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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Feb 08. 2022

테니스 복식에서의 멘탈관리

<Source: https://www.geograph.org.uk/photo/2720077>


어느 스포츠나 비슷하겠지만, 테니스 복식경기에서는 무엇보다 파트너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테니스 구력이 약 20년인 필자의 경우, 복식에 거의 95% 이상의 시간을 할애해 왔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복식 게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러다 최근에 같이 복식을 하기 힘들었던 파트너와 몇 경기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복식경기에서 파트너의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내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어느 정도 해답을 얻을 것 같아서 이를 공유하려 한다.


우선, 내가 찾은 해답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파트너의 잘한 점과 못한 점을 모두 수치화하여 이를 순익 계산에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장 쉬운 예로 파트너가 서브를 넣을 때 더블 폴트를 하면 -1점, 반면 서브 에이스를 하거나 서브 득점을 하면 +1점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파트너의 실수에 집착하기보다 파트너의 잘한 점도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파트너에 대한 불만이 훨씬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 편 파트너가 더블 폴트를 한 번했더라도, 서비스 에이스를 2번 했으면, 결과적으로 파트너는 +1인 것이다. 


매우 단순한 방법이지만, 나는 왜 그런지 모르게 그동안 파트너의 실수에만 집착한 나머지 '내 파트너는 왜 서브 게임마다 꼭 더블 폴트를 한 번씩 하는 걸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파트너가 서브를 잘 넣어서 이득을 본 일은 잊은 채, 마음속으로 비난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파트너에게 불만이 쌓이고, 내 기량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서 경기가 끝나면 파트너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속이 상하곤 했었다.


물론 서브의 더블 폴트나 에이스처럼 언제나 100% 파트너의 기여도를 계산할 순 없지만, 기본적으로 언포스트 에러(unforced error)는 -1점, 파트너가 잘 쳐서 득점한 경우나 어려운 공을 넘긴 경우에는 대체적으로 +1점을 부여하면 된다. 그리고 만약 애매한 경우라면 파트너에게 유리한 해석(benefit of doubt)을 해주면 마음이 편하다. 이렇게 파트너의 퍼포먼스를 수치화함으로써 생기는 큰 장점 중에 하나는 파트너의 실수에 대한 결과를 확대 해석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 그때 내 파트너가 쉬운 스매시만 성공했으면 우리가 상대방 서비스를 브레이크 했을 테고, 그러면 지금처럼 경기가 힘들어지지 않았을 텐데...' 같은 불만을 멈출 수 있게 된다. 파트너에게 -1점을 부과하고 해당 포인트는 잊어버리는 게 멘탈에 훨씬 도움된다.


이뿐만 아니라, 파트너의 퍼포먼스를 수치화하면 내가 경기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공격적이고 주도적으로 샷을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파트너의 계속된 실책으로 퍼포먼스가 현재 -5점이라면, 내가 조금 더 무리한 샷을 치더라도 공격적으로 포인트를 먼저 따서 파트너가 실수할 기회를 줄여주는 것이 좋다. 반면, 파트너가 +5점 정도로 매우 잘해주고 있다면, 굳이 내가 파트너의 공을 빼앗아 치거나 내가 무리하게 공격적인 샷을 칠 필요 없이 파트너의 보조에만 잘 맞춰주면 되는 것이다.


이에 더 나아가, 단순히 파트너의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나의 실수도 고려를 하면 멘탈 관리가 더 쉬워진다. 예를 들어, 내가 어이없는 실수를 할 때마다 파트너의 평가에 +1점을 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의 실수에는 엄격하고 자신의 실수에는 너그러운 법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파트너의 실수와 나의 실수를 동등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결국, 파트너의 실수와 더불어 파트너의 잘한 점, 나의 실수를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파트너로 인해 스트레스받는 일은 더 적어질 것이다. 최악의 경우 파트너가 -10점의 퍼포먼스를 보이며 우리 팀이 경기에 패하더라도, (퍼포먼스 계산이 객관적이라는 전제 하에) 파트너가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죄책감이 덜 들것이다.


위 방법의 유일한 단점은 경기 내내 파트너의 퍼포먼스를 계산하느라 뇌의 부담이 되어 경기에 집중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를 진행하면서 게임 스코어나 세트 스코어도 항상 염두해야 하기 때문에 머릿속에 두 개의 전광판(?)을 관리하기가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복식을 할 때 파트너의 실수가 예상되고, 그에 따라 내가 부정적인 생각을 할 여지가 있는 경기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을 한다.


사실, 파트너와 나의 실력이 비슷하거나 파트너의 실력이 나보다 뛰어날 경우에는 이러한 계산이 필요 없고, 거의 대부분 나보다 실력이 약간 떨어지는 파트너와 경기를 할 때, 그리고 그 파트너가 예상한 대로 저조한(?) 퍼포먼스를 보이기 시작하여 내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그때 순익 계산을 해도 크게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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