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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Feb 03. 2022

"결과가 안 좋더라도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

최근에 했던 가장 큰 고민은 두 가지 잡 오퍼를 사이에 두고 무엇을 수락하느냐의 문제였다. 둘 다 연방정부직이었는데 하나(오퍼 A)는 일 자체가 흥미롭고 내가 즐길 수 있을만한 것이었으나 만약에라도 신원조회에서 탈락하면 오퍼가 취소될 위험이 있는 일이었고, 다른 하나(오퍼 B)는 전자만큼 업무가 흥미롭진 않아도 조금 더 편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고 신원조회 탈락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두 가지 오퍼 사이에서 꽤 고민을 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하루에는 A오퍼를 수락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가 다음 날에는 B오퍼를 수락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리스크가 적고 업무가 조금 더 편한 쪽으로 가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막상 일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업무가 조금 더 어렵고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가슴이 뛰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양 쪽에서 오퍼를 받고,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통화 중에 아버지께서, "그래도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않겠냐?"라고 말씀을 하셨다. 즉, 위험 부담이 좀 있더라도 더 마음 가는 쪽으로 택하는 것이, 나중에 마음이 덜 가지만 안정적인 선택을 했을 때보다 후회가 더 적지 않을까라는 말씀이셨다. 이 말을 듣고 한 동안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동안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무엇을 하지 않아서 후회한 적은 많았어도(~해볼걸) 무엇을 하고 나서(~하지 말걸) 후회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안 했으면 큰일 날뻔했네'라고 느꼈던 점이 더 많았다.


그 이유인 즉, 왠지 모르게 선택하지 않은 길은(특히 더 위험부담이 높고 보상이 큰길)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더 좋아 보이고 가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 길도 장단점이 다 있을 테지만, 장점이 더 부각되도록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마치 누군가, "지금 확실한 3천 원 받을래, 아니면 1/2 확률로 5천 원 받을래?"라고 제안했을 때 (합리적으로) 3천 원을 택한 뒤, 나중에 '아 5천 원 받을 수도 있었는데...'라고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나는 만약 "1/2 확률로 5천 원"을 택하고 행여 0원을 받더라도, 그 선택에 대한 큰 후회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내가 놓친 건 "확실한 3천 원"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확실하게 알면, 이에 대한 아쉬운 감정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도 쉽다. 


그런 면에서는 나를 낙관주의자(optimist) 혹은 모험가(risk taker)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인생에서 내렸던 중요한 삶의 결정은 대부분 "잠재적인 기대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과거에 내렸던 잘못된 결정을 후회하고 연연하기보다는, 미래에 조금 더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해서 고민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편이다. 어차피 과거는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서 내가 내린 결정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생길 줄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내가 고심 끝에 주체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점과, 이 결정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더라도 최종적으로는 그 결정을 옳은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서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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