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실무란 무엇일까?

법률 실무에 능한 변호사가 되기 위하여

by 김정균 미국변호사

로스쿨 진학 전이나 로스쿨에 다니면서 항상 듣던 말이 있었다. "실무 능력"이 중요하다고. 실무능력을 갖추지 못한 변호사는 변호사도 아니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취업의 관점에서는 "미국 로스쿨 졸업 후 실무 경험이 없으면 한국에서 취업하기가 힘들다"라는 말을 귀에 박히도록 들었다.


나도 로스쿨 졸업 이후 벌써 법률실무를 한 지 2년이 훌쩍 넘어 3년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지만, 미국의 경우 변호사 경력이 3년이 되면 최소한의 변호사 구실을 할 수 있다고 하며 실제로 3~5년 차 변호사가 구직이니 이직 시 가장 유리한 연차이기도 하다. (그 이하는 실무 경험이 없어서 채용하더라도 훈련/교육 비용 때문에 고용주 입장에서는 손해고, 6년 차 이후는 몸값이 너무 비싸져서 그렇다고 한다)


로스쿨 때는 막상 "실무"라는 말을 듣기만 했지 그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막연한 개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2년 넘게 실무를 경험해본 경험으로 법률 실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써보려 한다. (나중에 한 5~10년쯤 뒤에 이 글을 보면 부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건 어떤 주제에 대해 쓰더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름 고민을 거친 끝에 "법률 실무"의 정의를 내려보자면,


"나의 법률적/비 법률적 지식을 활용해 타인으로부터 특정한 법적 행동을 유발하는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해야겠다. 형사 소송과 이민법의 예시를 들어 보겠다.


어젯밤에 음주운전으로 구속 수감된 의뢰인이 있다고 치자. 안타깝게도 전과가 있어서 치안판사는 보석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경우 변호사를 통해서 보석 심리를 거쳐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로스쿨에서는 형사 소송법을 통해서 보석 심리 기한, 심리 시에 판사가 고려해야 하는 요건(도주 가능성 및 사회적 위험 등) 등을 배운다. 보통 이러한 내용은 책에 나와 있다. (정확히는 형사 소송법과 판례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만 안다고 해서 바로 보석 심리를 진행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현재는 "지식"만 알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실무"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보석 심리 신청을 언제/어떻게 해야 하는가? 서면을 작성해서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 언제까지 제출해야 하는지? 신청은 누구한테 해야 하는지? 직접 방문해서 법원 내 어떤 부서로 가야 하는지? 꼭 직접 가야만 하는지? 전화 신청은 안되는지? 우편 신청은 안되는지? 신청이 되었는지 확인은 어떻게 하는지? 신청 확인 여부는 언제 어디서 알 수 있는지? 신청이 되었다면 언제 어디서 보석 심리가 진행되는지? 등등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아직 심리는 진행되지도 않았다.


내가 일하는 곳 법원을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평일 오후 3시 30분 전까지만 법원 보석 심리 신청 전화번호로 의뢰인 이름, 기소 내용, 사건 번호를 음성메시지로 남기면 다음날 오전 9시에 법원 3층 B 법정에서 보석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 해당 신청 수락여부는 법원 온라인 검색 사이트에 오후 4~5시쯤에 확인할 수 있고, 심리 당일날 오전 8시에 피고인 구치소 호송부에 전화를 걸면 피고인의 법원 출석 여부를 재확인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실무 "지식"을 통해 법원 직원의 "(법적) 행동"을 유발한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보석 심리 당일이다. 어떤 질문이 있는가?


심리 순서는 어떤 식으로 호명되는가? 피고인의 이름 순인가? 출석한 변호사의 순서인가? 사건이 호명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피고인의 왼쪽에 서는가 오른쪽에 서는가? 피고 측 변호인과 검사 중 누가 변론을 시작하며, 어떤 내용을 말하는가? 판사는 무엇을 궁금해할 것인가? 판사의 재량과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보석 신청이 받아들였지만 피고인은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보석금을 내면 몇 시쯤에 나갈 수 있는가? 보석 신청이 거부되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의 복잡한 질문이 남아 있다.


