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약 10년 전 금융 위기를 겪은 이후로 거의 완전 고용 상태나 다름없는 경제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나에게는 이 상황을 좋게 볼 수도 있고, 나쁘게 볼 수 있다.
일단 단순하게 생각하면 경제가 좋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은 굳이 범죄를 저지를 필요가 없다. 그런 면에서 절도나 사기 등의 범죄는 줄어들 거이다. 대부분의 분쟁은 돈이 관련되었기 때문에 폭행이나 상해 등도 줄어들 것이다. 다만, 삶의 질이 윤택해지고 여유로워짐에 따라 사람들은 더 많은 여행을 즐길 것이고, 자동차 여행이 늘면 거기에 따른 과속 운전이라든지 음주운전 사건은 늘어날 수도 있다.
관점을 바꿔서 경찰관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경찰 업무는 말 그대로 3D 업종이다(dirty, difficulty, and dangerous). 특히 한국과 달리 총기 소유가 자유롭고 정신질환자들이 많은 미국은 경찰이 업무 수행 중 심각한 부당을 당하거나 심지어 사망할 확률도 높다. 아마 중동 분쟁지역에 파견되어있는 미군을 제외하곤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 아닐까.
경기가 좋으면 그만큼 경찰의 수가 줄어든다. 그보다 안전하면서 높은 보수를 지급하는 일자리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경찰관이 돈과 안전성만 쫓아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경계선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는 될 것이다. 경찰관의 수가 줄어들면 법 집행도 줄어들 것이다. 범죄자의 검거율 줄어들 것이고, 속도위반 티켓 발부 건수도 줄어들 것이다.
이는 내 입장에서 보면 잠재적 의뢰인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경찰이 활발하게 활동을 해야 변호할 사건들도 많아지는데 경기가 좋으면 그렇지 못하다. 한편으로는 좋은 점도 있다.
최근에 내가 맡은 사건 중에 절도 사건과 무면허 운전 사건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두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들이 그만두었던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형사 사건에서의 핵심 증인은 최초 피고인을 수사, 검가 및 심문한 경찰관들인데 그들이 없으면 사건 입증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경우에는 검사가 어쩔 수 없이 기소중지(nolle prosequi) 처분을 내리게 된다. 징역형을 예상하고 있던 의뢰인 입장에서는 뜻밖의 횡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내가 주로 활동하는 지역에 심한 것 같다. 나는 버지니아 주에서도 특히 부유한 카운티로 꼽히는 페어팩스 카운티와 알링턴 카운티에서 활동을 하는데, 이 지역은 한국으로 치면 분당이나 판교 신도시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국방 산업 혹은 IT산업이 발달해 고급 일자리가 많은 지역이며 전국에서도 평균 소득이 최상위권에 속하는 곳이다. 아마존 제 2 본사의 유력한 후보지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물가도 높아 생활비가 많이 나오는 지역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개업 변호사로서 일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아서 내가 느끼는 이러한 현상들이 단순한 우연일 뿐인지 아니면 정말로 경기 변동의 결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뭐 아무려면 어떤가. 사건이 적으면 적은 대로 개별 사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면 되고, 사건이 많으면 그만큼 더 다양한 사건을 경험하고 수임료도 늘어나니까 어느 쪽이든 좋다.
글: 김정균 미국 변호사(VA/DC/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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