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한인 연방 의원, 앞으로 가야 할 길
"20년 만의 한인 출신 연방 하원의원" "민주당 소속 첫 연방 한인 의원"
바로 2018년 연방 하원선거에서 초선으로 당선된 앤디 김 의원을 일컫는 말입니다. 정말 오랜만의 한인 2세 출신 연방 의원으로, 당선이 확정되자 미국에 거주하는 수많은 한인들이 기뻐하게 되었습니다. 앤디 김이 취임 후 이곳 워싱턴 디시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제가 임원으로 속해있는 워싱턴 디시 한인 변호사 협회(KABA-DC, Korean-American Bar Association of Washington, D.C.)와 앤디 김의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후기를 적어 보겠습니다.
앤디 김은 누구인가?
앤디 김의 가족사를 들어보면 그가 "아메리칸드림"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 고아원에서 자랐지만, 소아마비를 극복하고 미국으로 이주하여 하버드대와 MIT를 거쳐 유전공학 박사가 되어 평생 암과 알츠하이머 등의 질병 연구를 했고, 어머니 역시 가난한 농가 출신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간호사 생활을 하였습니다. 앤디 김은 캘리포니아의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니다가 명문인 시카고 대학 정치학과로 편입하게 됩니다. 이후 로즈 장학금을 받아 옥스퍼드 대학으로 유학가 국제관계학 석박사를 취득하였습니다. 학위 취득 이후 앤디 김은 국무부를 거쳐 오바마 시절 백악관 안보 보좌관으로 활동하여, 추후에 오바마로부터 지지 선언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직접 본 앤디 김은?
간담회는 KABA-DC 출신 변호사 10명 정도와 앤디 김, 앤디 김의 수석 보좌관(Cheif of Staff)이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졌고, 저는 운 좋게 앤디 김의 바로 정면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간담회에 도착하기 전에 '어떤 사람이 미국 연방하원의원이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스스로 해보았는데, 앤디 김을 만나고 나니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소되었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든 느낌은 '정말 말을 조리 있게 잘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진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어떤 질문을 받아도 마치 준비했다는 것처럼 대본을 읽는 듯이 술술 답변이 나오고, 그 와중에서도 불필요한 사족이나 필러(filler)가 없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몇 가지 질문/답변을 예로 들자면,
Q. 미국에서 정치인이 되려는 한인들에게 조언을 준다면?
A. 무언가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미국 유권자들은 단순히 정치적 야심만을 가진, 직업 정치인(career politician)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후보자가 왜 입후보를 했는지, 그 배경 스토리는 무엇인지를 중요하게 본다. 유권자들이 그러한 스토리를 자신의 것처럼 느끼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스토리는 아메리칸드림과 공공 서비스에 대한 헌신이다.
Q. 한인들의 정치 진출을 돕기 위해 디시 한인 변호사 협회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 (내 질문)
A. 다른 외부 단체와의 연합(coalition)을 늘려야 한다. 그러면 소수 한인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시아 태평양계 변호사 협회라든지 흑인/히스패닉 변호사 협회, 비 변호사 협회 한인 단체들과 연합을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도 코커스(caucus)라는 단체에 소속되는데, 아시아계 의원들의 수는 적치만 흑인/히스패닉 코커스와 연합을 하면 그 어느 단체보다 커지기 때문에 더 강한 목소리를 낼 수가 있다. 디시 한인 변호사 협회는 디시라는 지리적 위치 덕분에 다른 비영리단체들과의 연합이 쉽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Q. 디시 한인 변호사 협회는 이익 단체의 성격이라, 선거에서 특정 입장을 취하기가 쉽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회원들 중에서 강한 정치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 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가?
A. 협회 내에서 정치적 토론이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 변호사들이야 말로 이성과 논리에 기반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치적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변호사들이 정치 얘기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면 그 누가 그런 토론을 할 수 있을까? 회원들 간에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회피하면 안 된다. 정치는 바로 이러한 의견 차이를 좁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들은 정기적으로 본인과 극단에 있는 의원들과 면담을 해야 한다. 내 경우에는 한 공화당 의원과 면담을 해야 했던 적이 있었다. 모든 사안에 대해서 나와 99%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막상 대화를 해보니 서로 즐겁게 대화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되었다. 바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맺는말
그 외에, 이민법 및 정책, 한반도 안보, 대중 무역 전쟁 등의 현안에 대해서 얘기해 볼 기회도 있었습니다. 그중에 인상 깊었던 점은 한반도 안보에 대해서 "무력은 어떤 상황에도 피해야 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된다. 한반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성공률이 낮더라도 가능한 모든 비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라고 한 것이었습니다.
우리 회원이 소속된 디시의 한 대형 로펌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던 간담회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고, 수석 보좌관이 다음 일정을 앤디 김에게 알리면서 종료되었습니다. 1시간 30분의 일정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유익한 시간이면서 동시에 미국 연방 의원이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가 그랬었던가요 "국민은 그에 걸맞은 지도자를 가진다"라고... 앤디 김을 선출한 뉴저지 제3 지역구 유권자들은 참 유능하고 호감 가는 정치인을 뽑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담: 저는 얼마 전 아킬레스 건 부상을 당해서 왼발에 보행보조기구를 달고 절뚝거리면서 회의실을 들어섰는데, 마침 앤디 김의 수석 보좌관인 Amy Pfeiffer와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의회 건물에서는 저같이 아킬레스 건 부상을 당한 사람들을 적잖게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사연을 알고 보니, 국회 의사당 바닥이 매끄러운 화강암 재질인데 하이힐 신은 여직원들이 급하게 돌아다니다가 미끄러지면서 발목이 꺾여서 비슷한 부상을 당한다는...)
글: 김정균 변호사 (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
대표 변호사, Ballston Legal PLLC (http://www.ballstonlegal.com)
대표 코치, Meta Law School Coach LLC (http://www.metalawcoa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