내가 일하는 곳 법원의 보석 심리는 판사 3명이 번갈아가면서 관장한다. 1명은 출석한 변호사의 앞줄부터 심리를 시작하고, 나머지 2명은 피고인의 성의 알파벳 순서로 심리를 시작한다. 사건이 호명되면 본인 소개와 의뢰인 이름을 부르면, 교도관이 피고인을 임시 대기소에서 데려오고 나는 그 오른쪽에 선다. 변론의 시작은 변호인이며, 피고인의 거주지 정보, 직업, 도주 위험, 전과, 질병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도주 위험이 낮으면 사회적 위험도가 낮다고 주장을 한다. 이후 검사가 기소 내용과 전과를 바탕으로 피고인은 도주의 위험이 높으며, 사회적 위험이 크다는 주장을 한다. 판사는 재량에 따라 대개 500불~15,000불의 보석금을 설정한다. 물론 보석금 신청을 거부할 수도 있다. 보석 심리가 끝나면 곧바로 의뢰인을 따라서 임시 대기소에 들어가 더 얘기를 할 수도 있다.


보석금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보석금이 설정되면 피고는 둘 중 하나의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하나는 보석금을 전부 법원에 내고 풀려나는 것과 혹은 (돈이 모자라는 경우) 보석금 대출 서비스를 이용해서 보석금의 10%를 내고 나머지는 대출받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사건 종결 시에 전액을 돌려받지만, 후자의 경우 10% 금액을 제외한 90%만 돌려받게 된다. 물론 법원 불출석 시에는 양쪽 모두 보석금을 몰수당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채권자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지식은 당연히 로스쿨에서는 배우지 못한다. 아니 배울 수가 없다. 왜냐면 지역마다, 법원마다, 판사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며,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은 책에 쓰여있지도 않고, 인터넷에서 찾을 수도 없다.


그래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실무를 정의하자면 "책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얻을 수 없는 지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조금 다른 예를 들어보자. 이민법상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기 위해서 N-600이라는 양식을 작성해서 이민국에 보내야 한다. 약 20쪽이 넘는 이 양식은 겉으로는 누구나 답변하기 쉬운 질문들을 물어보고 있다. 예를 들어보면, 본인 및 배우자의 주소를 적는 란이 있으며, 지원자의 최근 5년간의 직장정보를 물어본다. 이민법과 실무를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본인에게 불리한 정보를 적게 될 수도 있고, 나중에 신청이 거부되더라도 그 이유를 모를 경우가 많다.


본인 및 배우자의 주소를 적는 이유는 영주권의 근거가 가족 초정의 경우(특히 시민권 배우자와의 결혼) 사기 결혼 및 이민자격 취득을 가려내기 위한 것이다. 즉, 주말 부부의 경우는 이민국에서 진실한 결혼이 아니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이는 부부의 거주지가 다른 기간 있는 경우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직장 기록도 마찬가지다. 취업비자를 통해 영주권을 취득했으면, 취득 후 얼마나 오래 해당 직장에서 근무했는지를 보게 된다. 취득 후 1년 이내에 다른 회사로 옮겼다든지 하면, 영주권 사기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만약 위와 같은 불리한 사실들이 있다면, 이러한 내용들이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충분한 사유서를 지원서에 덧붙여야 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설명과 내용이 필요한지는 당연히 실무에 해당되는 부분이고, 이민법이나 판례에서도 그 내용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렵다.


많은 수의 일반인들이 영주권이나 시민권 신청을 가볍게 보는 이유는 위처럼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도 모르기 때문이다. (unknown unknowns) 그냥 운 좋게 사실 관계가 유리해서 결과가 잘되었던 것뿐이다. 물론 이러한 위험조차 모르고 지원해서 영주권/시민권이 거부되어 곤란을 겪는 경우도 많다.


결론을 짓자면, 변호사는 법 지식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으며, 경험을 통한 실무 지식을 통해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를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효율성/효과가 높아지는 것이다.


반대로 로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들 혹은 갓 졸업한 신입 변호사들은 이러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본인의 실무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도 그랬지만 (아직도 가끔 그러지만) 특정 법률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너무 책에서만 그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보단, 직접 발품을 팔고 전화를 걸어서 담당자를 찾거나 선배 변호사로부터 답을 구하는 게 실무 능력을 더 빨리 익히는 방법인 것 같다. 그리고 중요한 것, 법률 실무에는 끝이 없다. 영어로 말 그대로 law "practice"이다. 즉, 항상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나가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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