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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Aug 12. 2019

미국 가정폭력과 접근금지 명령에 관하여

Domestic Violence and Protective Order

<Alpha Stock Images - http://alphastockimages.com/>

미국적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파악하는데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법을 살펴보는 것이다. 법이란 것은 한 사회가 동의하는 이상적인 가치를 규정하고 이를 보호하는데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최근 가정폭력/접근금지 명령 사건을 여러 건 대리/상담하게 되었는데, 이번 기회에는 관련 법을 알아봄으로써 미국이 어떤 식으로 가정폭력을 예방 및 처벌하고자 하는지 알아볼 예정이다.


가정폭력(Domestic Violence) 피해자의 범위

일반적으로 가정폭력의 범위는 가족들로 한정해서 생각하기 쉬운데, 법적인 정의는 생각보다 넓다. 현 배우자뿐만 아니라 이혼한 전 배우자, 양부모, 입양자녀, 손자 손녀, 시부모, 사위/며느리, 동거 중이거나 최근 12개월 내에 동거한 자와 그(녀)의 자녀, 비혼 관계라도 공동의 자녀를 가진 상대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폭력 행위를 포함한다. 흥미롭게도 계부의 자녀(stepbrother/sister)와 사촌 등은 제외되고, 직계 가족의 경우에는 폭력행위 당시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거하지 않아도 가정폭력에 해당된다.


폭력(Violence)의 범위

미국의 경우 폭행죄(Assault & Battery)의 범위는 매우 넓은 편이다. 단순하게 상대방을 밀친다든지, 어깨를 부딪친다든지 하는 등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모든 신체접촉을 폭행죄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 부부싸움에서 남편이 아내를 밀치거나, 아내가 남편의 뺨을 때리는 경우에도 가정폭행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상대방 얼굴에 침을 뱉는다든지, 상대방 눈에 레이저 포인터를 겨눈다든지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당방위(Self-Defense)

일반인들이 많이 오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복수 행위(revenge)와 정당방위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정당방위는 상대방의 폭행행위가 이루어지기 전에, 예측되는 폭행행위에 비례해서 이뤄져야 한다. 만약 이미 상대방이 나를 때렸는데, 거기에 대응해서 나도 때리면 정당방위가 아니라 쌍방폭행이 된다. 혹은 상대방은 맨손으로 나를 때리려고 했는데, 내가 거기에 대응해서 상대방을 총으로 쏘거나 칼로 찔러도 정당방위가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정당방위가 성립되기는 쉽지 않다.


가정폭력의 처벌

버지니아 법에 따르면 가정폭력은 일반적으로 경범죄(Class 1 Misdemenor)로 처벌되며, 최대 12개월 미만의 징역 혹은 2500불 미만의 벌금이 부과된다. 초범인 경우 기존 폭력 전과가 없다든지 하는 여러 조건을 충족시키면 초범 프로그램(First Offender Program)을 이수할 수 있고, 이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면 기소가 기각(Dismiss)될 수 있다. 그러나 상습범(가정 폭력죄 유죄 기록 2건 이상), 피해의 정도가 상해(malicious wounding)를 넘어선 경우에는 6급 중범죄(Class 6 Felony)로 최대 5년 미만의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다.


접근금지 명령(Protective Order or Restraining Order)

가정폭력 사건과 항상 연결되어 있는 것이 접근금지 명령이다. 접근금지 명령은 말 그대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직접 접촉은 물론, 전화, 문자, 메시지, 인터넷 및 제삼자를 통한 서신 전달 등 모든 접근 행위를 차단한다. 접근금지 명령은 시기와 지속기간에 따라 3가지 나눠지는데 비상 접근금지 명령, 사전 접근금지 명령, 일반 접근금지 명령이다. 비상 접근금지 명령(EPO, Emergency Protective Order)은 최초 폭력행위가 시작된 직후 가해자에게 송달된 이후 3일간 유효하며, 피해자의 증언 혹은 수사경찰관의 요청에 따라 치안판사 및 일반판사가 발급할 수 있다. 그 사이에 피해자는 일반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일반 접근금지 명령은 양측(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진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보통 15일 이후에 심리 일정이 잡히는데 그 사이에 유효한 것이 사전 접근금지 명령(PPO, Preliminary Protective Order)이다. 부득이하게 심리가 연기되면 사전 접근금지 명령도 연장된다. 마지막으로 일반 접근금지 명령은 판사가 양 당사자의 주장을 직접 듣고 나서 필요시 발부하는데 이때는 발부일로부터 2년간 유효하다. (반면, 비상/사전 접근금지 명령은 피해자의 일방적 진술을 기반으로 발부된다)


접근금지 명령 위반죄(Violation of Protective Order)

만약 접근금지 명령이 유효한 상태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접촉을 한다면 가해자는 접근금지 명령 위반죄로 기소 및 처벌될 수 있다. 이 경우 처벌은 1급 경범죄와 동일하지만, 중요한 점은 실형(active incarceration)이 부과된다는 것이다. 즉, 일단 접근금지 명령 위반죄에 유죄가 되면 아무리 초범이고 정상참작사유가 있더라도 최소 하루는 감옥에서 실형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가중처벌 조항도 있다. 예를 들어, 5년 내 재범의 경우 최소 60일 실형이 부과되고, 상습 법(20년 내에 3번)은 6급 중범죄로 취급되며 최소 6개월 실형이 부과된다.


미국 체류신분에 미치는 영향

가족폭력 사건을 대리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가정 폭력죄나 접근금지 위반죄의 경우 미 시민권자가 아닌 경우 추방재판에 회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초범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대로 초범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서 유죄를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에도 자칫하면 이민법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이민법을 잘 아는 형사 변호사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접근금지 명령 위반죄는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가정 폭력죄처럼 초범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고, 실형이 법적으로 강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공판을 통해 무죄판결을 이루어 내든 지(확률은 낮음) 혹은 검사와 협상을 통해 접근금지 명령 위반죄를 기소 철회시키든지,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 다른 죄명으로 기소 변경을 하는 대신 검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처벌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에게는 유죄가 확실시되는 경우 차라리 감옥에 며칠/몇 주 더 가는 것이 영구 추방되는 것보다는 백배 낫기 때문이다.


맺음말

이를 보면 미국에서 가정폭력이 엄격하게 처벌되며, 동시에 피해자의 신체적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보호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는 당연히 이민법에도 반영되어 있어, 이를 제대로 지키고 따르지 않는 이민자들은 언제든지 추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까지 견고하게 확립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이만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글: 김정균 미국 변호사(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

대표 변호사, Ballston Legal PLLC (https://ballstonlegal.com)

대표 코치, Meta Law School Coach LLC (https://metalawcoa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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