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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Mar 07. 2022

나의 MBTI 여행기

변호사 업무와 MBTI

필자가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것은 교육학을 공부하던 학부시절이었다. 정확히 무슨 과목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학습자의 성향에 따라 교수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취지의 챕터였고, 그 성향 검사도구 중에 하나로 MBTI가 예시로 언급되어 있었다.


MBTI가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은 시절이었지만, 스스로의 성격이 궁금해서 MBTI 검사를 받아본 적이 있다. 그것이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임시 검사였는지 아니면 대학교 취업정보센터에서 제공하던 정식 검사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결과가 ISTJ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다.


이후 MBTI라는 것은 까맣게 잊은 채 많은 시간이 흘렀다. 미국 로스쿨 과정을 마쳤으며, 바 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한창 형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던 2020년, 한 때 자신의 MBTI 검사 결과를 SNS에 공유하는 것이 유행이 되어 나도 인터넷에서 오랜만에 다시 MBTI 검사를 받았다. 그때 당시의 결과는 놀랍게도 INFJ.


사람의 성격이 변할 수 있듯이 MBTI도 변할 수 있다고 하는데, 추측컨대 당시에 내가 하던 일이 주로 사회적 약자(저소득층 및 노숙자 등)를 자주 대리하던 시절이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공감 능력이 뛰어났던 시절이었으며, 법을 활용하여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고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하는데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으로 가득 찼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러다 2020년 초에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고 집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의뢰인을 포함한 사람들과의 접촉이 뜸해지면서, 내 성향이 INTJ로 변했다. 더불어 경력이 쌓이고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세상을 무조건 이상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게 된 것도 있었다.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참으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며 갖은 희로애락을 겪다 보니, 그전만큼 모든 일에 감정을 쏟지 않고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 것도 있었다.


그 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개업 변호사 업무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하던 2021년 말~2022년 초, 미국 공식 MBTI 사이트에서 결제를 하고 정식 검사를 받아봤다. 결과는 다시 ISTJ. 본질로의 회귀라고나 할까? 아니면 그동안의 결과가 부정확했던 것일까? 둘 다 일수도 있다. 


이러한 나의 MBTI 역사를 보면, 어쨌거나 내가 내향성(Introvert)이면서 판단형(Judging)인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고, -ST-냐 -NF-이냐는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는 것 같다. 검사 결과도 S/N, T/F에 관해서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기보다는 55대 45 정도로 비등비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점에서 각 유형별로 내가 공감을 많이 했던 특성을 나열해 보자면,


-의젓한 성격이므로 장남, 장녀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ISTJ, 필자는 실제로 장남이다)

-원리, 원칙적이다/직설적인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다(ISTJ)

-가치관의 선을 넘은 사람과는 미련 없이 인간관계를 정리한다(INFJ, 흔히 "도어 슬램")

-페르소나를 잘 사용한다/보통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친절 이상의 것을 얻기는 어렵다(INFJ)

-구상과 파악은 거시적으로 처리하고, 지식과 사고는 수렴적으로 파고들어 나아감(INTJ)

-질서 있는 추론을 사용하여 흥미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함(INTJ)


재밌는 것은 ISTJ, INFJ, INTJ 유형에 어울리는 직업에 전부 법률가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을 보면 필자는 직업을 비교적 잘 선택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ISTJ에 어울리는 직업에는 공무원도 있으니, 조만간 정부직 변호사로 일할 필자에게는 안성맞춤이라고 볼 수 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개업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일이 비합리적인 의뢰인의 비위를 맞춰주고, 잠재적 고객을 발굴하는 영업일이었던 것이 놀랍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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