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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May 19. 2019

"젊은 변호사에게 보내는 편지" (서평)

Letters to a Young Lawyer

<출처: Amazon>


올해 4월 말쯤 아내와 함께 보스턴(정확히는 캠브리지)에 갈 일이 있었는데, 여유가 생겨서 하버드에서 운영하는 서점인 "Coup"에 들렸습니다. 거기에서 제 눈길을 끈 책이 있었는데, 바로 "젊은 변호사에게 쓰는 편지(Letters to a Young Lawyer)"라는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역사상 하버드 로스쿨 최연소 교수로 임용된 알란 더쇼비츠(Alan Dershowtiz)라는 사람으로 O.J. 심슨 사건을 비롯해 미국에서 논란이 되었던 수많은 피고인들을 대리했던 유명한 변호사이자 학자입니다.


저는 변호사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지 4년 차인 형사 변호사이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책을 구매하고, 바쁜 여행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틀 만에 책을 완독 하였습니다. 읽고 나니 역시 더쇼비츠가 뛰어난 변호사라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의 직설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그렇지만 수십 년간의 고민과 경험이 녹아있는 금과 옥자 같은 조언들 때문이죠.


그중에서 몇몇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제가 자의적으로 해석을 했습니다. 저자/역자의 서면 동의 없이 복사 및 배포를 금지합니다)


(변호사의 역할의 대하여)

"모든 사람이 당신을 좋아한다면, 자네는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걸세. 자네는 충분히 터프하지 않은 거야. 자네는 논란이 되는 사건들을 수임하지 않은 거야. 자네는 다른 변호사들과의 우정을 의뢰인의 이해관계보다 우선시하고 있는 거야. 그냥 참고 있는 거지."


(법에 대해)

"법을 사랑하지 말게. 그러면 결국 후회하게 될 테니까. 법은 단순히 도구, 기계장치, 개념일 뿐이야."


(돈에 관해)

"돈은 우선순위를 왜곡시킨다네. 부자들은 더 많은 휴가를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더 짧은 휴가를 갔다 오곤 해, 왜냐면 그들이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 우리들 보다 훨씬 많은 손해를 보기 때문이지."


(변호에 관해)

"변호사로서 자네는 누군가의 대리인이 되는 거야. 자네는 그들을 위해 행동하는 거지. 자네는 그들의 대변인이야. 이런 표현을 좋아하진 않겠지만, 자네는 그들의 확성기(mouthpiece-약간의 비하적인 의미)인 셈이지. 당신은 그들이나 마찬가지인데, 단지 그들보다 더 교육을 받았고 의사표현을 더 잘한다는 점이지. 그래서 옳은 일을 한다는 것은 의뢰인에게 특별히 이득이 되는 것이지, 사회나 자네에게 이득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세."


(형사 변호사에 관해)

"사려 깊은 많은 사람들이 묻곤 하지, '당신이 범죄자들을 변호할 때 본인의 윤리관과 타협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어떻게 느낍니까?'라고,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지, '무슨 윤리관과 타협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게 바로 저의 윤리관입니다. 유무죄에 상관없이 범죄로 기소된 사람들을 대리하는 것 말이죠.' 만약 이런 것을 감당할 수 없다면, 피고를 대리하는 형사 변호사가 될 수 없네."


(형사 피고인)

"나는 개인적으로 범죄자들을 경멸하고 언제나 의로운 사람들을 응원하지. 단, 내가 그 나쁜 놈들 중 한 명을 대리하고 있을 때는 빼고."


(혐오 사건에 대하여)

"나는 그 어떤 변호사도 단지 의뢰인이나 소송 사유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politically incorrect)는 이유로 특정 형사 사건이나 헌법소원 사건 수임을 거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렇게 되면 시민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고 이념 간의 갈등이 깊어져, 변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제대로 된 변호사의 변호를 받기보다는 이상 공론자들(ideologues)들의 도움이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지. 그들은 정치와 열정이 준비와 전문가 다움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일세."


(배심원 제도에 관하여)

"우리의 법조 체계에서 개별적인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는 배심원일세. 왜냐면 배심원들은 일단 그 사건이 해결되면 해산하고 각자 자기 일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지. 그 어떤 야심도 가질 수 없어. 단지 눈 앞에 있는 사건에 대해 옳은 판단을 할 뿐이지."


