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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Mar 14. 2020

미란다 원칙에 관하여

You are under arrest!

제가 2020년 3월부터 미국 워싱턴 지역의 한인 라디오 방송인 "라디오 워싱턴(주파수: AM 1310)"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에 형사법 관련 내용을 청취자 분들에게 전하게 되었습니다. 약 25분 정도 제가 형사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점이나, 일반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이 될 예정입니다. 방송이 나간 뒤에 관련 대본과 녹음 파일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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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주차 (3월 4일 오후 방송분)

주제: 미란다 원칙에 관하여

녹음 파일: 다운 받기 (링크 클릭) - 285MB

대본 (녹음된 내용과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노던 버지니아 형사사건 및 교통범죄 사건 전문, Asher Kim, 김정균 변호사입니다. 


저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를 드리자면, 저는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 후, 워싱턴 디시에 있는 연방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일한 후, 버지니아 알링턴 카운티에 있는 국선 변호인 사무실을 거쳐 현재는 형사사건 및 교통범죄 사건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매주, 제가 형사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점과 한인 여러분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나눌 예정입니다. 궁금하신 점이나 feedback이 있으신 분들은 구글에서 제 이름 “김정균 변호사”를 검색하신 후 제 웹사이트를 통해 연락을 주십시오.


*미리 안내말씀 드리자면, 본 내용은 일반인들을 위해 참고용으로 드리는 정보이며, 법적 조언이 아니기 때문에 본 내용을 따름으로써 생기는 모든 형사/민사적 책임은 본인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모든 케이스의 사실관계와 적용되는 법리는 다르기 때문에 개별 사건은 전문가에게 문의하십시오.


이번 시간에는 미국 형사 절차법, 그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미란다 원칙”에 대해서 말씀드릴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미란다 원칙이 어떻게 해서 생기게 되었는지, 그 원칙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제가 실무를 하면서 느꼈던 미란다 원칙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와, 현실적으로 어떻게 이 원칙이 활용이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란다 원칙의 시작은 1966년 연방대법원 판례인 미란다 대 아리조나입니다. 미란다라고 해서 피고가 여자일 것 같지만, 아닙니다. 사실은 남자이며 미란다는 바로 피고의 라스트 네임입니다. 풀 네임은 어네스토 알투로 미란다였습니다. 이 미란다란 사람은 납치 및 강도 혐의로 체포되었는데, 2시간 동안 변호인 없이 경찰의 조사를 받고, 결국은 범죄를 자백하는 내용에 서명을 하게 됩니다. 이후 미란다의 변호사는 자백 조서가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증거 채택에 대해 반발을 합니다. 판사는 이를 기각하고 미란다에게 유죄 선고를 내립니다. 이후 항소와 상고를 거쳐 사건은 연방대법원에 오게 됩니다. 마침내 연방대법원은 5대4로 “미란다의 자백은 경찰의 구금수사에 의한 것으로 수정헌법 5조와 6조를 위반한 것이다”라고 판단하며 미란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후 사건은 파기 환송되었고, 미란다는 이후 재심에서 피해자의 증언을 근거로 유죄가 확정됩니다.


이후 흥미로운 점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미란다가 가석방된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형사법 대원칙이 생겨나자 자신의 유명세를 생계로 활용했던 점입니다. 바로 미란다 원칙이 쓰여진 종이 뒷면에 자신의 서명을 하여 이를 판매했던 것이죠. 두 번째는 미란다의 죽음과 관련된 것입니다. 미란다는 가석방이 된 이후 자신이 서명한 미란다 원칙 고지문을 팔면서 생계를 이어가다가 4년만에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 칼에 찔려 죽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당시 범인으로 지목되어 체포된 용의자가 무혐의로 풀려났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그 범인은 미란다 원칙에 고지 되어있는 “묵비권”을 충실하게 행사함으로써 경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고, 결국 경찰은 증거부족으로 그를 놓아주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자 그럼 이제 미란다 고지(Miranda Warning)의 내용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 전에 앞서 미란다 고지가 어떤 경우에 필요한지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범죄 용의자가 체포되는 장면을 보면, 대다수의 경찰관들이 수갑을 채우면서 이 미란다 고지를 하죠.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란다 고지는 체포 순간에 꼭 해야 되는 것으로 알고 계신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란다 고지가 필요한 시점은 “구금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만 하면 됩니다. 그럼 이 두 가지 단어를 자세히 이해해야 합니다. 영어로는 custodial interrogation인데, 반드시 구금custody와 수사 혹은 심문인 interrogation이 모두 존재해야만 하죠. 영화에서 나오는 체포 장면은 구금에 해당될 순 있어도, 경찰관이 심문을 하지 않으면 interrogation은 없는 것이죠.


