, 이를 소송을 통해 바꾸려는 사람들이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피해 보상을 받든 지, 직장에서 억울하게 해고를 당했든지, 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든지 무언가 소송을 통해서 얻을 것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변호사를 방문할 시점에는 이미 변호사 비용을 고려한 뒤 '소송을 통해 얻는 이득이 변호사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이익이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변호사 비용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반면, 피고 측 의뢰인들은 어쩔 수 없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경우이고, 가급적이면 조용히, 빨리, 저렴하게 소송을 끝내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 비용에 대해서 매우 인색하고, 변호사를 고를 충분한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체로 수임료가 저렴한 변호사를 선호하게 된다.


이 두 가지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업무 형태가 교통사고 피해자(Plaintiff-Victim) 대리인 변호사와 형사 사건 피고인 대리인 변호사이다. 미국에서 교통사고 피해자(원고)를 주로 대리하는 변호사는 개인상해(Personal Injury, 줄여서 PI) 변호사라고 하는데, 이 PI분야는 소위 "돈 되는" 법 분야 중에 하나다. 왜냐면 PI 사건의 피고는 대부분 상대방 운전자와 보험사이고, 피고의 잘못이 확실할 경우 보험사에서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합의를 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PI 변호사의 상대방은 보험사를 대리하는 보험 방어(Insurance Defense, 줄여서 ID)라고 하는데, 이들은 대체로 보험사에 속한 사내 변호사이거나, 보험사와 하청계약을 맺는 경우 지역 중소 로펌의 변호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PI 변호사는 순전히 영업력에 따라 수입이 좌우되지만, 대부분의 ID 변호사는 고용 변호사로 수입이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ID 변호사로 경력을 쌓고, PI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소송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성공 보수를 받는 원고 측 대리인 변호사는 투입된 업무량보다 훨씬 많은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PI 변호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적게는 20% 많게는 40% 정도 성공 보수를 받는데, 이는 의뢰인이 받는 피해보상 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상 의뢰인이 교통사고로 상대방 측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상 금액이 1억 인 경우, 그중 2천만 원~4천만 원이 변호사 성공 보수로 계산된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아니었으면 못 받았을 금액이고, 애초에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이기 때문에 변호사에게 그만한 성공 보수를 지급하는데 큰 불만은 없을 것이다.


교통사고가 아니라 전국적인 집단 소송(class action)이라면 그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진다. 예를 들어, 2010년에 있었던 미국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건에서는 영국 최대 기업이자 세계 2위의 정유회사인 BP(British Petroleum)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담당한 로펌이 변호사 비용으로 약 5억 달러를 허가받았다. 사건에 참여한 변호사가 약 백 명인데, 이를 공평하게 분배한다고 해도 1인당 5백만 달러(약화 약 60억 원)의 변호사 수임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수임료 결정까지 약 6년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대충 계산해도 변호사 개개인이 이 사건으로 1년에 10억 원을 보수로 받은 셈이다. (재밌는 점은, 합의 금액에서 변호사 비용이 차지하는 부분은 불과 4.3%라는 것이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파트너 변호사의 지분이 훨씬 클 것이다.


3. 소송보다는 자문이 유리

앞서 집단 소송에서는 천문학적인 변호사 비용을 보수로 받을 수 있다고는 했지만, 이는 극히 예외의 경우이다. 요식업계로 비유하자면, 백종원 씨가 운 좋게 어떤 메뉴로 일생에 한 번 올만한 대박을 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송무 시장은 변호사 직역 중에서도 가장 흔한 분야라서 전문 분야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전문화를 한다면 특정 법 분야 소송을 전담하는 송무 변호사가 있을 뿐이다. 의료과실(medical malpractice) 소송이라든지 이혼 소송(divorce) 같은 전문 분야라도 대부분의 소송 변호사는 (성공 보수가 아닌) 시간당 보수를 받으며, 시간당 수가는 경쟁으로 인해 어느 정도 적정선에서 결정이 난다. (일반적으로 적게는 시간당 200불, 많게는 1천 불 정도이다.)


반면, 인수합병이나 투자, 채권 발행 등 회사법(corporate law)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는 송무 변호사만큼 변호사 숫자가 많지는 않아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 심하기 때문에, 시간당 보수로 일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송무 변호사에서 비해서 수임료가 높은 편이다. 더불어 앞서 언급했듯이 개별 사건 자체에 큰 금전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의뢰인의 변호사 비용에 대항 저항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는 장점도 있다. 더 나아가 사건의 규모에 따라 고정급을 받는 경우, 자문 변호사는 경력과 연륜이 쌓이면서 적은 시간을 투입하더라도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지만, 송무 변호사는 시간당 수가에 상관없이 어쨌든 노동력을 투입해야만 보수를 받는 구조라서 이점에서는 자문 변호사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공인중개사가 서울 강남에 10억짜리 아파트를 매매한다고 해서 1억짜리 아파트를 매매하는데 비해 서류 작업량이 10배로 드는 것은 아니지만, 중개수수료가 매매가에 연동되어 있다면 비슷한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수입은 10배의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미국 연방정부 변호사의 연봉과 각종 혜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