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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Mar 19. 2019

미국은 경찰관이 변호사 선임 여부를 결정한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https://pxhere.com/en/photo/1379713>


미국 수정헌법 6조에는 형사 사건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right to counsel)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기로 모든 형사 피고인은 변호사를 선임할 여력이 없을 경우에도 국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제가 자주 가는 버지니아의 페어팩스 법원에서는 범죄에 기소되더라도, 그리고 변호사를 선임할 여력이 없더라도, 국선 변호사를 선임해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바로 경찰관이 징역형을 구형할 의사가 없을 경우입니다. 예 맞습니다. 검사가 아니라 "경찰관"입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경찰관이 제한적이나마 기소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범죄의 경우 일반 교통티켓 발부하듯이 소환장(summons)을 발급하면 기소가 되는 것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 일정 절차를 거쳐서 치안 판사에게 체포영장(warrant of arrest)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소환장을 받은 경우 정해진 날짜에 법원에 출석을 해야 되는데, 이 날 판사는 피고인에게 기소된 내용을 정식으로 통지하고 변호인의 선임 여부를 묻게 됩니다. 만약 변호인을 선임할 여력이 없다고 하는 경우, 판사는 경찰관에게 징역형을 구형할 예정인지 묻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관은 해당 피고인의 범죄기록 및 사건의 심각성에 따라 이를 결정합니다. 일반적으로 대마초 소지(Possession of Marijuana), 무면허 운전(Driving Without Operative License or Driving on Suspended License), 난폭 운전(Reckless Driving)의 경우 1급 경범죄(혹은 그에 준하는 등급)이기 때문에 이론상 최대 12개월 미만의 징역형이 가능하지만, 초범은 대개 벌금형에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90마일을 초과한 난폭운전은 징역형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변호인을 선임해 주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감옥에 갈 위험(정확히는 징역형+집행유예도 포함)이 없으면 국가에서 굳이 세금을 들여서 변호인을 선임해 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아무리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로 끝날 가능성이 있더라도 변호인이 선임되어야 합니다. (참고: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 Alabama v. Shelton, 535 U.S. 654 (2002)) 물론 자비로 변호인을 고용할 수 있다면 징역형의 위험이 없더라도 (예를 들어, 단순 교통위반 과태료 등) 자유에 따라 변호인의 대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오해가 없도록 한 가지 명확하게 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미란다 원칙에 포함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사실상 피의자가 "체포 및 구금"을 당한 후 취조를 받을 시(custodial interrogation) 변호인을 조력을 받을 권리를 포함하기도 합니다. 이 권리는 돈이 있든 없든, 실제 체포 당시에 변호사를 고용하든 하지 않았든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보면 진술거부권과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즉, 체포를 당한 후 경찰관이 심문을 할 때, 변호인의 권리를 주장(invoke)하면 경찰관은 변호사가 오기 전까지는 심문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장 체포 현장에 변호사가 달려갈 수 있는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실질적 효과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으로, 범죄에 기소되면 기본적으로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아무리 징역형의 가능성이 없더라도, 범죄는 범죄이며 버지니아의 경우 벌금형을 받더라도 유죄 기록은 평생 지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변호사가 있으면 위의 벌금형으로 끝날 수 있는 기소들의 경우, 종종 사건 초기에 검사와 협상해서 기소 자체를 단순 교통위반(infraction/citation)으로 경감시키거나 기소 철회(nolle prosequi)를 이끌어 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가리더라도 변호사가 있어야 승소 확률이 높아지겠죠.


글: 김정균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 (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

대표 변호사, Ballston Legal PLLC (http://www.ballstonlegal.com)

대표 코치, 메타 미국 로스쿨 코칭/컨설팅 (http://www.metalawcoa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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