이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수많은 판례와 법리를 이해해야 하지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구금은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 상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장 흔한 것이 체포 상황인데요, 굳이 수갑이 채워진 상황이 아니더라도 경찰관의 요구에 순응하여 자발적으로 멈춘 것도 이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Interrogation은 경찰관의 질문인데 아무 질문이 아니라 용의자의 답변이 유죄 입증에 도움이 되는, 영어로는 incriminating 하는, 질문이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 영화 “살인의 추억” 아시죠? 최근 기생충으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의 명작인데, 거기에 보면 송강호가 살인 용의자에게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질문을 합니다. 이를 interrogation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니가 죽였냐?” 혹은 “모월 모시에 어디에 있었냐?”라고 묻는다면 이건 답변 여부에 따라 자백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송강호의 질문은 interrogation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미란다 고지가 필요한 시점은 “구금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입니다. 


자, 그럼 이제 경찰의 구금 수사가 시작됐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경찰관은 그에 따라 미란다 원칙을 고지해야 하는데, 그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란다 원칙은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그 핵심 내용은 대동소이 합니다. (5분 14초) 일반적으로 4가지 원칙을 고지합니다. 첫째,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 둘째, “당신이 하는 모든 진술은 추후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다.” 셋째, “당신은 심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넷째, “만약 당신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다면 국가에서 변호인을 선임해 줄 것이다.” 얼핏 보면, 간단한 내용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내용이 함축되어 있으니 천천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가장 첫 번째,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묵비권은 영어로 right to remain silent, 쉽게 말하면 “말하지 않을 권리”입니다. 조금 더 풀어서 얘기하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 혹은 자백을 거부할 권리입니다.” 이는 미국 수정헌법 제 5조에 나와 있는데, 원문은 “No person shall be compelled in any criminal case to be a witness against himself” 인데 직역하면, “그 누구도 형사 사건에서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불리한 증인이 되도록 강요받을 수 없다”라는 것입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권리인지는 예전 일제 치하나 독재 정권 시절을 보면 알 수 있는 게, 그 당시에는 사법 기관이 사람들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워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자백하도록 고문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이러한 자백은 추후 법정에서 이들에 대한 유죄 입증의 증거가 되었기 때문이죠. 그만큼 소중하고 강력한 권리입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렇게 강력한 권리인 묵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말을 해야 한다는 점이죠. 무슨 말인가 하면, 묵비권을 행사한다치고 무조건 입을 다물고 있으면, 경찰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말을 못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안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헌법에서 보장한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묵비권을 행사하겠습니다!” 영어로는 “I invoke my right to remain silent!”라고 확실하게 의사를 전달한 뒤에 묵비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8:16)


묵비권을 행사하게 되면 경찰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즉시 심문을 멈춰야 합니다. 만약 피의자가 분명하게 묵비권을 행사했음에도 경찰관이 심문을 진행해서 증거를 얻어냈다면, 추후 이러한 증거는 법정에서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경우 경찰 입장에서는 괜한 헛수고만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피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하면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이를 존중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바로 풀려나는 것은 아닙니다. 경찰은 조사를 목적으로 기소 전에 피의자를 경우에 따라 48시간에서 72시간 정도 구금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소 없이 72시간 이상 구금이 이루어 지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 경찰은 기소를 하든지 피의자를 풀어주든지 해야겠죠.


지금까지 미란다의 제1원칙인 묵비권에 대하여 말씀드렸는데, 제 2원칙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제 2원칙은 “당신이 하는 모든 진술은 추후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다”라는 것인데, 이는 증거법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문증거에 대해서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전문증거는 영어로 hearsay로 쉽게 말하면, 법정 외에서 이루어진 진술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어떤 범죄 현장에서 범인을 목격했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김씨가 범인이다”라고 말했다고 합시다. 나중에 경찰관이 법정에서 진술한 때 “홍길동이 저한테 ‘김씨가 범인이다’라고 했습니다”라고 증언한다면, ‘김씨가 범인이다’라는 내용은 전문증거로 간주되겠죠. 그러나 똑같은 진술을 홍길동이 재판 중인 법정에서 직접 증언하게 되면 그건 전문증거가 아닌 것입니다. 즉, 어떤 진술의 당사자가 직접 법정에서 말하느냐, 혹은 타인에게 말한 것을 그 타인이 대신 진술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이 차이가 왜 중요하냐면, 당시에 홍길동이 경찰관에게 말할 당시에는 그가 엄격히 진실만을 말할 것이라는 선서를 한 상태에서 한 진술이 아니기 때문에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법정에서 증언을 하기 전에는 전부 진실만을 말할 것이라고 선서를 하고, 만약 이 상태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 밝혀지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증언을 하는데 신중하게 사실만을 얘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홍길동이 자신이 범인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는 본인에게 불리한 증인이기 때문에 반드시 반대신문(영어로는 cross-examination)을 통해 그 주장의 진실 여부를 따질 수 있어야 합니다. 얘기가 잠시 다른 주제로 넘어갔는데, 결국은 이런 이유로 전문 증거는 원칙적으로 배제되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증거의 예외 중에 하나가 바로 “재판 당사자의 진술”입니다. 형사 사건에서 피고인은 재판 당사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만약 피고가 체포 현장에서 경찰에게 어떤 식으로든 진술을 하게 되면, 경찰관은 법정에서 증인으로서 피고인이 법정 밖에서 한 말을 전문증거배제의 원칙에 영향을 받지 않고 그대로 되풀이 할 수 있습니다. 전문증거의 예외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피의자를 체포하면서 “당신이 하는 모든 진술은 추후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다”라고 미리 경고를 해 주는 것이죠.


