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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Aug 01. 2022

Netflix - Alone 시청 후기


최근 와이프의 권유로 넷플릭스에 있는 Alone이란(원래는 히스토리 채널에서 제작) 야생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시작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인지라 꽤나 흥미로웠다. 기본 포맷은 10명의 참가자들이 각자 캐나다에서 그리즐리 베어가 주로 서식하는 야생 숲에서 최소한의 장비로 시작해서 가장 오래 버티는 것이다. 마지막에 남은 승자는 50만 불(한화 약 6억 5천만 원 상당)의 상금을 타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 점은 인간은 혼자 자연에 남겨졌을 때 얼마나 연약하고 고독한 존재인지,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문명을 통해 누리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발전의 결실인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세 가지로 귀결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충분한 영양소와 열량을 제공할 수 있는 양질의 음식을 구하는 것. 두 번째는 그리즐리 베어로부터 몸과 식량을 지키는 것, 세 번째는 혼자라는 외로움을 이겨내는 것.


대다수의 참가자들은 초반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열매나 버섯 등으로 허기를 채우면서, 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 이후에는 사냥이나 낚시를 통해 동물성 단백질과 영양을 섭취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데, 이 단계에서 대다수의 탈락자가 생긴다. 운 좋은 참가자는 일주일 만에 야생 꿩을 사냥해서 먹기도 하고 어떤 참가자는 3주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낚시에 성공해서 연어를 먹어보기도 하지만, 불운한 참가자는 전혀 고기를 먹지 못하여 영양 결핍과 허기로 진행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회차가 진행될수록 야위어가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저 상황에 있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심리적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마치 비 오는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며 집안의 아늑함을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깨닫게 된다. 특히 언제 어디서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Alone의 참가자들은 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열량 소모와 그 노력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음식의 열량을 치열하게 저울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찾기 위한 노력은 대부분 헛수고로 끝나서, 결과적으로는 순 열량면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나 우리들에게는 정확히 정 반대의 현상이 벌어진다. 프로 운동선수나 단순 노무 종사자가 아닌 대다수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은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만 치면 먹고살 만한 돈이 나오고, 그걸로 필요한 음식을 충당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순 열량면에서는 매일 엄청난 이득이다. 오히려 이 많은 열량들을 제대로 소모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더 클 정도다.


그래서 우리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억지로라도 운동을 통해서 여분의 열량을 소모시키는 활동에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운동이라는 것은 어느 형태이든 아주 예전부터 인류의 생존과 밀접한 신체 능력을 발달시키는 방법이다. 가장 흔한 달리기조차 맹수로부터 도망치고, 사냥감을 쫒기 위한 인류 최초의 운동이 아니었을까. (그런 점에서 프로 운동선수는 밀렵·채집으로 생계를 유지했던 문명 초기의 인류와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다시 Alone으로 돌아가서, 이 프로그램이 최종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 같다. 얼핏 보면 야생에서 생존하기가 얼마나 정신적, 신체적으로 어려운 지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후반부에서 참가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고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가족과 연인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프로그램 진행 초반부에서는 세상에 혼자 남겨져도 잘 살아남을 것 같은 강인해 보이는 참가자들도, 후반부로 갈수록 가족들이 보고 싶다면서 눈물을 삼키며 하소연하는 모습이 적잖게 보였다.


결국 나 같은 사람들이 Alone 같은 프로그램에 흥미를 가지고 시청하게 되는 이유는 회차가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의 독백을 통해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더 자세히 알게 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민의 감정을 가지며 나도 모르게 그들의 성공을 기원하며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도 스크린을 통해 참가자들과 소통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물론 매회 그림 같은 캐나다의 자연경관은 덤이다.


만약 본인이 처한 환경이나 인간관계가 불만족스럽다고 느낄 경우, 이 Alone이란 프로를 한 번 정주행 해보기를 권한다. 곧 본인이 얼마나 행복하고 아늑한 삶을 살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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