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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Dec 03. 2023

힘 빼고 글쓰기

최근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별로 못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보통 예전에는 이른 아침에 블로그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아침에 운동을 하다 보니 블로그 할 시간이 줄었다. 최근에 수영에 재미를 붙여서 그런지 월 수 금 아침에는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수영장을 가고, 목요일 아침에는 PT, 화요일 아침은 출근 준비 때문에 오전에 블로그 할 시간이 없어졌다.  

    만약 아침에 시간이 남더라도, 글을 쓰기보다는 무언가를 읽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한글로 된 종이 신문을 꾸준히 구독하고 있고, 종종 이코노미스트를 서점에서 구매해서 읽다 보니 정보를 공유하기보단 습득하는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게 됐다.  

    마지막으로, 블로깅의 목적이 불명확해졌다. 예전에는 정보 공유 혹은 자기만족의 목적이 주였는데, 요즘은 내가 공유할 만한 정보의 유용성이나, 블로깅을 함으로써 오는 만족감이 예전만큼 못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과연 블로깅의 목적은 무엇일까? 솔직히 예전에는 '내가 이만큼 열심히 살고 있다!' 혹은 '나는 이만큼의 성취를 이뤘다!'라는 것을 자랑하기 위한 목적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굳이 없어졌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 이웃분들이 몇 명 있는데, 내가 그분들을 포스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을(업무 상이나 업무 외적이나) 담담하고, 솔직하게 서술하기 때문이다. 굳이 남들에게 뽐내고 싶어서, 혹은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소소하게 일기를 쓰듯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분들인데, 나는 그게 막상 잘 안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포스팅을 쓰기 시작하는데, 어느새 딱딱한 정보 공유 글이 되거나, 혹은 은연중에 내 자랑하는 내용이 들어가게 된다.


모든 스포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힘 빼기인데, 나는 아직도 글쓰기에서 그 힘 빼기가 잘 안되는 것 같다. ㅠㅠㅋ 직업병일지도... 마음 같아서는 잠옷 입고, 거실 소파에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연필로 끄적이는 듯한 편한 글을 쓰고 싶지만,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슈트 입고 사무실에 정자세로 앉아서 각 잡고 만년필로 글을 쓰는 자세가 되어 있다. ㅎㅎ


변호사의 숙명일까? 계약서에 들어간 조항 한 줄, 혹은 이메일 하나에 수천억 원짜리 소송이 좌우되는 것을 목격하다 보니 문장이나 단어 선택에 있어서 쓸데없이 신중해지고,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게 된다. 머릿속의 생각을 글로 옮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힘 빼고 글쓰기. 남들이 내 글을 바탕으로 나를 어떻게 생각·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 이 두 가지가 앞으로 나의 새로운 글쓰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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