예시를 들어 보겠습니다. 타이슨스 코너몰의 한 상점에서 화장품을 훔친 죄로 김씨가 붙잡혔다고 합시다. 경찰은 김씨에게 미란다 고지를 한 후에 “그 화장품은 어디서 났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김씨는 사실대로 “상점에서 훔쳤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자백이면서 동시에 전문증거의 예외 적용을 받습니다. 이런 경우 김씨의 유죄 입증을 위해서는 김씨의 자백을 증언할 경찰관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검사 입장에서는 재판을 진행하기가 한결 쉽겠죠. 


반대로 김씨가 묵비권을 행사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쉽게도 경찰관은 현장에 없었고, 마침 매장 직원도 김씨의 절도 행위를 직접적으로 목격하진 못했습니다. 그나마 유일한 증거라고는 CCTV에 찍힌 희미한 김씨의 모습인데 그나마 화질이 좋지 않아, 이것이 김씨인지 아닌지도 알기 어렵고, 정확히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김씨가 절도죄를 저질렀다는 입증을 하기가 훨씬 어렵겠죠. 이렇듯 조사 과정에서의 자백은 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를 정도로 중요한 증거입니다.


그렇다면 잠깐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지만, 자백을 얻기 위한 경찰관의 전략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놀라운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자백을 얻어 내기 위해서라면 경찰관이 피의자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아셨나요? 예를 들어, 앞서 말했던 김씨의 절도죄 관련해서 실제로 비디오나 목격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당신이 훔치는 것을 본 목격자도 있고, CCTV증거도 있으니 순순히 자백하라”라고 하는 것도 합법적인 조사로 간주됩니다.


다시 미란다 원칙으로 돌아가서, 세번째 고지문은 “당신은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라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경찰 조사를 받기 전 혹은 받는 중간에 변호사를 대동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실질적으로 경찰 입장에서 변호사가 대동한 경찰 조사는 별로 얻어낼 것이 없기 때문에, 만약 피의자가 “변호사를 원한다”라고 하면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라고 말한 것과 거의 동일한 효과가 있습니다. 즉, 조사를 중지하는 것이죠. 


여기에 얽힌 좀 어이없는 실화가 있습니다. 실제로 루이지애나에서 있어 났던 일인데, 피의자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Why don’t you just give me a lawyer, dawg?” 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dawg (spell it)은 영어로 치면 dude나 buddy 같은 상대방을 친근하게 부르는 표현입니다. 발음은 영어로 개 dog하고 같습니다. 루이지애나 대법원은 추후 이 발언에 대해, 피고인이 명확하게 변호사를 요청하는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 주장의 근거는 약간 억지스럽다고 할 정도인데, dawg이란 구어적 표현을 동음이의어인 dog 즉 개라고 해석한 것입니다. 결국 피의자가 진짜 변호사를 원한 건지, 혹은 장난으로 “변호사 개”를 요구한 건지 애매모호하다는 말입니다. 덕분에 이 판결은 법조계에서 많은 조롱거리가 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피고인들에 대한 법원의 태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형사 변호사로서는 약간은 씁쓸한 기분이 드는 사례입니다.


