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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Jul 16. 2022

(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저 사람은 좀 '이상한' 것 같아."


이상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기준에서 조금 벗어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과연 '일반적'이다는 것의 정의는 무엇일까? 아마 보통 사람들은 "그냥 보면 알아"할 것이다. (마치 1964년 미 연방대법관이 포르노와 예술 영화의 차이를 놓고, 포르노의 정의를 내리면서 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제목부터가 이상하다. 주인공인 우영우 변호사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다고 해서 이상하다고 하는 것이 이상하다. (물론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작가나 제작자가 절대로 부정적인 의도가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사실 나는 이 드라마가 처음 등장했을 때,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다. 현재까지 본 한국 법정 드라마에서는 모두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미국 법정 드라마도 마찬가지지만, 요즘은 그래도 감수를 제대로 받는지 비교적 현실과 가까운 경우가 좀 있다.(예를 들어,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나온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시리즈에서는 형사 재판이 현실과 90% 정도 비슷하게 묘사되니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추천할 만하다) 그런데, 의외로 SNS에서 한국 변호사인 지인들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극찬했기에 (심지어 와이프도!) 속는 셈 치고 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현실적이면서 분위기가 그렇게 무겁지 않아서 계속 보게 됐다.


우선, 미국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는 내 관점에서 봤을 때는, 사건 하나하나, 의뢰인과 변호사의 대화, 변호사와 판검사의 대화가 의외로 현실성이 넘친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한국 법정에 가본 적이 없지만, 미국 법정은 지난 몇 년간 매일 거의 출퇴근하듯이 다녔고 배심원 재판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미국 현지 법원 사정은 어느 정도 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놀랐던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법적인 절차가 약간 다를 뿐, 실무는 거의 고만고만하다는 것이었다.


[약간의 스포일러 주의]

예를 들면, 자신의 사건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가진 채 변호사 쇼핑을 하는 의뢰인, 사정이 딱하지만 법적으로는 이미 결과가 뻔히 보여서 크게 도와줄 수 없는 의뢰인, 법을 사업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의뢰인, 법정에서 선서하고 태연하게 거짓말하는 증인, 겉으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척 하지만 실제로는 편견을 가진 판사, 반면 허술하고 능력 없어 보이지만, 실제 판결은 놀랍도록 공정하고 날카로운 판사 등등이 공감됐다. 이러한 점들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다.


[사족이지만, 법정에서 증인이 진술하기 전에 하는 선서문이 미국보다 구체적이고 "위증죄"를 직접적으로 명시한다는 점에 마음이 들었다. 물론 그래도 어차피 거짓말할 사람들은 거짓말하겠지만, 웬만한 일반인들은 위증죄란 말을 듣고 쉽게 거짓말할 생각은 못할 것이다. 반면, 미국은 "I solemnly swear that the testimony I am about to give will be the truth, the whole truth, and nothing but the truth. So help me God" (하도 많이 듣다 보니 자동으로 외워짐ㅋㅋ)이라고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경고(!)가 좀 약하달까]


또 하나 놀랐던 점은 (이 부분은 실제 한국 변호사분들의 의견이 필요하겠지만) 한국 재판도 미국 재판(정확히는 공판이라고 해야 하나)과 비슷하게 뭔가 "즉석에서" 예상 못한 증거나 진술이 튀어나온다는 것이 좀 신기했다. 내가 듣기론 한국 재판은 대부분 미리 서면으로 거의 질문 답변이 교환된 뒤에 하는 거라서 매우 드라이하고 지루하다고 들었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등장하는 증인 신문은 오히려 미국식처럼 변호인은 증인이 무슨 답변을 할지 모르는 질문을 하고, 상대방이 어떤 증거를 제출할지 전혀 모르는 듯한 미국식 공판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미국도 법원이나 판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가 활동했던 형사 법원은 약간 거짓말 보태어 원님 재판처럼 증거 개시나 사전 서면 교환 절차가 별로 없고, 원하면 피고인의 법원 출석 첫날 바로 유무죄를 가르는 공판을 할 수 있어서 임기응변이 필요한 곳이었다)


다시 드라마로 초점을 맞춰보면, 이 드라마를 통해서 작가와 감독은 일반인들이 흔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어느 정도 없애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스토리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주고자 하는 것 같고, 아직까지는 그 목표를 훌륭하게 달성하고 있다.


작년인가, 비슷한 주제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무브 투 헤븐"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이것도 꽤 인상 깊게 봤었다. 물론 거기에 등장하는 "한그루(탕준상 배우)"는 "우영우(박은빈 배우)"의 능력보다는 조금 더 현실성이 있는 것 같다.


이건 그냥 내 생각이지만, 최근 들어 한국에서 자폐 스펙트럼 등 정신 질환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으로 예전에 비해서 정신 질환에 대해서 조금 더 관대해지고, 그에 따라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필요성이 생겨나서가 아닐까. 미국은 아주 예전부터 이러한 주제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가 많았는데, 한국은 뒤늦게나마 이런 부분에 대해서 사람들의 인식이 재고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왜냐면 한국은 "일반적"이라는 기준이 매우 높은 곳이라, 약간의 정신 질환만 있어도 "이상한" 사람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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