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균 미국변호사 May 27. 2019

김웅 검사의 "검사내전" 후기

흥미로운 사건들, 끝은 아쉬운.


미국에서 형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기에, 한국의 형사 제도와 검사 생활의 대해서 궁금해 읽게 됐다. 검사든 변호사든 판사든 법조인이 쓴 자서전 형식의 책을 보면 대부분 자신의 영웅담(war story)이 포함되는데 김웅 검사는 시종일관 비교적 겸손한 자세로 적절한 유머를 섞어서 그런지 그렇기 큰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초반부에 나오는 여러 가지 사기 사건들의 묘사는 매우 구체적이고 흥미롭다. 마치 탐정소설을 읽듯이 술술 읽히는데, 이야기마다 끝 맛이 씁쓸하다.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인간의 욕망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워낙 좁은 땅덩어리에서 인구는 많고, 경쟁이 심해서 먹고살기는 힘들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사기의 유혹에 빠지는 것 같다. 처벌이 약하다는 것도 한몫한다. 말 그대로 "크게 사기 쳐서 떼돈 벌고 몇 년 살 다오면 되지"하는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틈만 나면 고소하는 "고소 공화국"에 대해서도 나온다. 한국은 정말 고소가 흔하다. 미국의 경우 웬만하면 민사로 해결될 일을 한국은 고소부터 해놓고 시작한다. 즉, 사적인 관계에 공적인 권력을 끌어들여서 상대방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는 검경의 업무량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검사의 야근과 철야근무가 일상적인 이유가 이 때문인 것도 있다.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검사 채용을 훨씬 더 늘려야 하는데, 그러면 검사의 희소성과 권력의 분산 때문에 검사들이 동의할 것 같지는 않다. (법관도 마찬가지다)


별점이 4개인 이유는 후반부로 가면서 내용이 현학적으로 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저자가 법조인이면서 법철학에 조예가 깊고, 현실의 현상에 대한 나름 많은 고찰을 한 건 사실인데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후반부에 있는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에서 흥미를 잃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법조인인 나도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여러 학설과 이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꽤 지루하면서도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차라리 본인의 "미친놈"기질을 더 살려서, 현재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문제 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든지 "공수처 설치"에 관한 본인의 입장을 솔직히 밝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어떤 입장일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지만)


글: 김정균 변호사 (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

대표 변호사, Ballston Legal PLLC (http://ballstonlegal.com)

대표 코치, Meta Law School Coach LLC (http://metalawcoach.com)

작가의 이전글 미 연방하원의원 앤디 김과 간담회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