미란다 원칙의 마지막 네 번째는 “만약 당신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다면 국가에서 변호인을 선임해 줄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풀어 설명하자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다면, 국선 변호인을 지정해주겠다”라는 것입니다. 그럼 그 기준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버지니아의 경우 연방빈곤기준선 150%이하인 경우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 주는데, 2020년 기준 1인 가구 연 수입이 1만 9천불, 4인 가족의 경우 3만 9천불 미만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가난하더라도 모든 범죄에 대해서 국가에서 변호인을 선임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 중에서도 징역형이 가능한 범죄에 대해서만 국선 변호인이 선임됩니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에서 1급 경범죄로 최대 12개월 미만의 징역이 가능한 난폭운전(reckless driving)인 경우, 위반 속도에 따라 국선 변호인이 선임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90마일을 넘어가는 심각한 난폭운전의 경우에는 징역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종종 국선 변호인이 선임되지만, 그 이하의 경우에는 징역형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난폭운전에 기소됐더라도 국선 변호사가 선임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란다 원칙이 언제 적용되는지, 그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설명 드렸습니다. 이제부터는 미란다 원칙의 예외와 미란다 권리에 대한 포기(waiver)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든 법과 규칙에는 예외가 있듯이, 미란다 원칙의 적용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traffic stop입니다. 말 그대로 경찰관이 주행중인 운전자의 자동차를 멈춰 세우는 것인데, 이 경우에는 경찰관에 지시에 따라 자발적으로 운행을 멈춘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그 소요 시간이 짧고, 구속 수사보단 경찰관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기 미란다 고지가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traffic stop이라도 음주운전 등의 사유로 운전자가 체포되는 경우면 이 때에도 구속 수사에 들어가기 앞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해야 하지만, 단순히 티켓을 발부하는 경우에는 미란다 고지 의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운전 중 신호 위반으로 경찰관에게 붙잡혔을 때, 경찰관이 “방금 전에 빨간 신호등을 지나치셨죠?”라고 물어봤을 때, 김씨가 “네”라고 답변한다면, 미란다 원칙의 고지가 없더라도 경찰관은 운전자 김씨가 답변한 내용, 즉 일종의 신호위반에 대한 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미란다 원칙의 예외는 public safety 공공의 안전을 위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실제로 있었던 사례인데, 어떤 여자가 갑자기 경찰관에게 다가가서 “조금 전에 총으로 무장한 남자로부터 강간을 당했다”라고 하며 그 사람의 인상착의를 설명했습니다. 경찰관은 멀지 않은 곳에서 인상착의에 들어맞는 용의자를 찾았고, 그 용의자에게 다가가서 그 사람을 체포한 후에 권총 집이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총은 어디있냐?”라고 물었습니다. 물론 상황이 긴박한 지라 미란다 고지는 없었죠. 범인은 근처에 있는 상자를 가리켰고, 거기에서 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미란다 원칙이 고지된 후에 범인은 그 총이 자신의 것임을 자백했습니다. 나중에 법원은 미란다 고지 전에 “총이 어디있냐”라는 경찰관의 질문은, 범인의 자백을 이끌어 내기 위한 목적보다는 총의 소재를 찾아냄으로써 경찰관과 주변 일반인들의 안전을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미란다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미란다 고지 원칙에 대한 예외 원칙을 정립하였습니다.


미란다 고지를 받은 이후에 본인의 자유 의사에 따라 미란다 원칙에 명시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 이를 waiver라고 합니다. 미란다 고지를 받은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이 waiver에 해당되며, 이 때 자백을 하게 되면 자백은 그대로 법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것도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택시 운전기사를 샷건으로 협박한 무장강도 용의자가 경찰관에게 체포되었습니다. 경찰관이 미란다 고지를 했더니, 용의자는 “변호사와 얘기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경찰은 심문을 중지했습니다. 그러다가 용의자는 경찰관들끼리 하는 얘기를 우연히 엿듣게 됩니다. 그 내용이 “무장강도 용의자는 체포했지만, 아직 무기는 회수하지 못해서 걱정이야. 왜냐면 주변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특수학교가 있는데, 만약에 그 아이들이 장전된 샷건을 찾기라도 하면 누가 다칠지도 모르거든”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들은 용의자는 아이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자발적으로 경찰관에게 총을 어디에 숨겼는지 밝히게 됩니다. 법원은 이에 대해 경찰관들 사이의 대화는 심문이 아니며, 피고인의 자발적인 발언은 수정헌법 5조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렇듯 미란다 원칙은 그 내용이나 적용 방식이 간단해 보여도 실무에서는 예외 원칙이나 waiver 때문에 비 전문가가 모든 상황에 대한 미란다 원칙의 적용 여부를 판가름하긴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미란다 원칙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가급적으로는 형사 사건에 휘말리거나 경찰관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지만, 부득이한 경우에 형사 사건의 용의자 혹은 피의자가 되는 경우 이러한 미란다 원칙을 잘 숙지하여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본인에게 주어진 헌법적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노던 버지니아 형사사건/교통범죄 사건 전문 변호사 Asher Kim, 김정균 변호사였습니다. 참고로 본 내용은 일반인들을 위해 참고용으로 드리는 정보이며, 법적 조언이 아니기 때문에 본 내용을 따름으로써 생기는 모든 형사/민사적 책임은 본인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모든 케이스의 사실관계와 적용되는 법리는 다르기 때문에 개별 사건은 전문가에게 문의하시라는 점 다시 알려 드립니다. 질문이나 코멘트는 구글로 “김정균 변호사”를 검색한 후 웹사이트를 통해 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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