(변호사 업무와 평가)

"내 생각에 변호사의 일이란 건 평생에 걸쳐 부정확한 채점자에 의해서 평가받는다는 것인데, 이를 증명해주는 사건이 있었지. 나는 예전에 은퇴한 한 연방 판사와 함께 복잡한 형사 사건을 같이 했었는데, 그 판사는 은퇴 후 대형 로펌에 파트너가 되는 조건으로 스카우트됐었지. 그 판사는 거기에서 처음 맡은 사건에서 참패했어.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 그 사람은 송무에서 아예 손을 떼고, 자문만 하게 됐지. 내가 그 사람에게 왜 좋아하던 송무에서 손을 떼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자문만 하느냐고 물었더니, '나는 평가받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아. 나는 이제 모두가 승리하는 일만 할 때가 된 거지'라고 했네. 실제로 변호사의 업무 중에서는 모두가 윈-윈 하는 경우도 있는데, 송무는 절대 아닐세. 그렇기 때문에 만약 자네가 평생 동안 자네보다 못한 사람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일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다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업무를 찾게나. 유언장 작성은 어때? 죽은 의뢰인은 자네를 평가하지 않거든!" 


(형사 제도)

"자네는 경찰관이 눈 깜짝도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될 걸세. 그리고 자네는 이런 경찰관들이 거짓말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명백히 유죄인 피고인이 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들을 믿는 척하는 판사들을 보게 될 걸세. 그리고 자네는 1심 판사들의 말을 믿는 척하는 항소 법원 판사의 판결문을 읽게 될 걸세. 바로 진실을 얘기하는 척하는 경찰을 믿는 척하는 1심 판사를 믿는 척하는 항소법원 판사의 판결문 말일세!"


(변호인의 의무)

"자네가 의뢰인을 위해서 일할 때, 자네는 진보주의자도, 보수주의자도, 흑인도, 백인도, 남자도, 여자도, 유대인도, 개신교도도 아닐세. 단지 자네는 의뢰인의 정당한 최선의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무엇인가가 되는 거지."


(사건의 위험성에 관하여)

"발을 고치거나 코를 성형하는 의사의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는 드물지. 반면 뇌나 심장수술 전문의는 자주 환자를 잃곤 하지. 한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들도 바로 이러한 뇌나 심장수술 전문의들이야. 변호사도 마찬가질세. 어려운 사건들을 수임하는 변호사들이 더 많이 패배하곤 하지. 그런데 그들이야 말로 종종 엄청나게 어려운 사건들을 승소하는 사람들이야. 그게 바로 변호의 스릴이지."


(상대방에 대하여)

"상대방 변호사를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말게. 항상 그들도 자네처럼 똑똑하다고 간주하게. 그들의 머릿속, 가슴속, 피부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보게. 만약 그들이 자네만큼 뛰어나다면, 그들도 그렇게 할 걸세. 기억하게, 자네가 옳은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상대방도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형사 변호사의 역할에 대하여)

"만약 의뢰인이 유죄라면, 형사 변호사의 역할은 가능한 모든 합법적, 윤리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모든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걸세. 이는 일반적인 대중이나 피해자를 고려한 '정의'라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가능한 좋은 유죄협상 결과를 이끌어 내거나, 혹은 이상적으로는 무죄판결을 받아내는 것일세."


(변호사의 이해관계)

"예전에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해야 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치아 건강을 이유로 불소 첨가를 지지했어. 그렇게 되면 본인들의 환자가 줄어들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 일부 치과의사는 온갖 이유를 들며 불소 첨가를 반대하기도 했지.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야. 그들이 양식적인지 아닌지는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를 파악하면 알 수 있어. 예를 들어, 전미 형사변호사 협회는 일부 마약의 합법화, 사형제도의 폐지, 국선 변호인 제도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형사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을 제한하게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양심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지."


<Alan Dershowitz, Source: https://twitter.com/alandersh>


글/번역: 김정균 변호사 (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


대표 변호사, Ballston Legal PLLC (http://www.ballstonlegal.com)

대표 코치, Meta Law School Coach LLC (http://www.metalawcoa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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