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을 돌아보며, 일상으로의 복귀
한국을 다녀온 지 이제 2주가 지났다. 이제 시차 적응은 완벽히 끝났고, 미국 일상/업무로도 정상적으로 복귀했다. 한국을 다녀오면 항상 즐거운 추억과 떠나올 때의 아쉬움이 공존한다. 내년을 기약하며 또 일 년 열심히 살 수 있는 원동력을 얻고 간다.
이번 한국 방문이 남달랐던 점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부모님 집이 세종으로 이사해서, 근 이 주간 세종에서 살아볼 기회가 있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막바지에 서울에 머무르며 세계 한인 변호사협회 총회(IAKL)에 참석했던 것이다. 둘 다 많은 생각을 남기는 경험들이었다.
세종시에 대한 느낌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반듯하게 잘 정리된 도로와 건물들. 잘 관리되는 공원. 속속 개발되는 새로운 상권들. 활기차고 젊은 신도시의 모습이었다. 서울을 포함한 광역시에서 온 사람들은 아직 무언가 부족하고 공허한 느낌이라곤 하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그 모습에서 여유와 한가로움이 느껴졌다. 세종 이전이 가장 비슷한 느낌을 받은 곳은 송도였다. 아마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세종이나 송도에 정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인구절벽으로 미래가 불투명한 한국 사회에서 유일하게 새싹 같은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한인 변호사 협회(IAKL) 총회 참석은 이번이 벌써 3번째다. 2014년 로스쿨 3학년 시절 뉴욕에서 열렸던 총회에 처음 참석했던 것을 계기로, 2016년에서 워싱턴에서 준비위원회 소속으로 행사 진행 및 준비와 참석을 겸했다. 그리고 2019년 서울. 한국에서 열린 총회 참석은 처음이었다.
재밌던 점은 블로그를 통해서 나를 아는 사람을 적어도 4명은 만났다는 것이다. 서로 이웃인 다른 법조인도 있었고, 내가 오래전에 블로그를 통해서 조언을 준 적이 있는데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가 되었다는 사람, 현직 미국 변호사인데 내 블로그를 예전부터 구독했던 사람, 혹은 현직 로스쿨 재학생도 있었다. 다시 한번 세상은 참 좁고, 보는 눈은 의외로 많다는 점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반갑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누가 나를 어떻게 알지도 모르니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네트워킹, 네트워킹, 네트워킹. 한국 갈 때는 IAKL을 대비해서 명함을 한 뭉치 가져가면서 '이 정도면 좀 많으려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행사에 가니 만나는 사람마다 명함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날에는 모자라서 아쉬웠다. 이것도 하나의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것이겠지.
아무래도 국제행사이다 보니 기본 언어는 영어다. 그래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는 기본적으로 영어로 대화를 시작하는데, 사실 외모나 느낌으로 대부분 상대방의 배경(한국 토종/미국물)과 자격(한국 변호사/미국 변호사)을 짐작하는데 거의 80%~90%는 맞는 것 같다. 뭔가 꼭 집어 말할 순 없지만, 그냥 한국/미국 변호사들을 많이 만나보니 그냥 직관적으로 알게 되는 것 같다. 참고로 나는 교포로 많이 오해받곤 했다. 미국 생활 8년 차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그런 분위기가 묻어 있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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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그렇듯이 군 시절 휴가 후 부대 복귀하는 느낌이다. 꼭 군대가 힘들거나 괴로워서가 아니고, 무엇보다 부모님과 다시 떨어져 지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도 막상 복귀하면 나름 거기서도 즐거움을 찾고 잘 적응하며 지내는데, 항상 복귀할 때만 그렇다. 그나마 미국엔 내 집과 삶의 터전 그리고 아내가 있다는 점이 미국 복귀(?)를 비교적 쉽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 돌아올 때쯤 시민권 신청 자격이 됐다. 그동안 무료법률 봉사로 남의 시민권 신청을 열심히 도와주곤 했었는데, 어느덧 나도 그 시점이 된 것이다. 영주권자로 살아온 거의 3년간 머릿속 한 구석에서 시민권 취득 여부를 끊임없이 고민했었는데 사실 명확한 답을 내리진 못했었다. 그러다가 자격이 된 후 미국 돌아오고 딱 하루 진지하게 고민해본 결과, 결국 취득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 부분은 나중에 더 자세히 개별 포스팅으로 써볼 예정이다)
어쨌든 꿈같은 한국 여행을 마치고 오니 한 동안은 일상 복귀가 힘들었다. 누가 그랬던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도 많은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맞는 말이다. 그래도 일단 적응되니 역시 내 집, 내 방이 편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결론은 집 나가면 개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